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잠을 이루기 위해서 서너시간을 뒤척여야 하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생기는 이런 증상이 올해는 조금 더 심해진듯 싶다.
결혼을 하고 나서 습관적으로 성묘를 다녀왔고, 습관적으로 명절 음식들을 준비해서 시댁을 갔고,
습관적으로 봉투를 어머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명절이 끝나고 나면 며느리라는 이름을 가진 나는 늘 상처를 받았다.
어떤 복잡한 일들이 있어도 잠을 잘 이루던 남편도 언제부터인가 명절이 다가오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가 되었다.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시는 시할머니에게 일금 얼마를 송금해드리고, 안부전화를 드리는 일도 부담이 된다.
며느리인 시어머님을 대신해 맏손주인 남편과 내가 할 몫이라고 해서 그리 했던 일마저 부담이 된다.
두 시누들의 비해 경제적으로 마음적으로 어머님에게 잘해드리지 못한 맏이로서의 비교 당하는 일도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진다.
금전적인 부담도 부담이지만 점점 나는, 이렇게 시댁에 가는 일을 불편하고 힘들게 느끼는 며느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엔 시아버님 성묘를 다녀오면서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납골당에 뿌려지신 내 친할머니 성묘도 다녀왔다.
나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모든 기억을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음에도 어머님이나 시누와 함께
가는 시아버님 성묘길엔 내 할머니 성묘를 다녀오지 못했는데 작년부터 시누와 시어머님과의
동행을 하지 않아도 된 뒤부터는 마음 편하게 할머니가 뿌려지신 납골당에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살아생전에 2년에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던 할머니셨는데 이리 돌아가시고 나서 가는 성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쓸데없는 잡념들과 걱정들을 다 날려버리고, 단순하고 뻔뻔하게 살고 싶다.
지금도 나는 뻔뻔하고 이기적인 며느리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번 최선을 다했어도 현재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면 천하의 나쁜 며느리가 되는게 시댁이라는 곳이니까...
내 남자의 어머님이시다.... 내가 뻔뻔해지면 내 남자가 힘들어진다.
그런 내 남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내가 너무 힘든 과정들을 또 겪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