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남편이 나 모르게 카드를 만들진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한다.
물론 예전보다는 그 정도가 약하지만,
완전하게 100% 남편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 카드 발견하게 되었을때, 그 내용들과 그 금액을 알게 되었을때,
그 카드 대금을 남편이 알아서 막았거나, 혼자 알아서 해결하고
지금까지 그 카드 빚으로 고생을 하지 않고 있다면,
어쩌면 나도 어떤 친구의 말처럼 남편이 나 모르게 카드를 만들든
말든, 그 카드로 무얼 구입하고 어떤곳에서 소비를 하든 말든
상관을 하지 않고 살수 있는 그런 아내로 존재할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부부사이에도 사생활은 서로 존중해 줘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 존중받아야 하는 사생활이 어느선까지 애길 하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배우자의 사생활을 모르고 있어서 내가 편할수 있다면,
알아서 내가 해결할수 있는게 아니라면 모르는게 더 낫다고들 말한다.
남편이 모르는 사생활을 나는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나의 사생활이라는것을 남편이 궁금해 하든 말든 ,
나 스스로가 남편에게 하도 떠벌려서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나의 모든 사생활은 남편에게 99% 공개되어져 있다.
나머지 1% 는 나도 모르는 나의 사생활이
있을런지 모르게 때문에 제외시킨거다.
친구들을 만나 뭔 애기를 하는지, 어디서 만나 어딜 갔는지,
나의 관심사는 무엇이고 한달동안 남편 월급을
어디다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이달 카드 대금은 얼마인지, 당신 어머님이 언제 무슨 애길 햇는지,
내 동생들과 내 친정엄마는 어떻게 지내시고 있는지,
당신 아이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고 받아쓰기에서 꾸준하게
100점을 맞아오고 있으며, 어젠 줄넘기를 하러
몇시에 나갔다가 몇시에 돌아오고
몇시쯤에 잠이 들었는지, 나란 사람은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당신의 어떤점이 이해가 안되고
당신의 어떤점이 맘에 안드는지조차, 남편에게 다 애길 했다.
굳이 남편이 궁금해하지도 않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일조차도
나는 남편이 나의 모든것을 알기 바라며, 그래서 더 나는 남편에게
나란 사람이 이해받길 원하고 있는것일런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나는 남편의 사생활에 대해서
2,30% 정도밖에 모르고 있는듯 하다.
회사에서 무슨일을 하는지도 알고는 있으나 대충 알고 있으며,
가족에 대한 남편의 마음 또한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요즘 남편의 가장 큰 걱정이 무엇인지,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알고 싶어하지 않는게 아니라 내가 물어도 굳이 말하지 않는 남편때문일수도 있고,
말하면 그 대답으로 인해 내가 남편을 공격 하게 되서 싸우게 될까봐서
남편 스스로가 나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솔직하게 애길
해주지 않는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친구가 있다.
자기는 남편의 카드 내역서를 이제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남편의 카드대금은 남편이 매달 알아서 해왔고, 자기가 막아야 하는것도 아니고
이제까지 결혼10년동안 남편이 그 카드 때문에 자기에게 손을 벌려
도와달라고 한적도 없으며 남편 월급과 상여금은 규칙적으로 통장으로
입금되고 있기 때문에 그밖에 생기는 남편의 부수입을 자신에게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남편에게 화를 낼수는 없다고 말한다.
친구 남편도 술을 한잔 하는 날이면 새벽서너시에 들어오고
어떤날엔 5시가 넘어 아침이 되서야 들어온적도 있다고 말했다.
내 남편처럼 그렇게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날이 자주 있는것은
아니지만 , 한달에 서너번쯤은 그렇게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고 했다.
눈치로 봐선 남편도 카드 대금을 돌려 막기로 하고 있는것 같지만
자긴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딱 한번 친구가 무심코 남편에게 카드 청구서를 보여달라고 말했다가
남편이 노발대발 화를내면서 니가 내 카드 대금 막아줄것도 아니면서
왜 내 카드 내역서를 보려고 하는냐고 따졌다고 했다.
월급이랑 보너스엔 전혀 손안대고 꼬박꼬박 갖다주는데 남편의
카드내역서까지 알려고 하는것은 남편의 사생활 침해인것 같아서
자신도 속편하게 남편의 카드 내역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1년에 서너차례쯤은 외박도 하고, 한두달에 서너번쯤은 과하게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하는 남편이 혹시라고 밖에서
그 카드로 허튼짓을 하고 댕기는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안한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기가 어떻할지 몰라서
자기 마음 편하게 살려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처럼 안되서 늘 새벽까지 술마시고 들어오는 남편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그 친구는 그냥 그런날에는 남편 안기다리고 잔다고 했다.
그래서 어쩌다가 새벽에 깨서 보면 옆에 남편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기도 하고 어떤날엔 그때까지도 안들어온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핸드폰 한번 걸었다가 안 받으면 그냥 잔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사는 그녀들을 부러워 한다.
적당히 이해인지 체념인지 모르게 그렇게 서로의 깊은
사생활인지 뭔지를 존중해주는것인지 어쩐것인지 모르게
그렇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사고방식과 뇌구조가 너무나도 부럽다.
결혼전에라도 내가 술을 좀 할줄 알아서 친구들이랑 어울리다 보면
새벽이 될수 도 있고, 친구들이 한창 좋을때이니 연락없이
친구집에서 외박할수도 있는 요즘 쳐녀들과는 난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살았고 그게 보통 사람들의 시고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든 남자든 외박이라든가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흥청망청 하는
그런 사람으로 산적이 없었기에, 어떤 경우에도 나는,
남자든 여자든 술에 취해 새벽까지 노는것,
술이 낀 술자리는 이해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술자리는 이해 할수 있지만
새벽서너시까지 계속되는 그런 술자리, 집에 와서
웩웩거리며 오바이틑 해달때까지 마셔대는 그런 술자리가
절대로 이해 되지 않는것이다.
뭔 지랄들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기울이는 술잔엔 반은
아버지의 눈물이다"
라는 말을 한때는 가슴속에 담고 사회생활에서 힘겨움을
위로 받기 위해 기울이는 남자들의 술잔에 한때는
연민의 마음을 가지려 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내 친한 친구중에도 술을 좀 할줄 아는 사람도 있다.
솔로인 경우엔 그 친구도 그랬다.
어쩌다가 술자리 하다보면 후배들과 어울리는 술자리에서
자기도 집에 가고 싶은데 자기만 먼저 빠져 나오기가 뭐해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나의 술자리에 대한 이해심이 아주 부족하다는것을 지적한적이 있다.
그 친구 또한 나와 친한 친구인지라 사고방식이나 그밖의
많은 부분이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인데 말이다.
다만 그 친구와 나랑 다른것은 딱 한가지,
그 친구는 술을 마실줄 알고 술자리에 대한 거부감이
나만큼 심하지 않다는것일뿐이다.
이해가 안되거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만 해라!
라는 말, 부부사이엔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부분임에도 나는 아직도
이 부분에서 내가 남편에게 맞추거나, 남편이 나에게 맞춰서
나랑 남편은 늘 같아야 하고, 늘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곳을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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