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0. 10:31ㆍ★ 부부이야기
12월 18일 일요일 자정이 넘은 시각에, 나는 남편과 함께 있었다.
남편의 축구는 토요일날 밤11시가 훨씬 넘어서 끝났고, 나와는 낯이 익은 남편의 축구 회원들 몇몇과
전에 살던 곳의 선배언니가 얼마전에 차린 곰장어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고, 그 날은 남편도 편한 마음으로 음주를 즐겼다.
대리기사로 나를 대동한 남편은 새벽1시가 훨씬 넘은 시각에 조금은 취한채 자리에서 일어 났었다.
하필 이 날, 일요일이 내 생일이었다.
그걸 알기라도 하듯이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리면서 나와의 데이트에 들뜬, 순박한 내 남편을 붕~ 뜨게 하는 것 같았다.
나도 기분이 좋았고, 1시간 걸리는 부천까지 운전하는 것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남편의 어린 동생(?)들이 고집을 부린다.
형수님(?) 생일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하면서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그렇게 나와 남편,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을 두고 아직 미혼인 세 명의 총각들이
40분쯤이 지나서야 들어왔으며, 그 들뜬 총각들 손에는 큰 봉다리가 들려 있었고.
내게 5분만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부탁을 했었다.
^^*
그랬다. 눈까지 내리는 주말 새벽에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형님(남편)의 부인인 나를 위해
그 총각들은 새벽2시가 넘은 시각에 그 근방 모든 가게들을 뒤져서 내 생일 이벤트를 차려주려고 했던 것이다.
태어나서 나는 처음으로 그런 이벤트 같은 생일선물을 받아봤다.
죄송하다고, 케익가게도 문을 다 닫았고, 가게들도 거의 문을 닫아서(새벽2시가 다된 시각이었기에)
24시간 편의점을 찾아서 그 근방을 다 뒤져서 준비한 형수님 생일파티가 너무 초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감동을 잘 하는 아줌마, 작은 것에 급 감격하는 아줌마인 나,
그렇게 나를 위해 온 동네를 40분 넘게 뒤져서 준비해준 생일이벤트에 감동을 했었다.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남의 눈 의식 많이 하는 나, 엄청 챙피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꼭 형수님 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는 순진한 총각들을 보고 웃으면서 애길 해줬다.
절대로 나 처럼 피곤한 여자랑은 절대로 결혼하면 안된다고~~~~ ㅎㅎㅎ
운동 하는 것도 집에 있는 아내가 협조를 안해주거나 반대를 하면 못하는
대한민국의 가장들의 현실을 알기에 내가 참 좋은 아내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주변 어떤 형님들의 아내도 남편이 술 취해서 데리러 와달라고 했을 때,
와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미혼인 그들에게는 그런 모습조차 좋아 보였나 보다.
알고보면 나 처럼 피곤하고 힘든 아내도 없을텐데... 아마도 내 서방님은
그동안 그 들에게 내 흉을 전혀 안 본 것 같다.... 고마웠다..
노래하고, 술마시고 노는 것을 전혀 할줄 모르고 즐길줄 모르는 마누라인 나~
판촉자리가 아닌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남편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우리 마누라 같은 여자 없다고, 들뜬 목소리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요구에 용기를 내서 내게 뽀뽀도 했다.
그 날 받은 생일선물들 모두는 내 딸들 차지가 되었다.
무릎덮개는 두 딸들이 서로 갖겠다고 싸우고, 양말들과 손난로까지 자기가 갖겠다고 싸웠다.
생리대를 제외하곤 그렇게 내 42살에 받은 특별한 선물(?)들은 모두가 내 딸들 차지가 되었지만,
나는 이 날, 생애 처음으로 가장 귀엽고 소박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생일 이벤트 선물을
남편이 아닌, 남편이 아끼고 남편을 좋아하는 후배들에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많이 행복해 하며, 새벽3시가 넘은 서방님을 태우고 집에 도착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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