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 06:30ㆍ★ 부부이야기
7년전 1월의 추운 겨울날 새벽 3시경, 우리부부는 아주 치열한 부부싸움을 했었다.
매번 같은 이유인 남편의 잦은 술자리로 인한 늦어지는 귀가시간 때문이었다.
취할대로 취한 남편에게 따져봤자 소귀에 경읽기로 아무 소용 없다는것을,
이론상으로는 너무나도 잘알고 있음에도 비틀거리며 들어서는 남편을 노려보면서,
욕실로 들어가는 남편을 향해 따다다다 속사포의 말들을 발사했었다.
제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고 뭔말을 하고자 했는지
지금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그 당시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가슴이 터져버릴것 같아서 그런 행동을 했었고 그로 인해 싸움은 커졌다.
식탁의자 한개가 남편 손에 들려져 허공을 가르더니 박살이 났고, 자고 있던 두딸들은
놀래서 깨고, 그런 모습에도 나는 콧웃음을 치며 팔짱끼고 서서 지켜보기만 했었다.
육두 문자가 남편입에서 쏟아졌고 그 욕설에 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더러운
벌레 보듯히, 세상에서 제일 불결한 동물을 보듯히 남편을 쏘아보면서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리곤 겁에 질려서 훌쩍거리고 있는 두딸들을 다독거리면서 나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이렇게라도 저 남자와 계속 살아야 하는걸까? 오전에 시어머님의 전화로 이미 내 오장은
뒤틀려 있었는데 서방까지 또 내 염장을 다시 질러 놓고, 이달 카드값을 어찌
막을지 막막한데 저 사람 같지 않는 놈은 또 집안 집기를 때려부수고 있고,
이젠 멀지 않아 저 새끼 손에 내 멱살이 잡힐거구 그 다음엔 머리채 쥐여져서 휘둘러 질거구,
눈탱이가 밤탱이가 될거구, 점점 실성한 여자로 변해가는 내모습들이 저절로 그려졌다.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두딸들을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아.. 이제 자자 괜찮아!" 라는 말만 되뇌였다.
그 말은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었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 하고 있었다.
죽어버렸으면 좋겠고, 하늘이 차라리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고, 나도 실컷 욕하고
나도 실컷 야구 방망이 같은것 들고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박살내서 깨부수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면서 오늘의 이 치욕스럽고 더러운 기억을 죽을때까지 잊지 않을것이며,
두딸들에게 이런 공포심을 안겨준 저 남자를 절대로 용서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 자신을 해함으로서 저 인간이 충격을 받아서 평생동안 죄책감으로 괴로워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입술을 피멍이 맺힐정도로 깨물면서, 오그라지는 내 심장을 부여잡고,
눈물로 뒤범벅이 된 희뿌연 내 눈앞에는, " 엄마 울지마..... "라는 말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6살난 보미의 슬픈 얼굴은
날카로운 면도날이 되어서 다시 힌번 내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옥 같이 느껴지던 시간들을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자주 겪어 내야만 했었다.
텔레비젼 채널을 두고 남편과 내가 작은 실갱이를 하던중에 내 입에서,
"저 텔레비젼 내거야, 그러니까 내맘대로 볼거야!" 라는 말이 나가자,
" 엄마 진짜 치사하다. 그치 아빠! 아빠가 번돈으로 산거잖아..지금도 아빠 혼자 돈벌잖아! "
13살된 보미가 그렇게 또 지 아빠 편을 들면서 나를 밉상스럽게 노려본다.
" 시끄러! 오늘은 내맘대로 할거야. 너 금전출납부 이번에는 다 기록했지?
알지? 제대로 기록 안했으면 내일이 용돈 받는날이어도 국물도 없다는것 알지? "
벌떡 일어난 보미 쿵쿵거리며 일부러 크게 발자국를 소리 내며 지 방으로 가버린다.
" 애한테 치사하게 용돈 주면서도 뭘 적으라고까지 해? "
" 됐어! 내가 알아서 해, 당신은 보미가 나중에 흥청망청 과소비 하고 분수 모르고
카드 긁어대다가 신용불량자 되면 책임져 줄수 있어? 우린 그런 능력 없어 알지?"
" 알았어... 알았어... 또 단골 레파토리 나온다..."
거짓말 하는것만은 엄하게 다스리고 있으며, 절대로 용서못하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남편의 지난, 거짓말들에 질려서, 난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것을 제일 못참아한다.
아이들이 하는 실수중에, 솔직하게 애길 하면 좋게 타이르는 선에서 넘어가는 엄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것엔 난 절대로 용서를 하지 않는 엄마였고 그건 지금도 그런다.
우리집엔 아이들을 따로 처벌하는 회초리가 준비되어 있다.
회초라기 보다는 가는 몽둥이 수준의 그런 매가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을 매로 다스리는것 반대하는 교육적인 부모들이 볼때 난 아주 비교육적인 엄마일런지 모른다.
앞으로도 나는 매를 들어서 처벌을 해야 할 경우엔 처벌을 하는 엄마로 존재할것 같다.
분수를 모르고 자기 주제를 모르는 사치 하는것을 늘 경계하는 엄마다.
내가 과거에 카드로 고생한 경험을 토대로 두딸들이 혹시라도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무절제한 카드 남발이나 과소비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한심한 처자로 키우고 싶진 않다.
이 두가지를 빼곤 나는 엄마로서 다른 자질은 낙제 점수일지도 모른다.
수년전에도 남편 가족 누군가 카드대금 연체자가 되서, 우리 부채만으로 숨통이 막힐때에
800만원이라는 돈을 또 대출받고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빌려줘서 그 돈을 받기까지
더럽고 치사한 경험을 했던 나는 내딸들이 그런 속없고 뇌가 없는듯한 행동을 하는
처자로 자라지 않기 위해서 금전출납부 기록과 정해진 용돈으로 계획을 세워서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중이다.
아이들 공부는 안봐줘도, 문제집은 덜 봐주더라도, 금전출납부와 용돈 관리 하는 방법에
더 비중을 두고 있으며,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 하는 짓을 하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는것에 노력을 하고 있다.
남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한적도 있었다.
나 자신의 대한 비참함으로 나 자신을 해하고 싶었던적도 있었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보다 내 상처가 더 컸던것을 먼저 생각하고 치열하게 싸웠던적도 있었다.
요즘의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작은 평화로움, 빼앗기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의 대해, 조금씩 생기는 자신감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두딸들과 한 이불속에서 하하호호하면서 수다 떨면서 누리는 작은 행복을 오래오래 누리고 싶다.
엄마 아빠로 인해 어릴때 받은 내 딸들의 마음의 상처가 이젠 아물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부시시한 마누라를 보고도 뽀뽀를 하고 출근을 하는 남편의 마음이
진심이길 바라고, 나로 인해 자신이 진짜 사람이 됐다는 남편의 말도 진심이길 바라며,
그 남자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나랑 두딸들과 함께 오래오래 살아주길 기도한다.
두딸들도 이 험한세상에서 곱고 이쁘게 자라서 한사람의 사회인으로서 한몫 하는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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