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8. 06:00ㆍ★ 부부이야기
<나이트 클럽 사장님은 사진을 맘껏 찍으라고 하셨지만 제가 어색해서리 이것 한장 밖에 찍지 못했습니다>
이 곳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남편의 대리운전을 서너번 밖에 하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에 아직도 겁을 내는 초보운전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새벽에 집을 나서기에는 지금 사는 곳은 남편의 판촉장소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번에도 새벽 1시에 전화 해서 "마누라야. 나좀 델구 가라~~~ 대리운전하러 와라.."
라고 울부짖는 간 큰 남편의 청을 매정하게 거절을 하던 마누라였다.
토요일 새벽4시가 넘은 시각, 자다 깨보니 아직 서방님이 들어와 계시지 않으셨다.
전화를 걸어보니 취기 어린 서방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1차는 서울 노원쪽에서 전무라는 분과 함께 판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분이 두터운(?) 경기도 모도시에서 가장 큰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는 분 가게에 들리셨단다.
자기좀 데리러 와달라고~~ 살려달라고 간청을 한다.
한숨이 났다. 이미 나는 잠은 깨어 있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토요일 새벽 4시 40분,
옷을 챙겨 입고 부시시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립스틱은 바르고, 유일한 내 새 옷인
바바리를 걸쳐 입고 비내리는 거리에서 택시를 잡고 서방님을 모시러 갔다.
내가 도착할 때는 귓청이 떨어져 나가는 음악소리도 없었고, 사람들도 없었으며
푸르뎅뎅한 유니폼을 입은 웨이터라 불리는 총각들만 보였고, 아직도 룸안에 남아 있는
진정한 술군과 춤군들만 서너명 보였을 뿐이었다.
웨이타 대빵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김이사님, 사모님이시죠? 이리로 오시죠." 하면서 나를 가장 끝에 있는 룸으로 안내를 해줬다.
나는 그런 곳에 가면 나의 유일하게 자랑 할 수 있는 큰 키에 고개를 더 빳빳이 들고 걷는 아줌마가 된다.
초라해 보이는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덜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안면이 여러번 있는 나이트 클럽의 말끔한 사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보고 반가움을 과장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눈풀린 내 서방님은 자리 저쪽에 나를 보고 아주 반갑게 웃는다. "자기야 왔어? 역시 내 마누라 뿐이야,
이사장님! 이 시각에도 제가 나오라고 하니까 나오는 제 마누라, 부러우시죠? "
참 익숙한 내 서방님의 술 취한 모습이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이사장이라는 분과 인사를 나눈다.
남편의 지인들에게 으례적이고 맘에 없는 아부성 말을 잘 못하는 마누라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무뚝뚝하고, 지독하게 재수 없이 말을 하는 마누라의 모습을 보여 줄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남편의 밖에서의 내조에 있어서는 빵점짜리 아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나를 보는 남편의 지인들 모두는 " 지독하게 고지식과 고리타분한 여자"
"까칠함과 까탈스러움"이라는 분위기가 팍팍 느껴진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런 무뚝하고 재수 없는 아내이면서도 나는그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아내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남자,
내 남자는 믿지만 세상을 믿지 못해 늘 남편이 걱정되고, 자는 모습을 보면 안스러움에 가슴이
무너져 내릴때가 많다는 애기도 수줍음 없이 거침 없이 내뱉는 나의 모습은 전혀 매치가 되지 않기도 한다.
남편은 그런 나를 고마워하며 자랑스러워 하며, 이번 대리운전에서도 나이트 클럽 내부
모습도 사진기로 찍으라고 해주는 이사장에게 은근히 자랑을 하는 팔불출 남편이 된다.
점점 내가 남편의 술자리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술자리에서의 남편의 모습을 보면
남편에게 맘 놓고 바가지도 긁을 수가 없고, 살벌한 세상에서 나이어린 사람에게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는 듯한 남편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그게 팍팍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남편을 지독하게 미워하면서도, 그런 남편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남편의 지독한 성실성과 진득함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안다는 것은 그래서 때때로 나에게는 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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