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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내딸 보미

주부모델 2009. 4. 20. 16:49

      우리집 아이들 시험기간이라고 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우리때와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밤8시가 되면 우리집 초등학교 5학년 큰딸내미가 학원을 마치고 온다. 영어학원 하나, 공부방 한곳을 다니고 있다. 영어학원은 수년간 다니고 있고 공부방은 내가 톨게이트 근무중에 수학성적이 처음으로 80점대로 내려가서 불안한 마음에 내가 공부를 봐주지도 못하고 해서 보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생 수학문제를 봐주려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공부를 내가 되려 해야 할것 같아서 귀찮은 마음에 보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큰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듯하다. 학교 수업 6교시 마치고 영어학원 마치고 바로 영어학원으로 영어학원에서 바로 공부방으로 직행하는 바람에 작은아이와 같은 영어학원을 보내는터라 작은아이가 내리는 곳에서 보미의 간식도시락을 들고 기다렸다가 보미편에 들려 보내서 그마나 굶주린 배를 채워주고 있다. 무슨 고시 공부 하는것도 아닌데 요즘 초등학생들은 참 공부다 학원이다 참 열심히 외우고 배운다. 그런다고 내가 뭐 특별한 깨어 있는 엄마라고 다들 보내는 학원 다 끊고 맘껏 뛰어 놀아라 해주지도 못하고 그저 김밥에 초밥에 샌드위치 만들어서 날마다 간식거리 메뉴를 바꿔서 보미의 학원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을 간식거리에만 조금 더 신경을 써줄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미는 늦게 잠드는 혜미에 비해서 밤 10시면 절로 하품을 해대며 졸려한다. 예전 "꽃보다 남자" 라는 드라마를 방영하는 월요일 화요일만 빼면 늘 밤10시전에 잠에 곯아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성장 발육은 좋아서 키만 먼정하니 반에서 제일 큰키를 가지고 있어 같은반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건지 자주 울고 오는 날이 많았다. 나도 되돌아보면 시골에서 늘 제일 큰키 때문에서 남자아이들이 내게 쓸데없이 시비를 걸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무척이나 내성적이고 얌전한 나였던지라 그런것때문에 엄마나 할머니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운적이 많았던것 같다. 요즘은 키가 큰게 흠이 아니라지만 여전히 또래에 비해 조금 틀리거나 빠르다 싶으면 놀림감이 되는것은 크게 변하지 않는것 같다. 나는 내 딸아이가 내가 알고 있는것처럼 무조건 내성적이고 얌전하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으며 엄마에게 억눌린 감정을 친구들에게 풀수도 있으며 요즘 보통의 여자아이들처럼 다소 거칠고 폭력적일수도 있으며 종종 선생님에게 혼도 나고 벌도 받고 하는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위 엄마들을 보면 세상에서 자기 자식은 다 착하고 얌전하고 욕도 안하고 모범생이라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내 자식에 대해 그 어떤 확신이나 자신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본것만 해도 그 아이는 심하게 거칠고 욕도 잘하고 친구를 괴롭히는게 분명한데 그 아이 엄마는 자기 아이는 너무나도 얌전하고 착해서 되려 친구들에게 맨날 당하고 살고 욕한마디 못한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며 내가 봐도 그 아이는 엄마앞에서와 친구들 앞에서 모습이 참 많이 달랐다. 우리 큰아이도 이제 멀지 않아 초경을 할것이고 사춘기도 겪을것이고 아니 이미 사춘기가 시작된것 같다. 12살 나이에 내가 어땠나 생각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진데 이상하게 나도 엄마의 자리에 있어보니 내딸에게만은 욕심이라는게 생겨서 내딸은 그저 반듯하고 착하고 모범생으로 자라면서 똑똑하고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면서 남의 대한 배려심도 있는 마음 따뜻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게 된다. 벌써 160키에 가까운 큰 키로 인해 어쩌면 내가 겪은것처럼 심리적인 사춘기가 빨리 올지도 모른다. 나는 초경을 중3,16살에 시작했지만 보미는 아마도 올해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보미에게 꼭 생리대를 챙겨서 다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두렵다. 사춘기에 접어든 내딸을 내가 잘 다독거리면서 잘키우면서 잘보살펴 자신이 없다. 함께 화내고 함께 신경질을 부리는 엄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의 어린시절과는 분명 보미는 다르게 크고 있다. 꽃보다 남자 드라마 주인공 이민호 탈렌트도 좋아하고 카렌다도 책상에 부쳐놓고 빅뱅 싸인을 고모에게 부탁해서 받아서 친구에게 자랑도 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생전 처음 듣는 스키니 바지가 뭔지 후드티가 뭔지도 알고 벌써 그런 옷을 사달라고도 한다. 그리고 자기 표현은 하지 않는 아이지만 자신을 남과는 절대로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할줄 아이다. 아직은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멋진 남자라고 생각하고 아빠는 동안이며 엄마는 못생기고 삐쩍 마른 말라깽이 아줌마가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는 딸이다. 아빠가 왜 엄마를 좋아해서 결혼했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애기도 거침없이 하기도 하는 그런 사춘기에 접어든 그런 12살짜리 소녀이기도 한 여자아이다. 잠들기전에 엄마에게 꼭 안아달라고 뽀뽀해주기도 하고 싸울때는 앙숙같으면서도 가끔씩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가 지 동생 혜미라고 끔찍하게 챙기기도 하면서, 엄마가 아픈날엔 죽을 끓여주기도 하고 설거지도 자연스럽게 하는 그런 보통의 열두살짜리 여자아이이다. 앞으로 내딸들과 내가 어떤 모녀관계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나는 그래도 내 두딸들에게 아주 큰 불만은 없으며 앞으로 그저 조금 더 밝고 명랑한 아이로 자라주기만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