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고 순진한 새댁이던 내가 돈좋아하는 마누라로 변했다

2010. 2. 2. 07:43★ 부부이야기

 

 


 

 

 

 

 

 

 

 

 

 

 

 

 

 

신혼시절에 나는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도착 할시간이 되면  장롱속에 숨기도 했고, 싱크대 안에 길다란 내몸을 구겨서 넣어서 숨기도 했으며,

언젠가는 킹사이즈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 숨어 들었다가 빠져 나오질 못해서, 울먹이며 남편 이름을 부르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대는 행동을 했던 아내였다.

그런 나로 인해 두딸들은 지금까지도 종종 나와 남편이 외출하고 돌아오면 베란다뒤로 숨기도 하고, 옷장안에 숨는 놀이를 하고 있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했을때 이쁜 마누라와 공주 같이 이쁜 두딸이 예쁘고 환한 웃음으로 남편을 맞이해주면 우리 남편이

조금은 행복해져서 밖에서의 힘겨운 피로감을 좀 잊혀질수 있을까라는 기특한 마음으로, 남편이 집에 도착 할 시간이 되면

부랴부랴 집청소도 다시 하고 두딸들을 밤에 세수 한번 더 씻기고 유치원 갈때 입던 옷보다 더 이쁜 옷을 골라서 입히고

머리도 다시 묶어서 최대한 이쁘게 단장을 시키고, 나도 옅은 화장을 하고 현관문 앞에 나란히 서서 반갑게 맞이했다.

부부도, 결혼생활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남여 간의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감정도 늘 다독겨려주고

 고이지 않게 수시로 돌봐줘야 하는것이라고 믿었던 나였기에 힘든 시기에도 늘 내 나름대로 좋은 부부,

서로에게 설레임을 느낄수 있는 그런 부부가 되고 싶었다.

돈보다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화가 참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기에 늘 삐그덕 거리면서도 남편과의 애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어했었다.

그렇게 서로 노력해서 화목하고 그리고 예쁜 가정을 이루고 싶어서 참 부단한 노력을 했던 아내로 살았다고 생각했었다.

출근 하는 남편 호주머니안에 쪽지도 넣어놓기도 하고, 1년에 한두번 정도는 남편 회사로 편지도 부치고

두딸들과 남편 곁에 붙어서 팔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하고,

원하지도 않는 남편의 도시락을 싸보겠다고 보온도시락을 사서 국물 있는 뜨끈한 도시락을

싸서 아침을 굶고 출근하는날엔 남편 손에 들려보내기도 했다.

술마신 다음날에 속이 부대낀다고 아침밥을 거른다고 하는날엔 국물에 밥을 말아서라도 신발을

신고 있는 남편 입에 떠먹여주는 그런 아내였다.

그 모든것들은 남편과 사이 좋은 부부가 되고 싶은 노력이었고 두딸들과 함께 화목하고 이쁜 가정을 이루고 싶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면에서 나는 참 착하고 이쁜 마누라였던것 같다.

 

 

 결혼 14년차에 접어든 현재의 나의 모습은 어떤가? 생각해본다.

남편의 핸드폰에 저장된 내핸드폰번호는 "이쁜 마누라" 로 저장되어 있다.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남편의 핸드폰 번호는 "전생의 돌쇠" 로 저장되어 있다.

퇴근하는 남편을 위해 화장을 하고 두딸들을 단장시키는 행동은 전혀 안한다.

돈은 결혼생활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나는 어젯밤에도 아는 동생 생일이라고

한잔 하고 오겠다는 남편의 전화에 제일 먼저 물어보는게 " 오늘 술값  누가 내는거야?"

라는 질문을 하는 마누라가 되어 있다.

지난달에도 오늘 만난 동생에게 한잔 산다고 집앞 장어집에서 88,000원을 카드로 긁었기에...

일때문으로도 너무나 많은 술자리가 있는 서방님이시다.

그래서 많이 너그러워졌다고는 하나, 1주일에 네다섯번은 술을 마시는 남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이외에 술자리엔 탐탁지 않는 마음이 생기는것은 어쩔수 없다.

업무적인 술자리는 술값 걱정은 안하지만 개인적인 자리엔 꼭 남편의 계획에 없는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미 애인 같은 아내가 되고자 했던 나의 가치관은 달라져 있기에 그로 인해 남편이 술값을 혼자 또 낸다고 할까 그게 더 걱정이다.

그리고 나는 내일 아침에 또 속 부대끼고 머리가 아프다는둥 그런 말들을 하는 그 자체가 듣기가 싫은 마누라로 변해 있다.

40대중반에 들어서고 있는 중년의 가장으로서 남편의 어깨가 참 무거울것이라는 안스러움과 동시에, 이달에 명절이 있어서 경조사비가 또 얼마가

지출되어질텐데 계획성 없이 또 저런 술자리로 인한 지출이 10만원 가깝게 지출되어진다는것에 더 화가 나는 마누라가 되어 있는 나를 본다.

사회생활이라는게 다 비슷하기에 어쩔수 없는 대인관계때문이라고 해도 그로 인해 지출되어지는 술값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

밥값은 덜 아깝지만, 술값은 아깝고 가족을 위해 쓰는 돈은  덜 아깝지만, 남편의 술값 몇번만 아끼면 보미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전자사전도

사줄수 있는데.... 그런 생각.... 그런 내 자신이 남편을 이젠 돈벌어오는 기계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해보게 된다.

분명히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편과의 다툼중에 보너스라고 내 손에 들려주는 돈을 남편 얼굴에

확 뿌리면서 난 돈도 필요없고  당신이 늦게 다니는것만

안하고 술만 안 쳐드시면 더 이상 바랄게 없고 내가 밖에 나가서 뼈가 뿌러져도 내가 돈 벌어노겠다고 했던 마누라였다.

그땐 돈때문에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남편이 가져다준 돈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나는 남편의 급여 외에 사장님에게 내 생일이라고 받아온 특별 보너스 같은 20만원에 헤벌죽한 아내가 되어 있었다.

전에 사장님이라는 분이 싫어서 그분이 준 돈은 받기 싫다고 했던 아내였는데 말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하는 남여가 상대편이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속물이라고 욕하던 아낙이었는데

이젠 아니다. 가난이라는것은 사람의 대한 마음까지 변하게 할수도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것을 이젠 조금은 알게 되었다.

아직도 그래도 돈보다는 사랑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해본적은 없어서 그런말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자식이 죽어가는데도 수술비가 없어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는 부모가 되어본다면 그런말 못할것이다.

남편이 아내가 죽어가는데, 혹은 자식이 재능이 있는데 분명히 있는데 그 뒤바라지를 돈이 없어서 못해주는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하는것이라는것을 이젠 알게 되어버렸다.

여직도 나는 정말로 속물같은 아줌마가 되려면 당당 멀었다고, 남에게 욕을 먹고 살아야지 돈 모은다고,

여직 경우 찾고 , 도리 찾는 것 보면 돈모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말을 듣고 살고는있지만 예전에 비해 너무 많이 변한듯한 속물스러워진듯한 내 모습이 새삼스레 참 서글프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