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4. 13:52ㆍ★ 부부이야기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는 오늘이다.
두아이의 영어학원도 쉰다고, 오늘 개강하는 읍사무소 컴퓨터 반도 휴강을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재활용을 버리러 나갔다가 신고 나간 운동화가 흠뻑 젖을 정도로 높게 쌓인 눈길을 걸었다.
금요일날 내린 눈은 오늘처럼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그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토요일 연휴에
동생과 나, 그리고 남편 세명은 남편 회사에 나가서 300평남짓는 되는 회사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르랴
허리가 휠 정도로 간만에 힘든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할수 있었다.
신정인 1/1일에도 남편은 출근을 했다. 지난주 성탄절날에도 출근을 한 남편이었다.
신정에 혼자 보낼것을 생각해서 막내동생을 불러서 함께 신정연휴를 보냈다.
토요일엔 두 딸내미가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남편의 사무실과 10분 거리에 있는 태릉 스케이트장에
데려다주고 회사에만은 과잉 충성을 다하는 서방님을 따라 남편의 회사에 들러서 얼어 터진 수돗관을 고치고
창고에 쌓여 있는 맥주박스들이 터질수 있다고 난로를 켜놓고 교회 예배를 다녀온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두어시간정도를 남편 회사 마당의 눈치우기 대청소를 감행하게 되었다.
참, 쉬는 날까지 나와서 과잉 충성을 한다고 입으로는 투덜댔지만 그런 남편의 성격에서
예전 나의 애사심(?)을 기억해 놓고 눈치우는 일에 최선을 다해 봉사를 해줬다.
남들은 절대 안하는 화장실 쓰레기통 비우는것에 목숨을 걸었던 나를 두고 예전 회사 동료들이
한마디씩 하던걸 나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그런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애정은 누가 강요해서
생기는게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의 인성이라는것을 나또한 충분히 알기에 남편의 그런 회사에 대한 우려심을,
이해할수 있기 때문에 아주 열심히 시려운 손을 불어가며 마당에 쌓인 눈들을 함께 치웠다.
남편은 그날 눈을 치우면 월요일 날 출근하는 모든 직원들이 쉴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참 오지랖 넓은 소리를 했다.
막내동생도 나도 그런 남편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랬는지 남편이 그만 하라고 몇번이나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3분지 2정도의 눈을 마당에서 치우고 나서야 해가 질 무렵에 남편의 회사에서 나왔다.
그리곤 3시간 맘껏 스케이를 탄 두 딸들을 데리러 태릉스케이트장에 가서 그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막내동생과 이틀밤을 함께 보내면서 우리 두 자매는 이틀저녁을 새벽 3시까지 애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그동안 밀린 애기들을 나누면서 이번엔 새삼 스레 언니이지만 그동안 몰랐던 내 막내동생의
마음안의 있는 깊은 상처들과 학창시절때 무력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저렇게 혼자 놔두는게 좋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가까이 두고 밥이라도 함께 먹고 직장생활로 늘 피곤하고
조금 늦었지만 한창 방송대학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막내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주고 싶은 맘에
동생을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서도 마음이 내내 편치가 않았다.
집이라도 가까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차로 데려다 주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타고 오면 동생이 우리집까지
오는데는 두번 이상 버스와 전철을 갈아야 타야 하고, 시간도 2시간 남짓이 걸리니, 얼굴도 한달에 한번 보기도 힘들다.
우리집에 있으면서도 청소를 하다가도 세탁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냅두라는 내 말을 무시하고, 아이들 가방이랑 운동화를
빨고 있는 동생의 모습들을 볼때면 그런 동생의 성격에 화가 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번듯하니 지 돈 주고 새 옷도 사 입지 못하는 동생에게
내가 갖고 있던 옷가지들중에서 멀쩡한 옷을 챙겨줘도 언니 입으라고 말하면, 옷장안에 어지럽혀져 있는
우리집 장롱안 모든 옷가지들을 전부 다 정리를 해 놓은 동생을 봐도 화가 난다.
우리 자매가 함께 자취를 하던 시절에도 막내는 늘 그렇게 정리정돈을 너무나도 깔끔하게 했으며, 서랍장 옷들도
결벽증이 있는 사람모양 칼같이 반듯하게 정리를 해두르랴 잠을 전혀 못잘때도 있던 동생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외모가 못났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대한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던 막내동생이었다.
막내라고 어리광 같은것도 전혀 모르고 자란 동생이었다. 친할머니 사랑도 별로 받지 못했음에도 고모를 대신해서
할머니의 대소변과 뒤바라지를 보름정도를 회사에 휴가를 내고, 고모님 부부를 여행 보내드린 손녀딸도 막내였다.
그것도 스물 여섯살 신혼때 그랬으며 결혼전에도 장애아들 봉사활동에다 치매 노인분들 봉사활동까지......
나와 둘째 동생과는 참 많이도 다른 너무 착한 심성을 가진 동생이다.
그동안 모아 놓은 화장품들중에서 필요한거 다 가져가라고 했지만 저번에 준것도 그대로 있다고, 다른 사람들
나눠주라고.... 엄마 올라오시면 드리고 작은언니나 언니 친구들 나눠주라고 욕심도 부릴줄도 모른다.
그런 모습이 왜 그리도 나는 속이 상한지...
솔직히 나는 막내동생이 재혼하길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연애라도 하고 살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 화장도 화사하게 하고 이쁘게 치장도 하면서~
퇴근하고 집에 가서 잠이 들때까지 혼자 있으면서 뭘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 지... 그래서 공부에 매달리는건지 모르지만.
사람에게 가장 견디기 힘들고 무서운게 외로움이라고 생각하는 나다.
하루에 한번 정도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쓸데 없는 밥챙겨먹으라는 싱거운 소리만 할거면서도 그것도 거르는
경우가 있는 큰언니로서 나는 막내에게 든든한 언니는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난 막내동생이 조금은 더 이기적이 되었으면 좋겠고 무슨일을 할때도 좀 뺀질 되는 그런 사람으로 변하길 바란다.
막내동생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면서 연속적으로 스케이트장에 들린 두 딸들을 데리고 남편의 회사에 또 들렀다.
그리고 그제 다 치우지 못한 3분지 1의 양의 눈을 온 가족이 함께 치웠다.
아이들은 그런 눈을 치우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되려 즐거워 하며 더 이상 치울 눈이 없는거에 되려 서운해 한다.
이젠 작은아이 혜미까지 혼자서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게 되었다.
3천원 입장료를 내면 3시간을 탈수 있는 태릉 스케이트장은 방학이라서 그런지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거기다가 두아이만 두고 돌아오면서도 걱정 같은것은 하지 않는다.
두아이를 두고 드라이브를 가거나, 두아이를 두고 저번에 친정에 김장김치를 가지러 가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그런것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3교대 직장을 다니면서 밤근무를 할때, 남편이 술자리로 인해 새벽 2ㅡ3시에 들어온적도 많아서 그런지
어린 나이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집에 둘만 있는것에 불안해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유도 없이 두 딸만 두고 집을 비우는 일은, 내가 직장을 그만 두고 한번도 없는듯 하지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우리 딸들은 알아서 쌀씻어서 밥을 해먹고 오이도 무치고 고등어 조림까지 혼자 이젠 할 줄 아는 보미로 인해
두 아이만 두고 어딜 간다고 불안해 하진 않는 간큰 엄마가 되었다.
늘 불조심을 외치고 둘만 있을때 절대로 문열어주지도 말고 대답도 하지 말라고 하는 엄마의 지시사항을 아직
한번도 어기지 않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그로 인해 나는 요즘 큰딸 보미에게 직장맘이 되는것을 강요받고 있다.
아빠 혼자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자기 다 컸다고 혜미밥 챙겨 먹이고 학원 보내는것은 걱정 안해도 된다면서...
기특하면서도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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