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행하는 것과 의무감에 행하는 것의 차이점
남편이 입원해 있는 동안(12일) 이틀에 한 번꼴로 남편을 보러 갔다.
2시간 30분 넘게 걸리는 시간동안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면서 남편에게 다녀왔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갔으며, 병원에 있는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는 심정으로 다녀왔었다. (아프면 더 외롭단걸 알기에....)
그리고 남편이 보고 싶어서 다녀왔었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세상에서 젤로 나를 인정해주고 고마워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남편이니까...
결혼하자마자부터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시아버님의 병문안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녔다.(한달 정도)
그 후로도 수시로 입퇴원을 하셨던 아버님이셨지만 자주 찾아뵈러 갔었다.
집에서 가까웠던 탓도 있었지만 며느리로서의 도리 때문이 아니라 아버님이 좋아서 그럴 수 있었다.
못난 아들이 죽자사자 쫓아다녀서 결혼해준 며느리인 내게 고맙다고 말씀 해주셨고, 나를 인정해주시는 아버님이 좋았다.
건강하지 못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된 것 같다고, 미안해 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에 내 마음이 더 아파었다. 작년 시어머님이 허리 수술을 받으시고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동안(1주일) 딱 한 번 병문안을 다녀왔었다.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으며, 그것도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다녀왔었다. 가고 싶어서 간게 아니라 남편의 어머님이니까 의무감에, 도리상 갔었다. 그렇게 나는 차가운 며느리로 변해 있었다.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린 것도 아니었고 그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다녀왔을 뿐이었다. 최선을 다 해도 부족하게만 느끼시고, 한 번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향친구의 생후 한 달도 안된 아들이 큰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을때, 그 친구의 사춘기에 접어든 큰 딸을 위해서 예일곱가지 넘는 밑반찬들을 싸들고 버스와 전철 그리고 다시 전철을 3시간 가까운 거리를 타고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7,8년전즘) 나도 지지리 어려운 상황에 있었을때였는데, 넉넉치 않는 그 친구 손에 10만원 봉투를 들려주고 돌아오면서 친구의 손을 잡아주면서 진심으로 아들내미의 완쾌를 응원한 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였으니까..... 내가 참, 좋아하는 고향친구와의 전화통화를 하면서, 갑자기 어려워진 친구의 상황을 알고, 재작년 내가 글을 써서 받은 상금 백만원중에서 거금(내겐 거금이었다) 60만원을 남편과 의논한 다음 , 그 친구에게 빌려주면서 기운 내라고 어떤 경우에도 나쁜 생각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울 것 같은 그 친구의 앞 날을 진심으로 응원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친구와 연락도 되지 않는 지금도 그 친구가 건강하게만 잘 살아주고 있기만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지금도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하니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의무감이라는 단어와, 책임감 그리고 도리라는 단어에 굉장히 민감하게 살았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편이다. 내가 남편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주 작은 실수만 했던 아주 오래 전에 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난 내가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일은 함께 할 수 있지만 부부라는 이름으로는 절대로, 죽어도 한 집에서 살 수가 없는 사람이다.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속물스러움을 갖게 된 아줌마가 되어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대할 때도 내 마음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는 철면피로 변해 있긴 하지만, 마음으로는 절대로 그런 사람을 쉬이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궁실렁 거리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뭐든 해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사람중의 한 명이다. 그 사람이 저지른 실수가 넘쳐놔도 봐 준다. 아마 그 사람이 누굴 죽였어도 그 사람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늘 나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더 유리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란 탓도 있겠지만 나는, 맏이로 자라면서 두 동생들의 비해서 누린 작은 혜택들의 대한 보상에서 그런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받은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 한다는 오버스러운 마음도 갖고 있었고, 조금은 손해 본듯히 착한 사람으로 살면 그 공덕이 내 두 딸들에게 돌아갈거라는 착각을 하면서 살았다. 그런 내가 요즘 들어서 그런 의무감이나 도리라는 단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답답하고 귀찮고 그리고 모든게 번잡스럽게만 느껴지고 이런 내 성격이 결코 좋치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하는 요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