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이야기

술, 결코 친해질수 없는것에 대해..

주부모델 2009. 9. 30. 00:17

                                               

 

 

 



  

명절즘이면 더 바빠지면서 남편의 술자리 횟수도 늘었다.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술에 취한채 현관문을 들어선다. 그로 인해 나의 대리운전 횟수도 늘었고 대리비 수입도 늘었다. 지방간은 운동을 하면 금방 없어진다고 주말마다 거르지 않고 조기축구를 나가고 있는 남편을 본다. 충혈된 눈, 건들거리는 걸음걸이, 부정확한 발음.. 13년동안 봐온 남편의 술에 취한 모습이다. 이젠 건강을 염려해야 하는 40대 중반에 들어서고 있는 남편, 양파즙이다 포도즙이다 오미자차를 달여 마실게 아니라 술마시는 횟수를 줄여야 할텐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나보다. 나는 여전히 술하곤 친하지 않는 사람이다. 직장생활 3년이라는 시간동안 터득한것은 술이라는것을 조금은 마실줄 알아야 조직에서 소외되지 않는다는것과, 안마시는것과 못마시는것은 확실히 다르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술을 마시지 못하면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놀줄도 알아야 한다는것도 알게 되었으나 여전히 나는 뭘 즐기는것엔 너무나 많이 서툴다. 나도 1년에 서너번정도는 술이라는것을 입에 댈것이다. 맥주 한두잔의 양이지만 그래도 마실때가 분명히 있다. 집에서 남편이 마실때 어쩌다가 한번 마신다. 커피도 1년에 서너잔 정도 마실것이다. 알콜이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갈때에 그 알싸하고 약간의 따끈거림과 그수액이 내 온몸의 혈관들을 타고 퍼져나가는걸 절절하게 나는 느낀다. 한잔이 아닌 한모금의 알콜의 대한 느낌을 내가 느낄때즘부터 바로 내 몸은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나른하고 땅속으로 꺼질것 같은 그 느낌이 나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것 같고, 내가 이제까지 봐온 술취한 추한 형상들을 펼쳐보이면서도 마음에서부터 술을, 알콜성분을 심하게 거부하기 시작한다. 술을 핑계로 실수를 하는 사람들에게 너그럽지 못한 나! 적당히 취해서 기분 좋음에서 멈추는 사람들보다는 늘 적당함에서 오바를 해서 추하게 변하는 형상들을 너무 자주 봐온게 나의 술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했다. 내 기준에서 술에 취해 추해지는 모습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술취해 추한 모습의 기준은 다르다.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질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그 술자리,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어제도 본 남편의 술에 취한 모습, 남편과 함께 마신 사람의 취한 모습, 경멸하지는 않으나 정도가 넘어선 취한 모습은 아무리 이쁜 사람도 추하다. 그런 두 사람을 차에 태우고 남편의 동료의 집까지 데려다 주고, 이미 골아 떨어진 남편을 태우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너무 피곤해 보이는 남편의 얼굴에서 새삼 중년남자의 얼굴을 본다. 이젠 그 술때문에, 늦은 귀가 시간때문에 다투는 일은 사라졌다. 나의 직장생활로 인해 내가 너그러워진, 아니 무뎌진 부분이 바로 남편의 술자리로 인한 귀가시간이며 술자리의 이유이다. 이제는 중년 남정네의 건강을 위해 술섭취량을 좀 줄여주기만을 간절하게 바래볼뿐이다. 술이 머리로 들어가면 비밀이 밀려 나온다. 시중드는 사람이 상냥하면 어떤 술이라도 맛이 좋다. 악마가 인간을 찾아가기가 너무 바쁠때는 대신 술을 보낸다. 여자가 술을 한잔 마시는것은 매우 좋다. 그러나 두잔을 마시면 품위를 잃고, 세 잔째는 부도덕해지며, 네 잔째는 스스로 자멸해 버린다. 돈을 물건을 사는데 사용되어야지 술을 마시는데에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술은 처음 마시기 시작할때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더 마시면 토하고 뒹굴고 하면서 돼지처럼 추해진다. 이것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