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더운 여름이 되면 잡념이 많아지는 아줌마

2011. 6. 21. 06:00★ 부부이야기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살던 집에 도둑이 들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해본 적도 없이 살았다.(어릴때 엄마에게 회초리 맞아본 것 빼고)

어느 누구에게  직접적으로 사기를 당해 본 적도 없다.

자잘한 역겨운 광경을 보거나 겪기는 했으나 성폭행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일도 당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늘 불안함을 자주 느끼고, 세상과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면서 나는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두 동생들과 자취를 할 때에는 자다 깨면 현관문과 창문들이 제대로 잠겨있는지를 확인했다.

지금도 자다 깨는 날이면, 오늘은 서방님이 들어왔던가를 먼저 생각해보고 나서

작은방에 잠들어 있는 두 딸들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 더운 날씨에도 베란다 창문이 열려 있으면 창문을 닫고 잠그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금도 나는 이렇게 새벽에 자주 깬다.  그리고 다시 짐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저런 쓸데 없는 생각들로 잠 못이루는 밤이 많이 있다.

20년후즘의 우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내 아이들의 미래를 짐작해보기도 한다.

당장에 이 달의 막을 카드대금과 다음달에 있을 시조부님 제사 걱정도 해본다.

남편의 건강과 우리 부부의 노후를 생각해보기도 하면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심장이 갑자기 심하게  뛰는 날이 있기도 하다. 갱년기라서가 아니라 나는 20대부터 종종 그랬다.

미래의 막연한 불안감때문이기도 하고,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듯한 내 모습때문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걱정들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으며, 이유 없이 눈물이 울컥 솟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아마도 내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잠들어서 그 다음 날 깰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는 날이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꿈도 꾸지 않고 푹~~ 숙면을 취하고 싶은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