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이야기

욕을 전혀 안 하는 친할머니와, 욕을 종종 하는 외할머니

주부모델 2010. 12. 16. 06:00

 

 

 

2006년도 결혼 9년차에 처음 시작한 3교대 톨게이트 근무로,

7살, 9살인 우리집 두 딸이 친정엄마가 계신 시골에서 25일을 넘게 지낸 적이 있었다.

울 엄마, 아이들 먹는 것을 젤로 중요시 하는 옛날 사고방식을 가지신 분이시다.

과자 같은 것, 절대로 사주지 않으신다.

된장국이나 시골스러운 먹거리들로 된 밥상만 차려주시는 외할머니셨다.

생선들과 고기들도 동네에서 잡은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이셨다.

내 두 딸들의 갸냘픈 몸을 살 좀 찌워서 보내시려고, 논과 밭으로 댕기면서도 두 딸들 세 끼니를 챙기셨다.

친정엄마가 한달 가까운 시간동안 두 손녀딸들에게 사주신  군거짓은 시골 장날 장터에서 사준 5천원 짜리 치킨 한마리가  전부 였다.

세 끼 밥을 먹이고도 중간중간 밭에서 따온 토마토(울 아이들 토마토 무진장  싫어하는데)를 갈아 마시게 하고

설탕  범벅을 해서 주고, 감자나 옥수수도 수시로 쪄서 먹이셨다.

생전 안 먹어본 무화과도 얻어와서 먹이시고.... 울 엄마의 목표는 오로지 빼빼 마른 두 외손녀들 살찌우기였다.

울 엄마는 그렇게 내 두 딸들의 마른 몸을 보면 늘 지 애미 닮아서 말랐다고

먹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그런 전형적인 할머니의 모습이셨다.

내 딸들이 말을 안 듣거나, 야무지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등짝을 패기도 했던 외할머니셨다.

그런 날이면  두 딸들이 내게 전화를 해서 고자질을 했었다.

엄마, 오늘 할머니가 나, 팔  꼬집었어. 엄마 할머니가 내 등짝 세게 때렸어. 내 볼을 세게 꼬집었어..

오늘은  할머니가 머리 감겨 줬는데  눈이 메워서 죽을 뻔 했어.

맵다고 말했는데도,  뭐가 매워 이년아~~ 하면서 욕도 했어.

엄마, 나 시골 할머니 싫어!!!

우리 보고 막 욕도 해... 이년 저년 하면서, 서울 할머니는 우리한테 욕 같은 것 한번도 안했는데

시골 할머니는 우리가 밥을 조금 먹어도  혼내 ...잉잉~~~시골 할머니 싫어..

 

 

 

 

 

 

우리 엄마는 그랬다. 시시 때때로 욕을 하시는 분은 아니지만 화가 나면 그렇게 어린 내 두 딸들에게

욕을 퍼대기도 하셨으며 등짝도 때리시는 전형적인 무식한 옛날 할머니의 모습으로 존재했었다.

내 두 딸들은 그런 외할머니를 욕을 잘하는 할머니로 인식하고 있으며

서울 할머니(나의 시어머니)보다  훨씬 덜 좋아한다. 욕을 한다고~~ 말 안들으면 때리기도 한다고..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지네들의 외할머니가 얼마나 정이 많고 다정한 분이신지를...

 

 

 

울 어머님도  내 아이를 봐주신 적이, 두 번 있으셨다.

내가 작은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있던 이틀동안 3살된 보미를 데리고 계셨다.

그리고 직장 다닐 때, 방학동안 두 아이를 3일 정도 봐주신 적도 있었다.

우리 어머님은 두 아이들에게 절대로 욕을 하시지 않는 점잖은 할머님이셨다.

먹는 것도, 내 두 아이가 먹기 싫다고 하면 절대로 강제로 밥을 먹이지 않으셨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과자나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면 함께 살고 있는 시누가 내 두 딸들에게 치킨도 사줬고

짜장면도 시켜줘서 밥 대신,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사주셨다.

우리 엄마처럼  등짝을 흠씬 나게 패는 그런 행동도 절대로 하시진 않으신다.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보미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까지는, 수시로 시댁에서 1주일, 혹은

한달씩 우리 가족이 함께 지내다 온 적이 많아서 그런지 서울 할머니를 더 친근하게 느낀다.

시골 할머니에 비해 욕도 전혀 안하고, 먹고 싶은  과자도 잘 사주시는 서울 할머니를 두 아이는 더 좋아했다.

 

하지만 두분의 힐머니에게 느끼는 내 두딸들의 정(情)은 깊지는 않아 보인다.

나를 19살때 까지 키워주신 내 할머니에게 내가 느끼는 그런 정은 내 두 딸들은 절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울 어머님은 내 앞에서도 내 두 딸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으시고 조심스러워 하신다.

며느리인 내가 어려워서 그러신 듯 싶다.

그리고 늘 내게도 말씀 하신다. 본인은 네 명의 자식들 키우면서 손찌검은 한번도 안하고 키우셨다고~~~

그에 비해 나는 친정엄마에게 부지깽이나 나뭇가지들로 심심치 않게 두들겨 맞으면서 컸다.

남편에게 들어봐도 내 어머님의 장점중의 한 가지는, 자식들에게 잔소리는  거의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은 나의 잔소리에  적응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 했었다.

다만 큰 시누는 어머님에게 흠씬 나게, 자주 맞은 적이 많았다고 진술(?)을 했었다.

 

 

 

 

 

1년에 스무번 이상, 얼굴을  보고,  욕도 안하고 과자 먹는 것을 야단도 안 치는 서울 친할머니와

1년에 한 두번 보는데 과자나 음료수도 안 사주고, 밥을 조금 먹으면 야단치시고, 욕도 종종 하는  시골의 외할머니 중

내 두 딸들이 어느 할머니를 더 좋아 하는지는 뻔한 일이다.

부지깽이로 맞기도 하고, 욕도 종종 들으면서 자랐지만 나는 어린시절을 기억 할 때,

내 엄마가 무식한 폭력 엄마였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으며,

어른이 되어 있는 내가 지금 욕을 하는 아줌마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끔씩 퍼 대시는 엄마의 욕설이 종종 나는 가슴 저리게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오늘도 나는 그런 엄마가 유난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