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2. 06:00ㆍ★ 부부이야기
판촉이다, 송년회다 망년회다 송별식이다 등등의 이유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술잔을 기울이는 내 서방님의 대리기사로 당분간 근무하기로 했다.
며칠전에는 2시간동안 버스와 전철을 타고 서방님의 술자리가 있는 구리까지
가는 동안에는 엄청난 추위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타보는 서울 시내의 전철 노선들은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고
전철안에서 마주치는 서울 사람들의 얼굴도 새삼스럽게 보였다.
그나마 도서관에서 빌린 이외수님의 소설책을 전철안에서 읽을 수 있어서인지
전철안에서의 시간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잦은 술자리 때문에,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나이때문인지
우리집 가족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인 체중을 가진 내 서방님의 얼굴이 많이 망가진듯 싶다.
볼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아침마다 얼굴이 붓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이 또 자주 충혈되고 있다.
그런 서방님의 대리기사이기도 한, 나는 매일 매일 오쿠에 양파즙을 내려서 챙겨주고 있다.
허나 워낙에 술자리가 많으니 양파즙 따위나 벌나무 끓인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는 장안동의 경남호텔 옆에 있는 알바트로스라는 호프 체인점 판촉이 있는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갈아타고 1시간 40분동안 걸려서 남편의 술자리에 도착을 했다.
유흥업소들이 즐비해 있는 장안동은 나의 20대 때, 친구 한 명이 그 곳에서 신혼 살림을 차려서
몇 번씩 들러 본 적이 있어서 익숙한 곳일수도 있는데 어젯밤에 보니 정말로 많이 변해 있었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거리에는 얼큰히 취한 취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연일 계속 되는 술자리 때문에 서방님이 힘들어서 일부러 나를 그런 자리에 부른 듯 싶었다.
마누라를 핑계로 2차, 3차까지 이어질 수 있는 술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짐작대로 서방님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그 호프집에서 나와서 당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당구 게임을 끝 낸 후에 다시금 3차로 호프 한 잔을 더 하고 술자리를 파하게 될 것이다.
갈길이 멀고, 마누라도 왔으니 본인은 거기에서 자리를 뜨겠다고 이별을 선포하는 서방님이 안스러웠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채 되지 않았다.
"자기야, 수고 했어~~~" 라는 말과 함께 서방님이 내 손을 잡아줬다.
남편의 차가 또 고장이 나서 수리를 맡기는 바람에 요즘 남편은 전무님의 차를 몰고 다니는 관계로
나도 태어나서 어제 처음으로 "벤츠"라는 외제차를 운전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나는 이래저래 내 서방님 때문에,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전무님 차량이기도 하지만, 그 비싼 외제 차량이라는 사실 때문에, 집에 도착 할 때까지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잔뜩 긴장을 하면서 운전을 해야만 했다.
나 같은 생초보 운전자에게는 그런 차량 운전은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오늘도 남편 회사의 회식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상계동이라고 한다.
남편 회사의 지정 대리운전 회사에서는 나를 무척이나 싫어할 것이다.
대리운전을 제일 많이 부르는 VIP고객인 내 남편이 요즘엔 도통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으니 말이다....
남편은 그 대리운전 회사에게는 5년이 훨씬 넘은 아주 오래된 단골(?) 고객인 것이다.
요즘 그 오래 묵은 고객을 내가 뺏어버린 것이다.
당분간은 앞으로 주행만 잘하는 남편의 대리기사로 근무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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