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세상

가을이 지나가고 있는 출근길

주부모델 2011. 11. 9. 06:00

 

 

 

멸치 볶음에 햄부침개랑 김치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서 출근을 한다.

가을이 와서 겨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출근길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엽들을 보고 느낀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  위에 떨어져 있는 색바랜 낙엽들을 면서 낭만적인 감상에 잠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중간에 내 머릿속 한 편에서 가스렌지 벨브를 잠궜는지를 기억해보려는 아줌마가 되고 만다.

바스락 소리를 낙엽 밟는 소리에 파르르 떨림만 느끼기에는 나는 너무 생활인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출퇴근을 걸어 다니면서 느낀 것들의 중에 한 가지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 직원들중에서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전거를 탈 수는 있으나, 두 딸들의 자전거를 두세번 구입했다가 분실한 다음부터는 자전거 구입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출근길에 운동을 하러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웬지 여유롭게 느껴지기는 하나,

아마도 나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다면 이런 아침 나절의 20분동안의 걷는 운동도 절대로 하지 않는 아줌마로 존재할 것 같다.

 

 

 

 

 

 

등산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주말이면 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저들이 다녀온 산에는 단풍이 져서 실제로 가서 보면 참으로 멋질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요즘에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라고 길거리에 나뒹구는 낙엽들을 쓸지 않는다는 애길 동료중 누군가에게 들었다.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도 날짜를 지정해서 낙엽들을 치우지 않으니 가을을

느껴보라고 낙엽길을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을 본 적도 있는 것 같다. 

 

 

 

 

 

체육관이 있는 길로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도 그 길이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카메라에 이런 정경들을 담는 것이 남들 눈에 띌까봐서 몰래 몰래 눈치 보면서 사진을 찍는

소심한 내가 좀 우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제는 용기를 내서 카메라를 들고 출근길을 나섰다.

아침 나절엔 선선한 것 같지만 아직은 바람이 시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요즘, 아직은 가을이 다 가지

않음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매일 출근을 하면서 보는 풍경중의 하나가 연세드신분들의 운동하는 모습들인 것 같다.

매일 지나가는 공원근처에서 정확히 아침 8시 10분에서 15분이면 뵐 수 있는 할머님 한 분이 계신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그 분이 나와 계시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날 어김 없이 내가 그 길을 지나갈즘에 여전한 모습으로 허리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번도 눈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분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그 분이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회사 근처에 자리 잡은 이 벤취는 종종 담배피는 남정네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곁에 쓰레기통이 없어서인지 종종 이 벤취 주변에서는 피다 버려진 담배꽁초를 자주 보기도 한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들 때문에 혹여라도 불이 날까봐서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서 몇 번 내가 신은 구둣발로

담배꽁초를 밟거나, 아무도 없을 때 꽁초를 주워서 쓰레기 봉투에 버린 적이 있다.

제발이지 우리나라의 존재하는 모든 애연가들이 담배꽁초만이라도 쓰레기통에 버려주길 간절하게 바래본다.

 

 

 

 

 

15층짜리 건물의 5층과 6층 건물이 내가 소속되어 있는 삭막한 내 직장이다.

가을빛이 완연한 요즘 이 빌딩 색깔 또한 어딘지 모르게 더 쓸쓸하게 보일 때가 있다.

매일 매일 같은 곳으로의 출근하는 것, 아니 출근해서 일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나를 기쁘게도 하지만, 가끔씩은 힘들고 지쳐서 오늘은 정말로 출근하기 싫다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건물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출근하는 현재의 내 회사 건물에도 가을은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입사한지 4개월이 넘었다.

여름에 입사해서 가을을 맞이하고 이제는 곧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나를 비롯해 나와 같은  날짜에 입사를 한 교육생 5명 중에서 유일하게 나, 한 사람만 남겨두고 모두가 퇴사를 했다.

젊은사람들이라서 박봉에 장래성이 없어 보이는 이 직장에서 가을을 맞지 않고 예저녁에 그만두었나 보다.

가장 먼저 그만둘 것 같던 나는 아직까지 버티고 다니고 있는데, 실력은 있어 보이던 다른 입사동기(?)들은 다 그만 두었다.

 

 

 

 

 

 

 

현실도피을 위해서인지 아님 다른 이유에서든 나는 요즘 끊임 없이 활자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다.

최소한 1주일에 두 권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

엊그제는  "공포"라는 테마소설집을  읽었고 어제부터는 김영현 작가의 "폭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것도 가을을 타는 내 모습 중의 하나 일런지도 모르겠다.

시댁, 남편의 대한 문제를 잊고 싶은 마음에 이리 책을 읽는 요즘, 가을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