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많은 여자, 싫어하는 남자 없다고 하더니만~~

2011. 12. 14. 06:00★ 부부이야기

 

 

 

 

코평수가 쪼메 넓어지고, 음식물이 넘어가는 목구멍에 힘을 주면서, 흥흥 거린다는 느낌으로 말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서방님을 바라보며, 입으로만이 아니라 눈으로 웃으면서 말한다.

"자기야.... ^^* 지금 와?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 마누라가 보고 싶어서 일찍 들어온거지?"

기럭지만 긴, 빼빼 마른  마누라가 서방님을 안아주면서  서방님 품에 안긴다.

익숙치  않는 그런 마누라 모습에 어색해 하긴 하지만 싫은 기색이라곤 서방 표정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 서방... 오늘도 밖에서 고생 많았지? 흐흐흐...얼른 들어와 홍홍홍~~~~~~"

라고 코맹맹이 소리와 함께 연신  눈웃음을 흘리면서,

합법적으로 나만 만질수 있는 내 서방의 엉덩이를 토닥거려주면서 볼에 뽀뽀도 해준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웩~~ 하면서.."  엄마, 토나올것 같예.... "라는

라는 말을 하면서도 우리집 작은 딸이 낄낄대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면, 지 아빠 품에 안기면

우리집에 행복의 무지개가 뜬다.

행복은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였다.....

 

 

 

 

 

 

나와 딸이 애길 하다가 무슨 말끝에

"엄마는 나한테는 말할때는 애교가 많은데 아빠한테는 왜 안 그래?"
12살난 우리집 작은 딸의 말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나는 그랬다.

원래가 애교가 없고 남과의 스킨쉽에 지나치게 인색하고 어색해하는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부비고 뽀뽀하고 애교가 뚝뚝 떨어지게 말하는 상대가 우리집 작은 딸내미다.

친정엄마나 동생, 그리고 나와 가장 친하다는 친구들과도 나는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다는

행동은 한 적이 없으며, 그런 행동에 어색함을 느끼는 내가, 내 딸들에게는 안 그런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내 작은 딸에게 하듯이 애고 있고, 안아주고 뽀뽀 해주는 것을  내 서방님에게도

이제부터라도 해볼까?..............

그리고 시도를 해봤다.

 

 

 

 

 

우리 부부는 2주전쯤에 어떤일 때문에 다툼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나만 또 질질 짜는 마누라 역할을 했었다.

다만 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서방앞에서는 나의 질질 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켰다.

싸울때는 그런다. 어떡하면 저 남자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을까?

나도 복수해주고 싶다. 내가 느낀 이 아픔을 고스란히 저 남자도 한번 처절하게 느껴봐야지만

내 마음을 알 것이다.. 라는 마음만 가득 하다.

늘 그러했다. 이번에도 원인은 술이었으며 분명히 잘못은 서방이 했지만

그에 따른 나의 태도 또한 바보스러울정도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뭐가 문제인가?를 생각해봤다.

 

 

 

 

 

 

이쁜 아내가 되고 싶었다. 마음도 얼굴도 다 이쁜 아내이고 싶었고

내 서방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여자이고 싶으면서도,

서방님을 향해 나가는 나의 말들은 전혀 이쁘지 않았고, 표독스러울때가 많았으며 잔인했었다.

행동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내 서방님이었다면

그런 서방님에게 말과 눈빛으로 깊은 상처를 줬던 사람은 바로 나였을 것이다.

술에 취한 서방님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그에 따른 모든 말들과 행동들은 무조건 싫었으며,

자신을 추스리지 못할 정도로 술을 퍼드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내 마음속에서는 경멸했었을 것이다.

나는 그랬다.

술쳐드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중에서, 자신을 추스리지 못할 정도로 취하는 모든 사람들을

짐승보다 못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완전하게 깨부수지 못한 사람으로 살았다.

그래서 치욕스러웠다. 그런 남자와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매일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자존심이 상했고,

저 사람은 왜 즈럴까?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까지 한 번도 내 자신을 다 팽겨치고

맘껏 망가진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이 살아왔는데,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저 남자는

왜 저렇게 휘청거릴 정도로 술이라는 것을 마셔서 자신을 망가트리는 걸까?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아니 직업이니까 더 철저하게 자신을 콘트롤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식이 너무 강해서, 일단 술을 마시고 들어온 서방을 바라볼 때 내 눈빛에서 고스란히

그게 다 드러났을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했었고 나와 남편은 분명히 요즘 달라져 있다.

그리고 나는 요즘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내 서방님을 보면 가슴이 뛴다.

일하는 중간중간에도 내 서방님이 보고 싶고, 내 서방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오면서 저밀기도 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듯 나를 가슴 뛰게 하고, 입을 맞춰도 거부감이 없는 남자는

내 서방님이 유일한 사람이며, 앞으로도 평생동안 내게 남자는 내 서방뿐일 것이다.

 

 

 

 

 

일단 키가 너무 크고 보여지는 이미지가 코맹맹소리는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웃는 얼굴도 이제는 늙은 내 40대 아줌마의 얼굴 때문에 예전처럼 어여쁘지 않다.

애교 있는 말투나 살살거리는 행동은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는 이미지랑은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42년동안 살면서, 부모님을 비롯해 집안 어르신이나 직장상사나 동생이나 친구, 그 밖의 내가 편하고

좋아하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나는 술을 따라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

자연스럽게 술 한잔 따라 줄 수 있는 분위기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고, 술을 절대로 따르지 않는

나의 뻣뻣함으로 남편의 술자리에 동석를 했을때, 나의 그런 무뚝뚝함으로 분위기가 싸해진 적도 무진장 많다.

15년 함께 살고 있고, 술을 그리 자주 마시는 내 서방님에게도 내 손으로 술을 따라 준 적이 5번이 채 되지 않는다.

늘 나는 나와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게 따로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어울리는 모습 중에서 애교 있고 말을 이쁘게 하는  목록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요즘 나는 서방을 자주 다독여주고 안아준다.

그리고 말도 이쁘게 하며 부드럽게 한다. 그러는 척 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매일 매일 내 서방님이 일찍 들어온다. 그리고 좋아라 한다.

늘 자신을 꼬마 취급하고 혼내는 선생님처럼 굴던 마누라가 웃고 자길 인정해주니 너무 행복하단다.

창찬의 힘과 여자의 애교가 이런 힘을 발휘할거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는데........

얼름 집에 오고 싶고, 일하다가도 문득문득 마누라가 보고 싶고 생각난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거의 말이 없던 내 서방님이 요즘 들어서 내 품에 안겨 조잘대기도 한다.

 

 

 

 

 

 

 

여느집 남편 같으면 지금껏 이런 공간에 남편의 비리들과 별의별 애기들을 다 올리는 것을 알면

당장에 이혼을 결사하고 컴퓨터를 뽀사버렸을텐데............. 내 서방은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그런 것만 봐도 내 서방님은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다.

남들에게 내 흉도 본 적이 없는 서방님이다. 되려 자신에게 과분한 마누라라고 애길하며

지금의 사람 구실 하는 자신의 모습도 모두가 내 마누라 덕이라고 애기 해주는 좋은 남편이다.

조금은 우유 부단하고 술 관련 직업으로 인해 잦은 술자리로 흐트러진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하지만

늘 마누라인 내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했던 것인데.........

나는 한 번도 그런 서방님의 어리광을 받아준 적이 없다.

연애시절때, 서방님이 얼마나 나를 좋아했는지를 기억해본다.

내 서방님은 지금도 나와의 연애시절때 애길 할 때면 눈빛이 꿈꾸듯이 몽롱해진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나보다 훨씬 훨씬 많이 아주 많이 서투른 사람이다.

나는 그걸 요즘 들어서 절절하게 깨닫고 있다.

나는 감정 표현을 하는데는 능숙하지만 화를 내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화가 날 때마다 나 자신을 들들 달달 볶는사람이었다.

 

 

나는 내 남편을 지금도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으며,

문득문득 내 남편으로 인해 가슴이 뛰는 설레임을 느끼며,

세상 그 어떤 남자보다도 내 눈에는 내 남편이 좋은 사람으로. 매력적인 남자다.

이런 표현들을 나는 내 서방님에게 표현을 해주고 있다.

그 전에도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던 나였지만 그걸 부드럽게 달콤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글을 올리는 것에도, 나는 서슴이 없다.

아마 내 서방님은 이런 글을 올린 것을 안다면... 쑥스러워하면서 어색하면서도

절대로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 나의 대한 남편의 신뢰는 그만큼 깊고 무조건적이다.

아마도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고 하면 내 서방님은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을것이라고 생각해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내 서방님 때문에 행복하며

서방님 또한 나만 보면 흐흐흐하면서 웃는 얼굴을 보인다.

강한 처벌의 채찍이나 교과적인 딱딱한 훈계보다 부드럽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토닥거려가며, 이쁘다, 어여쁘다고 안아주는 아내의 변화가, 내 서방님을 변할 수 있음을

결혼 15년인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음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나의 어색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요즘의 서방님을 향한 코맹맹이 소리는 그래서 앞으로 계속할 것이다.

공손함보다 더 효과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