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기 바빠 주변 편찮으신 분들을 못찾아뵙게 된다
지지난달에 쓰러지신 이모부님, 올해 71세,
두번을 입원하셨지만 병명을 모르다가 얼마전에 서울대학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병명인 뇌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그리고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
단순한 뇌출혈로 쓰러진거라 생각하고 병원에 입원하셨을때 2, 3번 찾아뵙고
이제까지 가보지 못하고 지냈다.
늘 마음으로는 찾아뵈야 하는데 시댁의 막내시누가 장염으로 입원하고,
시댁 제사에, 그리고 아이들 방학으로 수영장 가고 영화를 보러 가면서 내 새끼들
챙기다보니 내 이모의 일인데도 그렇게 나는 무심하게 내 생활만 하기 바빴다.
그러던중 이모님이 두번이나 내게 전화를 하셨다.
보미, 혜미 데리고 이모집 근처로 오라고, 밖에서 맛있는 것 사주신다고...
몇년전에 우리집 근처를 지나시다가 잠깐 들리셨을때 이모님과 이모부님을 뫼시고
우리집 근처 감자탕집에 들러서 점심을 사드린적이 있는데 그걸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기억하시고 예전부터 나를 볼때마다 이모부님이 우리 가족들에게
밥한끼 사주고 싶다고 그리 자주 말씀을 하셨다.
그때 먹었던 감자탕이 그리 맛있었다고, 그래서 늘 그게 걸려서
이젠 죽음을 선고 받니 가장 먼저 떠오른게 보미애미가 사준 감자탕 이었다고.....
그깟 조카가 점심 한끼 사드린게 뭐 그리 목에 걸리신다고...
세자매중 맏이인 내가 제일 어려웠는데 동생들과 이모집 근처에서 자취를
하면서 몇년을 보고, 우리 세자매가 차근차근 결혼하는 모습들을 지켜보시면서
정없고 쌀쌀맞아 보이던 내가 그래도 제일 편하고 정이 깊은 조카로 생각되어졌다고 하셨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태릉에 있는 돼지갈비집에 가서 이모부님이 사주신 고기를 먹고
수박한통을 사들고 이모 집에 들렀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2시간 넘게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수박한통과 포도 2송이가 내가 이모집에 가면서 들고 간 전부였다.
내가 준비해간 돈봉투는 끝끝내 우리 차안에 밀어 넣으시고, 보미, 혜미
과자와 만원씩 용돈까지 쥐어 주셨다.
저번, 병원에 입원했을때 내가 드린 봉투도 받고 나서 이모부님께 엄청 혼났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운전하는 내내 남편과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도 나는 이모님과
이모부 생각에 괜히 콧날이 시큰해졌다.
남편과 내 아이들도 남이긴 남인지 이모부님의 병환에도 그다지 깊은 애도는 느끼지 못했다.
나도 작년 시이모님 부고 소식에도 그려려니 하는 마음이었던것처럼 말이다.
나는 맏이라는 이유로 여러차례 장례식에 참석을 해봤고
결혼을 해서도 3번의 장례식을 치룬 경험이 있다. 시아버님의 장례식, 내 할머니의 장례식, 그리고 내 큰고모의 장례식
어제 만난 이모부님은 아주 건강하게만 보이셨다.
그런데 하루하루를 죽음을 준비하신다니... 믿기지 않는다.
내가 그런 선고를 받는다면 나는 과연 어떤것부터 정리를 할까? 생각해봤다.
보여지는 모습은 건강하게만 보이시는 이모부님이신데 순간순간 어떤 물건을 인지 못하시거나
누군가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으시다.
앞으로 그런 증상은 빈번해질것이며, 그래서 정신이 온전할때 보미 애미에게
밥한끼 사주고 싶어하셨다고.......
강직하고 곧은 이모부님의 예전 모습만 알던 나는 그런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내 남편 말고, 내 아이들 빼고는 다른 사람 손 한번 잡는것, 악수 한번 한것에도
술한잔 따르는것에도 어색해 하는 나, 이모부님 손을 잡고 쓰다듬게 되었다.
그냥 그렇게 됐다. 세자매중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던 보미 애미가 제일
편하다고 말씀하신지가 몇년 되었다.
그런 우와중에도 난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난 돌아가신 시아버님 손을 내가 먼저
잡아드린적은 단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되려 아버님이 시댁에서 한달동안 지내던 어느날에, 내 손을 잡으시곤,
미안하다 보미애미야... 보미 애비랑, 느그 시엄니 부탁한다..
라는 말씀만 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시아버님 생각을 별로 해본적 없던 내가 어제 이모부님을 뵈면서 왜 그리도 9년전에 돌아가신 시어버님 생각이 나던지..
다음주에도 이모 첫손녀딸 돌이라고 하니 꼭 찾아뵙겠다고 전화를 드렸다.
내 이모는 자식도 달랑 아들 하나다. 이제 34살인 돌쟁이 딸아이의 아빠다.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이모님 모습에 언제 내 이모가 저리 늙으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 엄마가 너라도 자주 찾아가보라고 부탁을 하신다. 친정엄마도 올해 무릎수술을 하실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두 동생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다음주 일요일에 시간들 비워놓으라고... 이모님이랑 이모부님도 뵐수 있는
돌잔치에 꼭 참석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