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이야기

남편과의 데이트 비용마저 아끼려는 모습이 싫다.

주부모델 2012. 1. 14. 06:00

 

 

 

 

 

토요일을 앞둔 금요일날 늦은 밤시각에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회사에서 출발하니까 밖에서 막걸리 한 잔 하게 외출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남편의 데이트(?) 신청이었다. 아주 가끔씩 이렇듯 남편은 월급이외의 수입이

생기는 날에는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가 있다.

알단은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계를 보니 남편이 도착할 때즘이면 밤 11시가 넘는 시각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있었다.

딸들이라서 그런지 엄마 아빠 둘만의 데이트를 환영하는 편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 들어오면서 지네들이 좋아하는 과자 두 봉지와 음료수를 사다 줘야 한다.

 

축구를 하고 와서 쥐가 난다고, 데이트(?) 장소인 민속주점까지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한다.

바로 코 앞인데.... 걸어가도 10분이면 되는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가다니~~

택시비가 2,400원이다. 아깝다. 남편 다리에 쥐가 난 것도, 남편과의 데이트라는 것도

잊고 그저 택시비 2,400원이 아깝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아줌마였다.

데이트 하기가 싫어지고, 데이트 비용으로 막걸리 집에서의 지출될 돈을 내가 갖고 싶다는 맘만 들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이 참 속물스럽다고 느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것은 아까워 하면서 다른데서 그다지 알뜰하지도 않는 나 자신이 좀 어이 없기도 했다.

 

 

 

 

연애시절에도 그러했지만 내 손은  차갑고, 남편의 손은 늘 따스하다. 그런 우리 둘이 손을 잡고 걸을 때가 있다.

내가 먼저 잡을 때도 있고, 근래 들어서는 남편이 내 손을 잡고 옆구리에 끼고 걸어갈 때도 있다.

중년 부부의 모습으로 우리가 가끔씩 들리는 집 근처 민속주점이 있다.

파전과 계란찜이 맛있는 집이고,  집에서 가까워서 앞으로도 가끔씩들리게 될 것 같다.

막걸리 2병과 두부김치와 계람찜 안주를 시켜서 먹었다. 두부김치와 계란찜 안주가격이 각각 11.000원이었다.

오메.. 아깝다..  두부 한 모에 2천원, 김치는 우리집 김장김치가 더 맛있는데....

계란 10개짜리 한 판도 3,800원이면 살 수 있는데...쩝~ 아깝다..

11,000원이나 주고 먹으려니 고춧가루 하나 남김 없이 깨끗이 비우게 된다. 국물도 한 수저도 남기지 않고 먹는다.

막걸리 한 잔을 따르고 그 자리를 뜰 때까지 고사를 지내는 나,

혼자서 막걸리 한 병반을 마시는 남편이었다.

 

 

근래 들어 부쩍 가까워진 우리 부부, 하지만 여전히 둘 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면

영업직에 종사하는 남편보다,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을 가진 내가 더 많이 떠들게 된다.

내가 말을 더 많이 하고, 대화를 이끌어 가게 된다.

15년을 함께 살고 있으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앉는 그 짧은 순간에 다소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남편의 회사 생활을 내가 물어보거나 아이들 애기 그리고 시댁 이야기가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의 주제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하거나, 몸에 좋은 음식들 애길 자주 하게 되는 듯 하다.

돈 애기를 되도록 안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나도 모르게 불쑥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다.

물론 남편이 먼저 내 앞에서 돈 애길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민족주점에서의 지출은 30,000원, 택비시 왕복으로 5,100원, 남편에게 받은 현금은 50,000원

신용카드로 계산을 했기에 통장에 그 만큼의 금액을 입금 시킨다.

가계부란에도 수입을 50,000원 부수입으로 잡고, 문화비 교제비로 30,000원, 교통비로 5,100으로 기록을 한다.

도합 우리집 가계부 수입은 14,900원이 늘었음을 확인한다. 기록은 이렇게 철저하게 하지만

글쎄.... 그걸 내내 기억하고 있거나 다른 데서 알뜰함을 노력을 하는 주부는 되지 못한다.

남편과의 데이트에도 머릿속으로 계산기 두드려대는 삭막한 내 모습이 참으로 싫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남편과의 이런 시간들이 내게 선사해주는 여유로움과 포근함은 생각하지 못하고

몇만원의 지출을 아까워하는 속물같은 아줌마가 되어버렸는지 문득 서글프다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