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같은 언니, 언니 같은 동생

2010. 4. 15. 06:48★ 나와 세상

 

 

 

 

나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둘째 동생이 있다. 

수다스럽지 않으며, 독립적이고, 남에게 절대로 의지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쉽게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자존심이 강한 동생이 있다.

나보다 결혼을 2년 일찍 한다는 이유로 엄마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친정과 시댁의 도움 없이 지금의 43평 아파트를 제부와 함께 마련해서 살고 있는 동생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우등상을 받았으며,성격도 제일 둥글고 얼굴이 귀여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던 아주 총명한 그런 둘째 동생이었다.

작년 가을에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자전거를 타다 난 사고로 큰 수술을 받으면서도

성남에 올라와 있는 친정엄마에게 알려질까, 출장 아르바이트 다니는 힘든 큰언니(나)

에게 알려지게 될까봐 그걸 더 걱정하던 동생이었다.

14살이던 동생의 아들은 작년 가을에 비장을 완전히 떼어냈고, 췌장의 5분지 2을 떼어

내는 큰수술을 받으면서도 동생은 시댁, 친정 식구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수술을 받은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생의 시댁 식구들은 동생의 아들이,

그런 큰수술을 받았다는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얼마전에 내가 올린 블러그 글중에서 " 결혼14년차 부부의 달라진 어제와 오늘" 이라는 글을 읽었나보다.

컴퓨터와 별로 친하지 않는 동생은 나의 블러그를 알고는 있었지만 한번도 방문한적이 없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내가 올린 글을 읽고, 비밀댓글로 나에게 글을 남겼다.

 

                                                   

 

내가 찾은 첫블러그야 난 참 무심하지??!!   와서 보니 옛일이 주마등처럼 ...  

내가 전에 알고 짐작하고 있었던 것보다 휠씬 힘들고 아팠겠구나 생각이 들어.

결혼전 내가 알던 청순하고 깔금하고 언제나 FM이었던 언니가,

결혼후에 자꾸만 변해가는게 너무 안타까웠고 그런 상황이 너무 싫었고

형부를 잘못 본 나의 판단과 결혼이란 것을 너무 만만하게 본

내 자신 (결혼도 먼저한 주제에)에게 죄책감마저 들었었어  

그 당시에는 언니가 형부에게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닌가,

전에 알지 못했던 언니의 모습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형부랑 시댁식구들도 참 이상했었어.

그러면서도 형부체면 생각해서 언니의 힘든 상황을

다 이야기 한 것은 아니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해 언니야  

그리고 자랑스러워     그래도 언니네는 열열이 싸운덕에 지금은 우리보다 휠씬 편해 보여

그리고 보미도 잘 클 거야 언니딸인데 그 피가 어디가겠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원래 방황적인 내가 그나마 잘 자랄수 있었던 것은 엄마 때문이었어

우리땜에 고생하신걸 아는데 험한 꼴은 볼일수는 없었거든

언니의 힘든 모습 다 보고 또 언니랑은 늘 친구같이   지내잖아

말수가 좀 없는 건 성격인것 같아 다 잘 될거야 힘내 아자아자 화이팅

( 난 가끔 언니의 용기가 부러워 사실 난 그럴 용기가 없는 것 같아

마지막을 확인할 자신이 없거든 )


 

 

그 댓글을 읽고 나도 기나긴 답글을 남겼고, 마지막 문구가 웬지 걸려서 다음날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일이 있었냐, 아니면 예전에 언니가 모르는 일이 있었던게 아니냐를 물었다.

웬만한 애기들을 숨김없이 하는 나와는 다르게 동생은 좋치 않는 일들의 대해서 애길 하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동생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고 자신의 아픔을 과장해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긴 다만 남편과의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것에 걱정을 조금 하고 있을뿐이라고만 했다.

올해만 다니면 내년이면 방송대 졸업장을 받을수 있으며 이제까지도 장학금을 받고 다닌 동생이다.

어려서부터 동생은 나와는 다르게 공부를 늘 잘했고 그럼에도 형편상 대학을 가지 못했을뿐이다.

동생은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나서는 친정에서 늘 맏이의 역할을 했었다.

이제까지 내가 동생에게 받은것들을 나열하자면 너무 기나긴 글이 될것이다.

늘 그렇게 나는 언니임에도 맏이의 역할을 못한 동생같은 언니였고,

동생은 모든면에서 맏이의 역할을 하며, 언니같은 동생으로 그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