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게으름에 대해

2009. 6. 5. 17:38카테고리 없음

      외롭다는 생각 자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다 외롭다 라는 말처럼 모든 세상 사람들 모두 다 자신은 외롭다는 느낀다고 했기 때문에........ 어제 자정이 넘어 어김없이 술자리가 있는 남편이 전화를 해서 택시를 타고 노원쪽으로 넘어오라고 했다. 대리운전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주류회사 영업이사, 술자리가 그나마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1주일에 최소한 서너번은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이다. 99%가 거래처다 여하튼 일때문에 만들어진 술자리다. 나와 같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은 예전에 몰랐지만 맘편하게 마시는 술자리와 일때문에 술을 마시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고 버티다가 집에 들어와서, 아니면 나와 함께 단둘이 차에 타면 단번에 고꾸라진 남편의 모습을 늘 나는 한심해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나, 그런 남편이 안스럽고 나보다 훨씬 훨씬 더많이 외로울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많은 술자리로 만들어진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겉으로 친하게 보이고 영업을 목적으로 시작했어도 마음을 터놓고 애기 하는 이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한, 내 남편은 정녕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술에 취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님이야, 젤 좋아하는 후배야 동생이라고 등등 나에게 소개를 시켜줬지만 나만은 안다. 술취했을때 그 분위기에 취해, 앞으로 그 사람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이유때문에 친근함을 약간은 과장하는 제스처라는것을...... 일요일마다 축구를 하고 저질 몸매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1주일동안 술로 채운 뱃살을 빼기 위한 노력을 하는 남편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내 남편에게 진정한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을까?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떤 친구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힘들고 외롭다고 느낄때 맘을 확 터놓고 맘껏 울기라도 할수 있는 친구가 남편에겐 웬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로서 남편에게 해줄수 있는 몫과 내 두딸들이 남편을 기쁘게 해주는 부분도 있지만 가족들이 채워줄수 없는 그런 부분이 분명 존재할것이다. 나에게 다 말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니, 나와는 성격이 다르니 나처럼 미주알 고주알 떠벌리는 성격도 아닌 남편은 더더욱 마음의 친구가 필요 할것이다. 세상의 아무리 좋은 아내라도 ,아내가 해줄수 있는 부분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 친구조차도 채워줄수 없는 중년의 외로움도 존재하게 된다는것을 내 자신이 요즘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에 나와 아울러 남편의 40대 중반의 깊은 상심과 외로움을 생각해 봤다. 늘 같은 일상이 사람이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때론 사나흘 정도만 쉬고 싶기도 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할텐데...... 나도 그러했으니까.......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 나는 남편에게 살갑게 대하는 부드러운 아내의 역할은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작은아이 학교 도서도우미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내일과 모레는 또 쉬는 날이다. 뭘 하면서 보내야 하는지는 주말이면 고심하게 된다. 아이들을 위해서 최소한 뭔가를 해줘야 할것 같은 느낌에...... 남편은 어김없이 일요일 아침에 축구를 갔다가 오후 1시에 돌아오면 우리가족은 그냥 따로 지낸다.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밖에 나갔다 놀다가 텔레비젼 좀 보다가 저녁 먹고 자는게 대부분의 우리집의 보통 일요일의 일과다. 그래서 웬만하면 나는 이젠 휴일이면 동생집이고 시댁이고간에 차라리 집을 떠나 있는게 편하다. 그나마 그조차도 내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수 있는 날이 일요일뿐이라고 가기 싫어하고 있으니........ 차를 타고 야외로 나가자면 경비지출도 걱정되고 주말이면 교통체증때문에 나갔다 오는 날엔 녹초가 되는것이 귀찮아서 점점 게으른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