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방문기

2022. 8. 18. 19:06카테고리 없음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 터미널에 도착해, 터미널 식당에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고 영암 가는 직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친정집에 도착했다.
6시간 걸렸다. 남편 차로 올 땐 평균3시간 20분 걸렸는데...
차멀미는 안했다.

시골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9시 뉴스가 할 때쯤이면 엄마는 잠이 드신다.



시골의 아침은 일찍부터 시작된다.
6시부터 고추밭에 나가 고추를 딴다.
2시간쯤 후부터 내 몸에서는 신호가 온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프기시작한다.
차멀미 증상과 똑같다
고추 따기를 멈추고 무조건 집으로 들어가 눕는다.
쉬다 아침상을 차리고 팔순인 엄마를 부른다.
할머니가 된 친정엄마는 그새 고추들을 씻고 계신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침 먹고 같이 씻자고 몇번을 말했는데..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면서 본격적으로 엄마의 동네 어르신들 관한 소식들을 듣게 된다.
팔순인 나이에도 하루 온종일 밭일을 해서 올해도 고추를 백근이나 수확할것 같다는 욕심 많은 아짐을 시작으로.
어린이집 식당 댕기면서 돈도 벌고 농사도 지으면서 억척 같이
돈을 벌면서도 밤에도 불도 안 켜고 산다는 일흔 두살 먹은 젊은년? 이야기.
자식도 없으면서 돈 벌라고 눈에 벌개진 누구 아짐 이야기.
입만 열면 지 아들 자랑만 해대는 꼴값 떠는 누구 아줌마.
대부분 흉이다.
딱 한 명.울 엄마가 칭찬하는 젊은 새댁이 있다.
때마다 엄마를 찾아와 가끔 밥도 사주고 말도 정있게 한다는 나보다 네 살 적은 동네 숙모님 딸.


나의 이야기는 늘 같다.
올 겨울엔 도시로 올라 오시라고.
막내 생각해서라도.
6월.8월에도 두 동생이 쉬는날 맞춰서 내려와서 농약도 하고.고추도 따고. 깨대도 벴다.
엄마 관절염은 나날이 심해지신다.
삭신이 안 아프신곳이 없다고 하신다.
맏 딸인 나. 따뜻한 말로 엄마를 위로해 드리지 않는다.
엄마 연세엔 아무 것도 안해도 안 아픈게 없는법이라고.


엄마와 대화는 항상 되돌이표다.
먹거리들 농사 지어 세 딸 입에 넣어 주고 싶고. 한푼이라도 벌어 가실 때. 우리 세 자매에게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으시단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해주셔서 차고 넘친다는 말을 몇번이나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방앗간에 말린 고추 서른근을 싣고 고추가루로 빻았다.
참깨도 3되 해서 내일 택배 포장해서 부천과 수원으로 보내신단다.
오후엔 아침엔 딴 고추들 꼭지를 뗐다.
빻아온 고추가루와 참깨를 포장했다.
다용도실 청소 하고 샤워를 하고.
냉장고 청소를 하고 또 샤워를 했다.
전기세 아낀다고 아직까지 에어컨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커버 벗기고 켰다. 잔소리를 한바가지 했다.

이렇게 화요일까지 버틸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친정 내려온지 3일도 채 안됐는데 얼른 우리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