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3. 11:34ㆍ카테고리 없음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은 고대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그들 대부분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고 있고 한 달 이상의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지인들의 면회를 금지 시켰다. 병원의 이러한 방침은 맞다. 원칙적이다.
큰 재난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해야 하고, 그들의 회복을 돕는데 가장 능숙한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할 만한 일들을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숱하게 있다.
병원만큼 철저하지는 못하지만 단원고등학교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본업을 뒤로하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자발적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상황실로 쓰였던 공간을 다른 곳으로 옮겼고, 전교생이 모일 때마다 사용했던 강당도 폐쇄했다.
이번 사고를 연상 시킬 수 있는 것들을 최소한이라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고와 관련된 것으로부터 노출을 줄이는 게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조치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친구들과 마음껏 울면서 함께 슬퍼하고 싶습니다.'
고대 안산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는 건 부적절 하기에 그 대신 아는 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지금 퇴원하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마지막으로 배웅하게 해주세요. 친구들과 마음껏 울면서 함께 슬퍼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살아와주어서 눈물 나도록 감사하지만, 그들은 살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병원 의료진의 언론 브리핑에 따르면 위험한 수준의 충격을 겪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그런 그들이 운명을 달리한 친구들의 장례식을 직접 보게 된다면, 그들의 죄책감은 더 커질 것이고,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될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울면서 슬퍼할 기회를 주는 건 정녕 안 되는 일일까?
슬픔과 스스로의 치유 능력(Self-efficacy)
2004년 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들이닥쳐 28만 명이 희생됐다. 수업 중이던 학교도 무너져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가 너무나 컸을 뿐 아니라 사회 안전 체계가 거의 없는 저소득 국가의 재난이기에 생존자의 심리적인 문제까지 돌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 곳에 미국의 심리과학 연구팀이 방문했다. 사회의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요인들이 학생들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세계보건기구에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쓰여 있다.
'무너진 학교를 다시 세우는데 참여하고, 희생자의 장례식에 참여했던 학생이 정신적 충격을 더 빨리 극복했다.
' 미국도 뉴욕의 9.11 테러와 뉴올리언즈의 카트리나 허리케인을 경험하면서 재난 후 집단 외상(Mass trauma)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들에서 공통적인 것은 애도 의식(mourning rituals)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희생된 사람을 함께 추도하는 의식은 이 능력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 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애도 의식에 참여를 권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의료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들이 잠시나마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의학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 주시기를.
조동찬 기자dongcharn@sbs.co.kr
- Daum 기사에서 퍼왔습니다. -
"함께 울되 결코 잊지 말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떠난 희생자들을 위해 눈물 흘리고
남은이들 곁에 함께 있어주기,
지금 이 참담한 상황 냉정하게 분석하고 잊지 않기, 그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시사언론인의 말을 가슴에 새기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건이 발생한지 8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몸에서 신열이 나고 식은땀에 젖어 잠에서 깹니다.
교복입은 혹은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물이 아 있는 객실에서 숨막혀하면서 허우적 대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꿈을 꾼다. 미칠 것 같다. 내 아는 지인중에 이번 참사에 희생자가 없는데도
제 심정이 이러한데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그래서 뉴스를 외면하고 기사도 안 읽으려고 하는데 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꺼번에 여려명의 학생들 시신을 4층 객실에서 발견했다는 기사에 다시 한 번 통곡을 했습니다.
머릿속은 텅 비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외면하고 싶은데 자꾸 생각이 납니다.
그냥 눈물만 솟구칩니다. 얼마전에 작은아이도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더 그런 것인지
이번 사고로 우리 학생들의 희생이 가장 커서 그런건지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서 도저히 맘이 추스려지지가 않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이번 사고의 원인들이 전부일까? 자꾸 한쪽으로 책임을 전과시키려고는 의도가 보이니
점점 저도 우리나라 정부도 언론도 믿지 못하겠고 우리 모두가 우리 아이들을 죽게 했다는 자책이 시간이 갈 수록 듭니다.
제 옆에 살아 있어서 학교에 다녀주고 있는 제 두 딸들이 소중하고 고마운게 아니라 미안한 마음만 깊어집니다.
앞으로 그런 위기에 닥쳤을 때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전문가들이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 못할것 같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미친 모습이 꼭 요즘의 제 정신상태랑 아주 닮아 있습니다.
자꾸 식은땀이 나고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오고 아무 죄 없이 희생당한 학생들의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딸 속으로 꺼지고 싶다는 생각과 남아 있는 희생자들의 가족들 생각을 하면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누구의 책임이냐에 따라 보상문제를 누가 더 많이 책임지게 되고, 이번 사고를 이용해서 민심을 잡아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부 정치인들의 꼴라지도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크고 더 참담한
사건이 일어나도 우리들의 대처 방법은 결코 변하지 않을거라는 절망감만 느껴집니다.
광분하고 분노하면서 비판을 해대는 저 같은 인간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간이 지나 이번 사건도 묻혀지면 또 까먹고 하루하루 살아갈거니까요...사건의 진짜 진실은 이번에도 국민들은 모르고 지나가겠지요.
그러면서 저는 비리와 불의에 분노할줄도 모르는 사람으로 서서히 변하게 될 것이고,
또 터졌네 또 지랄 염병들을 하는구만 콧웃음 치면서 흘려 보내는 국민으로 변해갈 것 같습니다.
사건 사고에 둔감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분노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시아버님의 제사를 지내고, 주말에는 친정에 다녀와서
이번 주 부터 천천히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책들도 아름다운 가게에 접수해서 기증 하기로 하고
중간중간에 밀린 사이버 대학 강의도 듣고, 중간고사공부를 하르랴 도서관에 , 야자를 하는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는 엄마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여전히 늦은 귀가를 하는 남편을 위해 가끔씩 출퇴근을 시켜주기도 하고
우엉과 대파 달인물로 메뉴를 바꿔서 건강물을 챙겨주고 있습니다.
이사하는 다음 주 월요일이 친정아버지 제사날이라 제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할 것들 투성이고 이왕 시작한 공부인만큼 낙제점수를 받지 않기 위해
공부도 해야 하는데 요즘 도통 제가 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신 차려야 하는데......정신 차려서 살려고 이런 주절거리는 글을 올려봅니다.
최대한 빨리 원상복귀해서 제가 하는 역할에 마음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생활인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