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모습으로만 그사람을 판단하지 말지어다

2010. 1. 28. 07:04★ 부부이야기

 

 

"유정아, 우리 혜미 학교에서도 이렇게 소리 지르고 까부니?"

"아니요, 전혀 안그래요. 그래서 혜미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선생님도 혜미가 진짜로 조용하고 얌전한줄 알아요.."

"진짜? 근데 왜 집에서 저렇게 소리 지르고 까불까? 왜 그런것 같니 유정아!"

"크크크...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내숭을 많이 떨어서 다 속고 있는것 같예요."

올해 11살이 되는 작은딸내미 혜미의 친구가 놀러왔을때 내가 물어봤던 질문에 대답을 한 내용이다.

우리집에서 혜미는 깡패, 왈가닥 혹은 말괄량이에다가 떼쟁이에다 어리광이 심한 막내다운 면모를 가진 아이이다.

그런데 학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은 유난히 작은 아이의 칭찬에 입에 마른다.

여성스럽고 조용하고 너무 꼼꼼하고 얌전하고 모든면에서 모범생이라고....

그리고 어찌나 깔끔한지 친구들까지 얼마나 잘챙겨주는지 모른다고....

믿을수 없는 일이지만 엄마인 나에겐 그저 어리광 심한 유치원생처럼 구는 혜미가

밖에서 그렇게 나름 원만한 대인관계를 하고 있다니 다행이라 생각되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얼마전 남편의 친구가 귀엽다고 혜미에게 한번 안아보자고 했다가 눈을 똑바로 뜨고

"싫은데요 아저씨! 요즘엔 그런 말 하면 애들에게 오해 받아요. !"

너무나 당돌하고 대차게 말을 하는 바람에 딸의 그런 태도가 엄마 입장에선 기특하면서도 되바래져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나와 다르게 남편은 너무 혼자 흐뭇해 한다. 야무지다고...

키만 먼정하니 큰 보미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똑같이 내성적이고 자신의 의사 표현을 잘 못한다.

그리곤 핸드폰의 비밀번호까지 걸어 놓고 친구들과의 문자 주고 받는 내용도 내게 말하지 않는다.

보미는 너무 얌전하고 말이 없다는 말을 하시는 선생님들의 말엔 젼혀 변화가 없다.

여러 부분에서 13살 보미와 11살 혜미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엄마가 아는 내 아이 모습이 그 아이 전부라고 착각하지 않아야 하는데 종종 주변에서 보면

자신의 자식들의 대해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부모를 보면  심히 심란함이 느껴진다.

 

 

 

 

 

남편의 회사동료들이나 상사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집에서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것은 당연한일임에도 남편과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내가 미처 알고 있는 못하는 애기들을 들을때면 남편이 새삼 다르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꼼꼼한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어지는 남편이 일에 있어서는 대단히 철두철미하다고,

가끔씩은 냉정하게 돌아설때도 있다는 말은  내가 알고 있는 남편의 모습하곤 거리가 먼 애기들이었다.

영업 직종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으면서도 세속적이지 않은 인간적이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처음엔 의외라고 생각되어졌었다.

내가 알고 있는 남편의 모습하고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평가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것을 종종 느끼게 된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끝까지 버틴다는 말에 나는 실소를 하기도 했었다.

우리집 현관문에만 들어서면 큰대자로 뻗어버리는 남자보고 뭔소리래 .... 집에 오면 그랬으니까..

두딸들 앞에서 머리띠를 하고, 머리핀을 하고 춤도 추기도 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들이 본다면?

남편을 31년동안 키우신 어머님, 자기 아들만큼 성격 좋고 입맛 까다롭지 않는 사람 없다고...

노름 안하고 바람 안피고, 마누라 안두들겨패는것이 아주 큰 자랑거리즘으로 생각하시기도 한다.

학창시절엔 그야말로 사고 한번 안치고 얌전하게 다녔다고, 아니 그렇게 알고 계신다.

내가 남편에게 들은 남편의 학창시절, 친구들과 서울 대학로에서 패거리로 주먹질도 했다고,

재수할때도 학원 안가고 놀러간 경우도 무수하게 많다고....

울 어머님은 이제까지 남편을 키우면서 맘고생 한번 해본적이 없다고.... 학교하고 집밖에 모르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렇게 자신의 자식은 그럴거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믿고 살고 싶을것이다.

허나 내 남편 결코 어머님이 알고 계시는것처럼 그런 착하고 모범 학생이 아닌것은 확실하다.

술을 좀 좋아하는것 말곤 흠 잡을게 없는 잘난 그 아드님 때문에, 그 술 때문에 숱한 시간들을 눈물로

지세웟는데.. 부모인 어머님에겐 그저 그깐 술좋아하는 단한가지의 작은 흠일뿐인것이다.

 

 

 

 

 

울 엄마, 좀 게으르지만 세상에서 제일 반듯하고 도덕적이며 너무 단정한 아줌마가 바로 본인의 큰딸인줄 알고 계실거다.

학교 다닐때도 문제 한번 일으키지 않고, 학업성적면에서만 부족할뿐 외모든 뭐든 전혀 빠질게 없는 처녀가 자신의

큰딸인 나라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사셨다.

물론 나는 엄마가 알고 계시는 모범생이고 단정한 사람으로 산 것은 많이 틀리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 밖에 엄마가 내게 가지고

있는 근거 없는 부분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의 예민한 성격도 그만큼 세심해서 그런거구, 대신 정이 많아서 뭐든 있으면 남들에게 나눠주기 바쁜 너무 심성 고운,

욕심도 없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마음을 지녔다고 착각을 하고 계신다.

딸의 음식솜씨가 없는것도 요즘 같은 세상엔 큰흠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도

여느집 애기 엄마는 결혼한지 몇년인데 할줄 아는 음식은 없다고 흉을 보시기도 하는 분이 우리 엄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러한것 같다. 자식에 대한 믿음은 다 긍정적으로 갖고 있고 그래서 본인의 입으로 내 자식 흉 같은것은

절대로 보지 않고, 흠이 있어도 덮어주며 내 자식이 최고로 이쁘고 기특하게 보이는것인가보다.

자식의 작은 흠은 흠도 아닌축에 드는것이며, 그깐 흠은 별거 아니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에서도 성실하고 정직하며 똑소리 나는 자식의 능력을 과소 평가한다고 생각해서 직장에서 인정 받지 못한것에 분노하기도 한다.

어디가서 우리 아들 같은 직원을 구한다고...... 우리 딸같이 제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어딨다고..

주변 사람들은 나의 메모 하는 습관과, 뭐든 기록으로 남기는 모습에 내 성격이 꼼꼼하고 차분할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허나 나는 전혀 그렇치 못한 사람이다. 의외로 성격이 급하고 덤벙대서 맨날 뭘 빠트리기 일쑤고, 1년전즘부터는 건망증의 증세가

심각할 지경에 이를 지경이다.

만성적인 위염과 자주 체하는 증상도 나의 차분하지 못한, 내 자신이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성격의 영향도 있다.

한가지의 걱정거리나 생각에 잠기거나 하는 날엔 잘 체하는것도, 화가 나면 토악질을 하고 두통에 시달리는것도 다 내 성격이

못됐다는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세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나에게 남편은 그래도 종종, 내게 그런 말을 한다. 나 같은 성격이 참 좋은거라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인것 같지만 상대방의 대한 배려심도 깊고, 상대방이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해도 나무라면서도 그 사람을

진짜로 미워 할 줄 모르는, 독하지 못한 그런 내 성격이 좋은 성격인거라고...

나의 이런 저런 다양한 모습들 때문에  자신은 내게 지루함을 잊게 해줄수 있기 때문에 권태기는 못느낄것 같다고~

그렇게 남편은 가끔씩 멀쩡한 정신에 나의 대한 칭찬을 해주기도 하는, 마누라에게도 영업을 참 잘하는 서방님이시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장점만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 있는 사람도 없다.

부모 눈에 비쳐지는 자식이었을때의 모습과, 남편이나 아내의 모습일때의 모습, 부모로서의 모습,

사회에서의 사회인의 모습은 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평가될수 있으며, 다르게 보여질수 있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인양 착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