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남편이 더 우선인 여자로 살기

2012. 4. 14. 06:00★ 나와 세상

 

 

 

 

처음에는 남편이 훨씬 훨씬 더 많이 나를 좋아했었다. 그런 남편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생활 내내 내 속을 있는대로 썪힌 나날이 거급될 수록 나는 더 남편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마음으로 그랬다. 처음엔 정말로 그랬다. 내가 선택한 남자니까.... ..........

그런 남자를 진짜로 싫어하게 된다면,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치 않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내가 남편에게 최선을 다해서, 훗날 니 놈이 내가 아니었다면, 예저녁에 인간말종이 됐을거라는 걸 깨닫게 해 주고 싶었다.

그렇식으로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것 같다.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이고 싶을만큼 미운 남편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는 내 사랑스러운 두 딸들보다 내 남편을 더 좋아한다.

맛난 음식을 할 때도 남편을 위해서 하는 경우가 더 많고 두 딸들은 그저 덤으로 먹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남편을 위한 보약을 지어준 적은 있지만, 살 찌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큰 딸의

보약은 여직 한 번도 지어 준 적이 없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두 딸들에게 소홀히 하는 형편 없는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자식보다는  남편이 더 우선인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

 

 

 

 

 

허리디스크로 입원을 하고, 보약을 먹는 관계로 그 동안 남편의 양파즙 내리는 일을 쉬고 있었다.

지 난주부터 다시금 오쿠에 양파즙 내리는 일을 다시 시작 했다.

이틀에 한 번씩 양파를 손질해서 오쿠에다가 즙을 내서 아침마다 500ml씩, 김밥과 함께 남편 손에 들려보낸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남편이, 아침상 대신에 김밥을 싸달라고 해서 매일 매일 김밥 2 줄을 싸준다.

하루는 깻잎을 추가하고, 하루는 참치를 추가하고, 하루는 또 맛살을 추가하기도 한다.

김치와 단무지만은  절대로 빠트리지 않고 김밥을 싸고 있다.

시금치 대신에 취나물을 넣어서 김밥을 말기도 한다.

이제는 내가 싸준 김밥을 먹지 않으면 하루 진종일 배가 고픈 것 같다는 말을 하는 남편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남편이 무진장 좋다.

어떤 날은 찢어죽이고 싶을만큼 미워하면서 엉엉 울기도 하면서도 지금도 나는 남편을 많이 좋아한다.

세상에 남자는,내 남편 한 명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지내는 팔푼이 같은 아내로 살고 있다.

아직껏 내 남편보다 더 나은 남자는 한 명도 못 봤고, 내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는 남자도

내 남편밖에 없을 정도로 남편은 나에게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래서 남편에게 때때로 실망을 하거나, 남편과 다투고 나면 그 절망감의 깊이가 더 큰건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하면, 요리 솜씨가 별로인 나지만 열심히  만들어본다.

남편은 식성이 까달롭지 않고 뭐든 내가 만들어준 요리는 맛잇다고 하면서  먹어주기 때문이다.

두 딸들이 먹고 싶다고 하는 요리는 어쩌다가, 내 마음이 내킬때만 해준다.

내 딸들은 내가 한 요리를 너무 냉정하게 평가를 해서,  때때로 나로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뭐 사달라고 하면, 다 사준다.

내가 알아서 사주긴 하지만 남편이 먼저  뭘 사 달라고 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두 딸들이 사달라고 하는 것들 중에서 골라서 사주는 엄마가 된다.

왜냐하면 두 딸들은 사달라고 하는 것도, 너무 많고,  갖고 싶어하는 것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난, 남편이 술만 안 마시면 다 좋다.

요즘은 늦은 퇴근을 하면서도 날 밖으로 불러낸다.(밤9시나 10즘에)

집 앞의 공원에 가서 간단한 운동을 하고, 공원 옆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열바퀴 정도를 함께 걷다가 온다.

걸으면서 가끔씩은 내 손을 잡고 걸어준다. 그런 남편이 너무 고맙고 이쁘고 기특하다. 그리고 나는 너무 행복하다.

가끔씩은 남편이 아들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신 차리고 사는 것 같아 보이면 기특하고, 철이 좀 든 것 같아보이거나,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것 같으면 엄청나게 큰 감동을 하는 아내가 된다.

운동장을 걸으면서 나는 남편에게 열심히 이야기들을 해준다.

오늘 아이들과 있었던 애기들이랑, 신문기사에서 읽은 애기나 인터넷 뉴스나,

내 동생집 이야기도 한다. 친구들 애기도 한다. 그렇게 쉬임없이 나만  남편 앞에서 떠든다.

남편이 내 애길 얼마나 집중해서 듣는지, 안 듣는지도 전혀 개의치 않고,....... 수다에 고픈 사람마냥.....

집으로 들어오는 길, 얼레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본 남편이 혼자 중얼거린다.

당신 남편, 인상 참 험하지? 내 인상이 왜 이렇게 험해졌지?

왜 이맇게 늙었지?

그럼 내가 대답해준다.

자기 인상이 얼마나  좋은데...... 웃으면 얼마나 착해 보이는데.... 보미, 혜미가 자기 만큼 잘 생긴 아빠를

가진 친구는 하나도 없다고 하잖아....자기, 얼굴 잘 생겼어....하나도 안 험해....자신감을 가져도 되!!!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늙은만큼 내 남편도 늙었다. 그래도 내 눈에 그런 나이 들어가는 모습도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는 소망한다.

나이 들어갈 수록 남편이랑 세상에서 젤로 친한 친구 같은 사람으로 남편 옆에서  함께 살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만 바란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나와 내 아이들 옆에서 오래오래 살아주기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