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6. 06:30ㆍ★ 나와 세상
할머니랑 단둘이 살던 나, 단 한번도 쟁반이나 바닥에다 밥을 놓고 먹어 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 말씀이, 쟁반이나 바닥에다 밥그릇을 두고 대충 먹으면 나중에 커서 다른 사람에게 대접 못 받는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그런 할머니 말씀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 혼자 밥을 먹을 때는 그릇 하나에다 이런 저런 반찬들을 집어 놓고 개밥 처럼 먹을때도 종종 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나, 아이들이 먹을 밥상을 준비 할때 반찬이 2가지 밖에 안 될때도
꼭 상에다 차려주고, 쟁반이나 바닥에 두고 밥을 먹는 것을 절대로 용납 안 하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설사 비빔밥을 먹을 때조차도 밥상을 차리고, 반찬 두어가지라도 놓고 먹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물 한컵을 아빠에게 갖다 줄 때도 쟁반에 받쳐서 가져가는 큰 딸의 모습도 그래서 가능 한건지도 모르겠다.
인사도 잘 안하고 다른 것에 아주 예의바른 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딸들이지만 이런 먹는 것에 관한
예의만은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 나도 두 딸들에게 실행하고 있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종종 고등어 조림이나 제육볶음 고기 반찬을 밥상에 올리기도 하지만
내가 나물반찬을 더 좋아하고, 된장국을 더 좋아하는지라 고기 반찬은 잘 안하게 된다.
나도 이제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는 생각에 1주일에 한번 정도는 고기 반찬을 먹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육류 반찬은 그저 가끔씩 먹어줘야 한다는 정도의 의무감만 갖고 있다.
다행이 이런 내 식성을 두 딸들은 닮지 않아서 고기 먹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그게 한편으로는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먹는 양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자식이지만 가끔씩 아이가 먹고 있는
밥그릇을 뺏고 싶다는 엄마의 심정을 한번이라도 경험 해보고 싶다.
나중에 두 딸들이 커서도 평생 꼬옥 밥상에다 밥을 받아 먹을 수 있는, 대접 받는 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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