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가 되어 바라본 밤풍경
그저께, 망우동을 향해 밤10시가 너머 집을 나섰다.
그날은 일때문에 만들어진 술자리가 아니라 개인적인 술자리인지라
2만원의 대리비를 아끼기 위해 1100원의 버스비를 지불하고 남편의 대리운전을 위해 집을 나섰다.
밤10시가 넘은 그 시각의 버스안은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로 시끌벅적 했었다.
교복차림의 학생들의 모습은 그 모습만으로도 너무 이쁘고 맑다.
그러나 그 이쁜 교복입은 고등학생들의 입에서 욕설을 듣는 일은 너무 익숙해 있었다.
시끄럽게 웅성대던 학생들이 내리고 나자 다시 버스안은 침묵에 휩싸였다.
늦은밤의 버스안의 풍경과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대의 버스안 풍경은 나에게 참 익숙하다.
구리시 교문사거리를 지나자 버스안의 승객은 나를 비롯해 서너명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종점이 청량리인 그 버스를 타고 그젯밤 10시 40분이 다된 시각에 망우동에 도착을 했다.
남편과 같은 주류계통에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술자리였다.
아주 오래전 남편과 결혼을 하고부터 안면이 있게 된 사람들이었다.
한사람은 잦은 술자리로 인해 술을 마시던 도중 토혈을 해서 응급실까지 실려가,
앞으로 술을 한모금만 마셔도 바로 죽을거라는 진단을 받은적이 있었고,
또 다른 한사람 또한 잦은 술자리와 과음으로 간경화가 심해져서
1년을 넘게 병원 치료를 받고 집에서 쉬는 시간을 가졌던 분이다.
주류계통 영업을 하고 있는 남편의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비슷한 모습으로
간경화와 같은 질환들로 한두번은 다 병원 신세를 져본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전적이 있음에도 어젯밤에도 그 두사람과 남편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이 주류 계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만나는 자리에서도 술잔을 기울이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겐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먹고 살아야 하고, 그쪽 분야에서만 20년 가깝게 일을 한 사람들이라서 그런다지만
건강까지 잃어가면서까지.... 그 두사람의 아내들도 모두 맞벌이를 하고 있다.
한사람의 아내는 호프집 체인점을, 한사람의 아내는 직장생활을~
술잔을 기울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운 현실의 벽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남편의 대리운전을 자주 하지만 나의 운전실력은 대단히 초보 수준이다.
혹자는 내가 남편의 대리운전을 자주 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운전 실력이
카레이서 못지 않을거라 착각할수도 있지만, 앞으로 쭈욱 주행하는것 말곤
그밖의 운전에는 여전히 가슴 조이면서 운전대를 콱 움켜쥐고 운전을 하는 초보운전자인것이다.
차선 변경을 할때 지금까지도 나는 심장이 한번 떨어졌다 다시 붙는 느낌을 받으며,
주차를 할때마다 남편에게 심한 타박을 듣고 있으며, 후진을 하는 경우에는
온몸이 긴장감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그런 운전 초보자로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편의 대리운전을 거절 하지 않는 이유는, 그마저도 하질 않으면
나도 장롱면허로 남겨질까봐서이다.
시댁 오가는 일이나 막내동생집에 갈때는 이젠 늘 내가 운전대를 잡게 된다.
남편도 그렇게라도 해야지 운전감각을 잃지 않게 되는거라고 하면서
면허증 있는 마누라를 아주 유용하게 잘활용을 하고 있다.
어제 대리비는 받지 않았다. 그곳 호프집에서 싸준 치킨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집으로 오는길에 전에 근무하던 톨게이트에 들러 밤근무를 하는 그녀들에게
치킨을 전해 주고 싶었지만 남편의 만류에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