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나밖에, 나에겐 남편밖에 없나보다!
새벽 1시경에 집전화벨 소리가 울렁차게 울렸다.
깊이 잠들어 있는 딸들이 깰까봐서 안방에서 뛰어나와서 마루에 놓여 있는 전화수화기를 들었다.
취기가 올라 있는 들떠 있는 남편의 목소리다 " 자기야.. 뭐해? 나 씹으면서 글쓰고 있어?"
"왜? 지금 끝났어? " " 지금 출발해... 열심히 씹는 글 쓰면서 나 갈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돼!" 라고 한다.
결혼 13년동안 그렇게 남편의 취한 목소리의 전화, 참 숱하게도 들으면서 살았던것 같다.
술자리로 늦어지는 서방님이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잔소리 한바가지 하고 나서야 잠드는 새댁은 더 이상 없다.
30분즘 뒤에 도착한 서방님,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현관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오면서 날 올려다본다.
비틀거리면서 휘청거리면서 구두를 벗는 40대 중반의 아저씨,
그런 남자 앞에 서 있는 츄리링 차림의 중년의 마흔살의 아줌마가 서로을 바라보는 짧은 시간.
이제는 술자리 문제, 늦은 귀가 문제로 다투는 일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양파즙 컵에 따라 마시게 하는 마누라, 적당히 취해 기분 좋아 있는 아저씨의 마누라의 대한 애정표현.
"마누라야... 나 아파도 버리지만 마! 나 잘할께! 나한테 자기밖에 없다!"
"내가 자기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세상에서 날 젤 알아주고 이뻐하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
"보미, 혜미도 필요 없다. 나한테 자기밖에 없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남편의 애교섞인 짧은 쇼타임이 이어진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그렇게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서 미래의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저씨가 되어 있었으며, 황혼기의 이혼을 걱정하는 겁많은(?) 남정네로 변해 있었다.
살수록 남편의 모나지 않는 성격에, 뒷끝없는 성격에 감사하게 된다.
시어머님과의 1시간동안의 전화통화.
큰시누의 아프다는 소리, 마흔살이 되는 시동생의 결혼과 장래 문제, 어머님의 아프시다는 소리,
막내시누의 짜증내는 말에 상처 받았다는 말씀과, 여전히 계속되는 돈돈돈 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졌다. 어머님의 보험료를 5년넘게 넣어드리고 있는게 2개 있다.
일을 너무 힘들어 하시는 어머님, 그래서 가지고 계시는 보험중에서 가장큰 16만원짜리가
2년 정도만 더 넣으면 끝나는게 있다는 그 애길 그동안 숱하게 하셨지만 모른척 했었다.
며느리인 나, 어머님의 푸념도 하소연 다 들어드리지만 난 딸이 아니고 큰며느리이다.
16만원짜리 그 보험료를 우리가 떠안기로 쉽지 않는 결정을 했다.
앞으로 2년 정도는 시어머님에게 30만원 가까운 돈을 부쳐드려야 한다.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할지도 모른다는 큰시누,
마흔살이 된 시동생은 지금은 타지에서 혼자 살고 있다.
시동생이 어머님과 합치게 되면 시동생의 일자리 문제도 우리에겐 짐으로 남겨진다.
시동생의 결혼문제에도 좀 신경을 쓰라시지만 참.. 우리가 뭘 어떻게..?
결혼하지 않는 막내시누도 결혼을 하게 되면 어머님과 함께 상견례 자리에 함께
참석하는 사람이 우리 부부라는것을 새삼 다시 강조하시는 시어머님.
남편에게 애길 했다. 이젠 나, 알바를 다시금 시작해서라도 어머님에게 부칠 돈을 만들어야 한다고...
남편의 대리운전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그리고 쉬엄쉬엄 할수 있는 알바 자리를 다시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올해는 재취업을 필히 해야 할것 같은 압박감에 조금은 가슴이 답답하긴 하지만
어쩔수 없는 이번 결정에 마음을 비우기로 한다.
아, 이래서 울 엄마가 나 결혼을 할때 큰며느리 자리만 아니면 좋을텐데.... 하셨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