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세상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지 않기

주부모델 2012. 4. 4. 11:26

 

 

 

어린 시절, 할머니나 엄마가 밥상을 차려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의 새 옷을 사 주고, 학교 수업에 필요한 학용품을 사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랑해주고, 보살펴 주는 모든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다녀온 나의 두 딸들이. "엄마, 나 배고파.. 밥!!!" 라고 말하면 먹을 것을 챙겨주는 나를 보면서

자식이 배고프다고 하면 밥상 차려주는 것은 엄마가 당연히 할 일이라고 내 딸들도 생각 하고 있을 것이다.

 

 

명절때마다 내려오신 삼촌이 새 옷을 사주는 것을 처음에는 나도 고맙게 생각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삼촌이 나의 새 옷을 사주고, 필요한 학용품을 사주고

말하지 않아도 내 손에 용돈을 쥐어주는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로 변했을 것이다.

미혼인 막내시누가 명절이나 학교 입학때마다 내 두 딸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옷을 사주는 것을

고모가 조카에게 해준 것이니 그다지 고마운 일이 아니라고 내 딸들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술 회사를 다니는 남편이 명절이나 특별 한 날 받아온 술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받았으면서도, 그런 인심을 쓰게 해준 남편에게 고마워 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겐 애물단지인 술이, 때론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선물이 될 수 있는 것에 고마워 하지 않았다.

화장품회사에 다니는 시누가  가끔씩 챙겨준 화장품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고마워 하면서

상품권들로 답례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것도 당연한 일처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정엄마가 철철이 부쳐주시는  쌀가마니와 양념들을 비롯한 먹거리에 대해서도 받았을때만

감사하다고, 잘 먹겠다고 전화 한 통만 드렸을 뿐,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넙죽넙죽 받아만 먹었던 것 같다.

어쩌다가 부쳐드리는 친정엄마 용돈를 뿌리치고 사양만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죄송하고 속상해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것도 엄마의 통상적인 제스처로 생각하고는 엄마의 용돈 챙기는 것은 거의 하지 않는 큰 딸이 된 것 같다.

친정에서  받아서 챙기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고, 시댁은 의무적으로 무조건 내가 챙겨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은행에 다니는 제부 덕분에 해마다 거르지 않고 챙길 수 있는 나의 필수품인 가계부를 받는 것에도

언제부터인가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게 되었고, 사는 형편이 나보다 조금 낫다는 이유로 친정의 모든 일에

맏이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둘째 동생의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 동생네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월급쟁이이고, 대출을 안고 현재 집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고는 문득문득 동생이 하는 많은 선행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거의 매일 매일을 이혼을 꿈꾸며 지내던 시간들을 이 사이버 공간에 글로 풀어 놓음으로

우울증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깊지 않게 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어가고 있음도 느낀다.

칼럼형식때부터 지금의 블로그로 이어오기까지, 내가 이 공간에서 얻은 마음의 위로는 크고도 큰데도

그런 지나간 시간의 대한 고마운 마음들도 잊어가고 있으며, 댓글로 혹은 독자란의 글로 내게

큰 위로를 준 사람들의 대한 기억과 고마움도 잊어가면서 점점 블로그에 소홀히해져 가는 나의 모습도 보게 된다.

 

 

세상살이가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의 호의를 처음에는 고마워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다가, 그런 것들이 일상이 되서

받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고마움이나 감사하는 마음 따위는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절대로 저런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라고 다짐도 해 본다.

고마운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되려 안해주면 왜 안해주냐는 식으로 변하는 그런 뻔뻔한 사람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