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3. 06:00ㆍ★ 부부이야기
술한잔을 걸치고 새벽서너시에 들어와도 아침 여섯시면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이다.
그리 많은 숱한 날들을 술에 쩔어서 들어왔으면서도 술때문에 14년동안 회사에 지각을 하거나
결근을 한 횟수는 한두번 정도나 될까 할 정도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만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금까지 보여주던 남편님이었다.
술에 덜 깬것 같은 날엔 내가 운전을 해서 출근을 시켜주는 날도 많았지만
남편의 술자리에 대한 간섭이 예전보다는 덜해진 요즘에도 내가 이해 할수 없는것은
그렇게 자주 술을 마시면서 건강관리한다고 1주일에 서너번씩 2시간씩 축구를 하고
양파즙을 챙겨 먹는 남편을 보면 진짜로 대한민국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것은
참 고달프고 힘들거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들고 있다.
잠이 참 많은 사람이었으며, 한번 잠이 들면 천둥 번개가 쳐도 단잠을 이루던 남편이,
요 근래에 들어서는 약간의 불면증과 아주 작은 소리에도 몸을 뒤척이는 모습을 보인다.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어도 아니라고, 그런데도 자꾸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잔소리라고는 전혀 모르던 남자가 조금씩 나의 집안일 하는것에 대해서도
하지 않던 간섭도 하기 시작하고, 잔소리를 늘어 놓기 시작하고 있음을 느낀다.
술에 취하지 않는 이상은 내가 말을 시키기전에 하지 않던 남자가,
이제는 조금씩 말을 먼저 거는 경우가 생기고 있으며, 술자리에서의 모습도
예전하고는 조금은 달라지고 있음을 옆지기인 내가 느끼고 있다.
그렇게 남편도 조금씩 중년의 아저씨의 모습으로,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는양
조금씩 아주 조끔씩은 아줌마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에 되려 나는 친근함을 느낀다.
낙지볶음과 김치찌게를 유독 맛나게 하는 남편이다.
요즘엔 거의 안하지만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 나보다 더 깔끔하게 한다.
청소기를 돌려도 구석구석, 천장까지 청소를 하기도 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겨울에도 하루에 두번씩 샤워를 하고, 샤워후에는 수건을 3장은 사용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출근 하면서 입었던 옷가지들을 뱀허물 벗듯이 몸만 쏙 빼내고,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개고 출근한적이 없는 그런 남자이기도 하다.
어떤면은 나보다 훨씬 깔끔하고 꼼꼼하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그렇치 않기도 한 남자이기도 하다.
1년의 우리집 경조사중, 결혼기념일을 빼고는 내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이면서, 유일하게 기억하는 결혼기념일을 결혼 14년동안 한번도 선물 같은것을
챙길줄은 모르는 그런 남편이기도 하다.
14년동안의 나의 교육적인 세뇌 때문인지 시댁에 다녀오면 이제는 늘 나에게
"고생했어 고마워!" 라는 말도 할줄 아는 남편으로 변해 있다.
나는 모든 경조사를 다 챙기고 일일이 다 기억하는 꼼꼼해 보이는 주부 같아 보이지만
화장실 청소를 1주일동안이나 하지 않는 날도 많으며, 청소는 매일 매일 하지만
참으로 듬성듬성 하며, 먼지가 수북하게 쌓이는 화장대 위의 걸레질을 안하는 그런
대충주의적인 주부 기질을 갖고 있는, 게으른 여자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크게 걱정하고 잠 못자고 고민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으면서
고민하면서도 정작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소극적일때가 많은 사람일때가 많다.
남편은 무슨 문제가 있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할 운동은 안빠트리고 다 하며
약속 같은것을 미루거나 하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더 적극적이며 막상 그런 부분을 해결할때 더 강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참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까지 남편이랑 부부라는 단어로 살아올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아직도 우리 부부는 외모도 성격도 참 많이 다르고 닮은 구석이 없는듯 하면서도
점점 더 상대의 성격이나 행동 하는것이 닮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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