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남자, 남의 여자에게 친절해지는 이유는?
판촉때문에 전무님과 직원들이 함께 가야 하는 남편이 토요일 낮에 대리운전을 하러 와달라는 전화를 했다.
화창한 날씨와 봄기운을 느끼기 위해 작은아이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남편이 알려준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가게 위치를 묻기 위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는데 그런 우와중에 길눈이 어두운 내가
잘못 들어선건지, 남편의 설명이 어줍잖았는지 중간에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통화를 하던 중에
내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 높아지면서 조금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말귀를 못알아듣는다고
화를 내다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서 옆에 있는 다른 직원을 바꿔줬다.
상대방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자, 나는 급목소리 변환을 하면서 " 아, 네.... 안녕하세요? "
인사를 하면서 그 직원의 설명을 경청을 하고 웃으면서 전화 통화를 끝냈다.
그때 내 손을 잡고 걸어가던 혜미가 "우와~ 엄마 목소리 대박이다! " 라고 하면서 흐흐 하고 웃는다.
그 애길 듣고 나도 어이없음에 스스로 웃음이 나왔다. 나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전화통화에서는 툴툴거리면서 신경질을 부리다가, 다른 남자, 남편 회사 직원을 바꿔주자
급얌전해지면서 조신한 아낙네의 모습으로 전화되는 내 목소리에 나스스로도 실소를 금할수가 없었으니까..
"엄마, 그런걸 보고 내숭이라고 하는거지? 엄마 목소리 완전 대박이야~ 엄마 진짜로 대박, 대박이었어! 짱!!"
혜미의 그 말에 괜히 민망해지기도 하고 챙피하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왜 나도 내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 다른 사람에겐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면서 정작
내 남편이나 내 아이들에겐 친절하지 않게 대하게 되는지......
두딸들에게 대하는것과, 딸들의 친구들에게 다르게 대하는 나의 모습에,
두딸들에게 예전에도 엄마, 진짜 내숭! 이라는 핀잔어린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집앞 상가에 있는 약국의 약사아저씨에게, 병원 의사선생님, 마트 아줌마에게도 늘 웃는 얼굴로 대한다.
문방구집 이쁜 젊은 부부도 오다가다 마주치면 친절하게 활짝 웃는 나 자신을 느낀다.
동네 친하게 지내는 유일한 두 언니들도 내게 참 잘 웃는다고, 뭐가 그리 좋아서 웃고 다니냐는 말을
들은 기억도 있을정도로 남들 앞에서는 참 자주 웃는 사람으로 존재했던것 같다.
그럼에도 남편에게는 내 웃는 얼굴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고, 이맛살을 찌푸리고, 째려보는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고, 창찬의 말보다는 툴툴거리는 말을 더 많이 하던 아내였다.
이상하게시리 그렇게 나는 내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친절하고 잘웃어줘야함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더 친절해지고 더 상냥해지고 웃는 얼굴도 남들에게 더 자주 보여주는 이중성을 갖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웃는얼굴로 대하는게 결코 나쁘다 할수 없지만 그 웃는 얼굴을
내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더 자주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여직도 잘 실천에 옮기지 못할때가 많다.
매번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가족이 아닌 타인들 앞에서 더 친절해지고, 더 괜찮은 사람으로,
좀더 이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나의 심리 저 안에는 어떤게 숨어 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