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읽고
50대에 접어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두렵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은 김훈 작가의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에 대한 짧은 독서감상문을 올려본다.
<언니의 폐경>은 50대에 접어든 두 자매가 혼자 살게 된 단편소설로 김훈 특유의 여성적 감각으로 섬세하게 잘 서술한 작품이다.
2년전 추석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던 형부가 비행기사고로 죽고나서 언니는 혼자 살고 있다.
주인공인 '나'는 시어머니가 죽고 딸 연주가 유학을 떠난 뒤 남편으로부터 갑자기 이혼제안을 받고 혼자 살고 있다.
난 이미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것을 남편 옷에 묻어온 머리카락을 보고 눈치채고 있었지만 중년의 나이에 그 정도 바람쯤은 모른척 해줄 수
있었기에 애써 모른척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유학간 딸의 부탁을 받고 남편의 서류들을 준비하면서 남편의 입사동기인 인사부장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남편이 전무에서 대표이사가 되면서 남편은 제일 먼저 인사부장을 정리해고 했었다. '나' 는 그런 인사부장과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두 자매는 이런 사건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남편을 잃은 언니는 회사보상금을 자식들과 시댁식구들에게 뺏기고도 남은돈으로 동생인 '나'의 살림살이를 마련해준다.
'나'는 남편의 이혼제안을 받았을 때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함께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 헤어지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에 순순히 이혼에 응한다.
보통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이나 사건일 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녀들의 관조적인 시선이 부러웠다.
이런 사건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두 자매가 신경이 무디거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읽으면서 알 수 있었지만
매사에 감정적인 일 처리를 하는 나로서는 글 속에서 보여지는 두 자매의 모습을 진정 닮고 싶었다.
남편의 옷에 묻어있는 머리카락만 보고도 젊은여자의 생김새를 알 수 있는 나와,
인사부장과 만남을 감추려 했던 '나'에게 언니는, 남자의 옷에 털이 묻는다고 앙고라 옷은 입지 말라는 조심스러운 충고까지 해준다.
두 자매는 삶을 바라보기만 하는 인물들은 아니다.
언니는 손자가 가이바시라에 목이 막혔을 때, 손자를 거꾸로 쳐들고 등을 쳐서 토해내게 하는 민첩한 행동도 할 줄 아는 할머니이기도 했다.
다만 그녀들은 노년의 시작일 수 있는 50대의 여성으로 인생의 황혼기를 예민하지만 조용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교양과 지혜를 갖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작가가 남자임에도 50대 여성의 몸의 변화와 내면의 심리를 과장없이 잔잔하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제5회 황순원 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김훈에 대해서는 지난 학기에서 내내 수필로 배웠던 작가이기도 하다.
1948년 5.5 서울 종로구 운암동에서 김광주와 정묘순씨 4형제 중 세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김광주씨는 광복 후 경향신문
문화부장과 편집부장을 지낸 적 있는 언론인이었다. 김훈 그런 아버지의 대필을 맡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소설수양을 했다고 한다.
저서로는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1994><칼의 노래- 2001><강산무진-2006>등등이 있고,
에세이집으로는 <선택과 옹호-1991><풍경과 상처-1994><자전거여행-2000>등 여려편이 있다.
특히 김훈 작가의 글 들중에 여자와 관련된, 여자를 비유한 글들이 많은게 특징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올 봄즘에 읽었던 소설인데 고딩인 큰 딸 숙제때문에 다시 한 번 기억을 더듬어보면서 리뷰를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