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보다 남에게 더 잘하는 나로 사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트 슈만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그가 대답을 했다.
" 오래 전의 일이었습니다. 지하도를 지나가다가 실수로 어떤 부인의 발을 밟았습니다.
그녀는 사과할 틈도 주지 않고 이렇게 소리 치더군요.
'어휴, 이 멍청한 인간! 그 못생긴 발 좀 조심할 수 없어요?'
그러고는 나를 쳐다보더니 금세 얼굴을 붉히며 볼멘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구, 죄송합니! 용서하세요. 제 남편인 줄 알았어요.' "
톨게이트 수납사원 근무시절, 통행료를 내는 남자 운전자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이
그 남자의 아내인지, 애인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여인에게 퉁명스럽게
"지금 뭐해? 그것도 준비 안하고.." 라고 말하면서 통행료를 낚아 채듯이 받으면
그 조수석에 앉아 있는 그 여인은 분명히, 그 남자운전자의 아내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인일 경우에는 절대로 그렇게 퉁명스럽고 짜증스러운 목소리 톤을 내지 않는다.
그리고 외간 여자인 우리 수납사원 아줌마에게는 통행료를 건네면서 미소를 지으며
"수고하십니다.." 라는 친절한 인사까지 건네는 남자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조강지처 자리에 있던 우리 근무자들은 남자들은 다 똑같다면서 뒷담화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 마누라에게는 퉁명스럽고, 내 마누라를 제외한 모든 여인들에게는 더 친절해지는
남자의 모습에, 전형적인 조강지처 기질을 가진 나는, 속으로 혀를 찬 적이 많았다.
물론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새벽까지 술을 쳐드시고 오신 서방이 꼴도 보기 싫어서 아침밥도 안 차려주고 출근을 했다.
함께 근무하는 , 김부장이 내 앞에서 회사 대빵에게 엄청 깨지는 모습을 안스러운 아침이었다.
어제 늦게까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시지도 못하는 술까지 마셨는데 일이 틀어졌나보다.
김부장의 마누라는 그런 지 서방 속도 모르고, 전화로 김부장에게 몇 분동안 퍼대면서 엥엥거렸다.
그런 마누라 전화에도 쩔쩔매는 김부장의 모습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부장 마누라도 너무 한다 싶은 생각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이해 못하는 그의 아내가
참, 철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운내세요. *부장님!" 라는 마음이 담긴 한 마디 던져주는
착한 동료가 되어줄 때가 많은 직장맘이 된다.
내 서방도 밖에서는 그 김부장처럼 숱하게 회사 대빵에게 깨지고 모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서방에게 마음을 담아서 따뜻한 말을 해 준 적이 몇 번이나 있나를
생각해보니,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는 빈 속으로 출근했을 내 서방이 불쌍하다.
나도 짧은 맞벌이를 하면서 머리로는, 남편의 고달픔을 이해해줘야지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참으로 매정하기 그지 없는 악처의 모습일 때가 많았음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