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이야기

서울 지하철 7호선을 타고 노원역에서 영화를 보다

주부모델 2010. 3. 19. 06:27

 

 

여고때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하고 평일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얼마만에 타본 전철인지 모르겠다. 가까운 거리들은 늘 버스를 이용하고, 시댁이나

동생집에 갈때에도 늘 남편의 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지라 전철 타는 일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아침 10시 40분 상영하는 조조 영화를 보기로 해서 아침9시가 되서 집을 나섰다.

내가 보고 싶은  "하모니" 영화는 여기 가까운 극장에서는 상영하지 않아서 먼 외출을 감행했다.

아침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전철안은 한산했고 무척이나 쓸쓸하기조차 했다.

소심한 나,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서 이런저런것들을 찍었다.

여전히 나는 전철을 타면 앉을 좌석이 있어도 웬만하면 자리에 앉질 않는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타인과 부딫히는 어색한 시선이 싫어서... 가는 내내 서서 컴컴한 밖만 쳐다보면서 갔다.

 

 

 

장암행 7호선 전철을 기다리면서 분명히 10년전 전철역 풍경하고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여기저기에 이쁜글을 넣어 작성한 액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고 그래서 읽을거리가 참 많아서 좋았다.

전철안도 무척이나 깨끗했으며, 간만에 한 외출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설레여했다.

이번에 우연히 얻게 된 영화관람권이 아직도 몇장이 남아 있었다.

유효기간이 3월까지라서 두딸들과 남편이랑 지난주에도 영화를 봤지만,

주변 동네 언니들은 웬일인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까지

찾아가는 열정은 없는지 영화관람하는 일엔 그다지 즐거워 하지 않았다. 

좋은언니들이지만 가끔씩은 동네에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또래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너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래서 여고때 같은 반이었던 서울 옥수동에 사는 친구와 어럽게 약속을 했다.

내 나이 주부중에서 평일에 함께 영화를 볼수 있는 친구를 보기가 힘든 세상이다.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전업주부이지만 많이 바쁘게 살고 있는듯 하다.

 

                             

 

전철안에 이런 캠페인도 붙어 있었다.

신문을 읽고 잠칸에 올려놓는 일은 나또한 예전에는 자주 하던 행동이었는데...

아저씨들이 다리 쩍 벌리고 앉는 모습은 지금도 아주 쉽게 찾아 볼수 있는 모습이고,

꾸벅꾸벅 조는 아줌마들도 쉽게 다리를 벌리고 앉는 모습은 자주 본듯 하다.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음악소리가 들리게 하는 행동은 너무 익숙한 모습이다.

요즘엔 핸드폰 통화를 할때 조용히 하라는 포스터는 버스안에서도 자주 본듯 하다.

저런 전철안의 자잘한것들도 새삼스러웠으며 재미있게 읽었다.

 

                              

 

우측통행을 실시한지가 얼마나 됐는지는  정확히 나도 잘 모르겠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좌측통행을 하던 걸 다시금 우측통행으로 바꾸려 하니

그또한 쉽지만은 않는 일인지, 전철안 구석구석에도 저런 우측통행 문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모과님의 블러그에서  "하모니" 영화를 평을 읽고 꼭 한번 보고 싶었다.

몹시도 울었다. 그리곤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어줍찮은 그 영화에 대한 내 느낌을 적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 한번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는 말로 그 영화의 대한 내 느낌을 전하고 싶어진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가 나에게 휴지와 손수건을 건네줬다. 자기도 훌쩍거리면서....

아마도 극장표가 없었다고 해도 아마 돈을 주고라도 꼭 봤을  그런 영화였다. 

펑펑 울고나서 극장 건물에 있는 식당가에서 맛난 점심도 사먹었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사치스러운 외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난 점심을 먹었고,

같은 건물의 롯데 백화점 쇼핑도 하면서 친구의 쇼핑 하는것에 동참을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 쇼핑이라는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줌마다.

살것 아니면 절대로 쇼핑 같은것은 하지 않는 아줌마인데 그 날은 보는것만으로도

즐거웠으며, 평일날 친구와의 만남을 가질수 있다는것만으로도 웬지 들떠 있는 나를 봤다.

커피 전문점에 들러 친구와 1시간동안 수다를 떨고 오후 4시가 되서야 집에 들어왔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남편에게 핸드폰 문자를 보냈다.

"자기 덕분에 좋은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서 맛난것도 먹고,

수다도 떨구 참 호강 하고 지금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중이야. 고마워!!

오늘 밤에 자기가 좋아하는 고등어 조림 해놓을께"

 

 

 

 

 

화요일 아침,  남편이 친구 만나서,  맛난것 꼭 사먹으라고 자기 용돈에서 5만원을 뚝 떼서

제게 줬는데 그날 아침 9시에 나서서 영화한편 보고 맛난 점심 사먹고 커피까지

마시는데 든 비용은 밥값 7천원 그리고 아이스티 한잔 마시는데 2,500원,

왕복 교통비까지 포함해서 환승 적용 받아3,200원 들어서 총 12,700원 경비 들었습니다.

그래서 피같은 남편의 용돈, 받은것 다 못쓰고 남은돈 37,300원 돌려주었답니다.

영화값 빼고 12,700원으로 하루를 너무 즐겁게 보내고 돌아온 보미엄마였습니다.

큰 돈 안쓰고도, 몇시간만의 외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수 있다는것을 새삼 느낄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