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큰맘 먹고 거금을 투자해서 집단장을 한 우리집이
이번 장마로 또 다시 주방천정쪽에 비가 샌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일괄적으로 여러세대를 방수공사를
하고 나서 두해가 지나고 나서 더 이상 비는
새지 않은것 같아서 퇴직금과 중고차를 팔아서 집단장을
한 나는 이번 장마로 인해 다시금 주방 천장에 빗물이
새는것이 다시 한번 좌절을 했다.
재개발 한다고 해도 늘 무심했던 나였지만,시간이 갈수록
이 근방에서 가장 오래되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이 아파트에
도저히 정이 들지 않는다.
수돗물에서 수시로 녹물이 나오고 수압이 약해서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를 할때도 인내심을 갖고 해야 하는 이 후진
아파트를 늘 벗어나고 싶어서, 서울 중랑구쪽으로 나가
전세로 사는게 낫다 싶었으면서도 이제까지 망설이다가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3300만원 방두칸 짜리 10평짜리 전세 살다가 지금 이곳 아파트에
처음 이사했을때 22평 지금의 우리집이 너무 넓어서 행복해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이 아파트를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하고 있다.
결혼전에 다니던 직장도 서울쪽으로 나가면 다시 다닐수 있을것만 같고
너무 구석지에 살고 있는지라 직장 구하기도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이런 저런 문제들로 쉽사리 이곳을 떠나질 못하고 있다.
남편의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도 또 다시 남편이 지방간이
있다고 나왔고, 허리 디스크 때문에 고액의 주사제를 투여 받고
날마다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알콜성 지방간이라서 3주일만 금주만 해도 지방간은 없어진다고 하지만,
꾸준하게 했던 휴일날 축구도 허리디스크 때문에 당분간은 못하게
된다고 해서 요즘 남편은 울상이다.
마흔살이 넘어가고나서부터 확실하게 남편의 건강이 조금씩
나빠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남편의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상은 완전한 금주는 불가능할것이다.
예전에도 눈의 염증 때문에 40일간 완벽한 금주를 한적이 있었지만
주류영업이사이라는 직업을 가진 남편에게 40일간의 금주도
크나큰 곤혹스러운 일이었으며 회사에서의 남편의 자리도 불안했었나보다.
친정엄마께서 양파 40키로와 헛개나무와 몇몇의 한약재를 넣어 달인 물을
내일쯤 택배로 부쳐주신다고 하신다.
농사일로 장마까지 겹쳐서 바쁘고 힘들실텐데... 늘 엄마에겐 나는 도움이
안되는 딸이기만 한듯하고 친정엄마 등골만 빼먹는 큰딸이다.
40키로짜리 쌀을 택배로 부치면서도 택배비를 착불로 부쳐서 미안하게
생각하시는 친정엄마를 보면, 난 절대로 내 두딸들에게 그런 엄마는
못되어 줄것 같다.
1년에 한두번 엄마에게 부쳐드리는 10만원에도 욕만 잔뜩 하시고
보미 고등학교 들어갈때 주실려고 내가 그동안 드린 돈은
적금통장으로 만들어 놨다고 하시는 친정엄마.........
나는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나와 비슷한 세대 엄마들도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의
우리네 친정엄마들처럼 그런 한없는 희생적인 엄마가 되어줄수
있을까?
아침마다 아침밥을 차려 두아이를 먹이려는 일로 사투를 벌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기를 싫어하는 두 아이를 위해
12살 10살짜리 두딸들에게 사정을 하면서 밥을 먹인다.
학교를 다녀와서나 저녁시간엔 수시로 뭘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인데
아침밥 먹는것은 되려 늘 스트레스 받아한다.
내가 직장 다니면서 수시로 아침밥을 굶겼던게 큰 원인인것 같다.
157이라는 키에 32키로라는 저체중을 가진 우리집 큰아이를
이번 방학때 최소한 3,4키로는 늘려볼 생각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큰아이를 보면 화가 날 지경이다.
식사량이 많치 않아서 그렇치 결코 편식은 하지 않는 아이인데
체중이 늘어날줄 모른다.
그래서 큰아이와 함께 목표를 세웠다. 이번 여름방학때 체중을
37키로까지만 늘려보자고 말이다...........
가끔씩 핸드폰으로 문자가 온다.
전에 다니던 톨게이트 언니들에게......
그런 문자를 받을때마다 직장을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요즘 처럼 비가 연일 내리는 날엔 부스안으로 빗물이
들이쳐서 참 곤혹스러워 하던 기억이랑, 통행료를 내면서도 결코
와이퍼를 끄지 않아서 입고 있던 유니폼에 빗물이 튀는데도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하지 않던 몰상식한 사람들도,
초번 근무후에 비가 잠깐 그치면 도로위 쓰레기를 줍고 퇴근하라고
하면 쓰레기봉지 들고 도로위로 나가서 쓰레기를 줍던 그 기억도
지금은 모두가 아련한 추억처럼 그립기만 한 기억들이다.
올여름부터 유니폼이 빨간색으로 바뀐걸 지난번 시댁 갈때
봤는데 벌써 그 모습에서 내가 그곳을 떠난지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음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그립고, 직장을 다니고 싶지만 그 3교대 일은 다시 하기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없고 그 잠못잔것에 대한 기억과 밤근무때마다
경험했던 속쓰림과 졸음과의 전쟁의 대한 기억으로 정말이지
3교대 일은 두번 다시 못할것 같기만 하다.
작은아이때문에 학교 도서관 도우미일을 한지도 5개월이 됐다.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짧을 정도로 그 도서관일은 재미있다.
한달에서 엄마가 도서관 도우미 일을 하러 오는 이틀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아이를 보면 내 마음도 흐뭇하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일은 그런 일이 아닐까 할정도로
그 도서관 일은 지루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으며 즐거웠다.
아마도 그게 직업이라면 내 마음 가짐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녹색어머니회 일하고 비교해선 그 도서관 도우미 일은
내 적성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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