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비로 200만원 받아보셨나요?

2010. 2. 5. 07:37★ 부부이야기

 

 

 

엊그제도 남편의 대리운전을 하러 밤12시가 넘은 시각에 집을 나섰다.

집에서 멀지 않는곳에서의 술자리가 있으면 남편의 대리비를 아깝게 대리운전회사에 주기 싫어서,

 그돈으로  우리집 부식비에라도 보탤 알뜰한 마음으로 남편의 대리운전을 하러 늦은 저녁 외출을 하는날이 가끔 있다.

가끔씩은 회사 업무적인 술자리가 아닌 자리에는 대리비 따위는 없다. 허나 내가 가지 않으면 남편의 지갑속에서 대리비가 나가는게 아까워서

귀찮고 짜증이 좀 나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남편을 데리러 종종 늦은밤에 버스에 몸을 싣고 나가는일에  이젠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다.

엊그제엔 남편님이 대리비로 거금 7만원이나 내 손에 쥐어준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죽 해진다.

지난주에 남편의 대리운전을 해주면서 대리비를 받지 못해서 밀린 대리비까지 주는거라면서~

역시 난 속물인가보다. 돈을 많이 받으니 내가 나서서 다음날 남편의 출근까지 시켜주고 집으로 돌아올때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여전히 주행만 할줄 아는   초보수준이긴 하나 이래저래 내가 운전을 할줄 알고 나서는 여러모로 잘활용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번에 대리비로 7만원이나 준것은 남편이 받은 영업비이거나, 아니면 지난달 핸드폰 요금를 받은것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남편이 내게 월급 이외에 수입을 쥐어주면 나도 모르게 웬지 친절하게 변하는것을 작년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되는걸까?

대리비 7만원 주고 며칠 지나서 내게 용돈 좀 달라고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톨게이트를 다니던 2년전즘에 처음으로 내가 혼자서 강남까지 남편을 데리러 간적이 있었다.

그 날은 남편도 보기 힘들다는 남편 회사 사장님이라는 분을 오래간만에 뵐수 있었는데

나보고 직장을 다니면서  남편 대리운전까지 하러 와줬다고 하면서,

적당히 취하신 그 어르신께서 수표 2장을 내 손에 쥐어주시면서 오늘은 가까운 모텔에라도 가서

데이트라도 하고 가라는 나름 부하직원 부부 사이까지 신경을 쓰는 자상함(?)을 보이셨다.

원래 나는 그 어르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업적으로 능력이  탁월해  보이긴 했으나  가정엔 너무 소홀하신 어르신  같아서,

마음속에서 차암 그 어르신들을 싫어하던 아낙이었는데, 그 수표 2장은 거절 하지 못하고

적당히 빼는척 하고 받아 쥐었다.

속으론 " 우와! 오늘 땡 잡았다.." 하면서 말이다.

내 남편보다 3살 더 많으신 그 사장 어르신이 원래 굉장히 잘생긴 미남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남편을 너무 자주 데리고 다니시면서 술상무 역할을 시키는것 같고,  웬지 가정적이진 않아 보여서

참 싫어 했는데, 수표 2장을 받고 나서부터는 왜 갑자기 그 어르신이 잘생긴 미남으로 보이는지~

나도 그런 나 자신에게 깜짝 놀랬다.

그 수표가 나는 당연히 10만원권 2장인줄 알고 받았는데 갑자기 내 서방이 내 손에 쥐어준 수표 2장을 뺏더니

"사장님.. 이건 너무 많습니다. 잘못 주신것 같습니다!" 라면서 사장님께 다시 돌려주는거다.

흐미~ 나 속으론 그런 내 서방을 있는 힘것 패주고  싶었다. 왜 20만원이나 되는 공돈을 던져버리는건지... 못난놈!! 하고 외쳤다. 속으로만...

그 어르신이 평소에 보너스를 준것도 아니고 날 그다지 좋아하는 분도 아니신데 큰 인심 한번 쓰신걸 가지고

굳이 그렇게까지 거절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내가 원래 그런 아줌마가 아니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그렇게 돈을 밝히는, 돈을 좋아하는 아줌마가 되  있었던 것이다.

생전 술에 취해도 늘 정신은 멀쩡하신 어르신이 내일 그 수표 준것을 후회하지는 않을텐데...

그 정도 20만원은 저런 부자양반에겐 푼돈일텐데  뭐 ....그동안 울 서방이 얼마나 회사에 충성을 했는데 뭐...라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알고 보니 내손에 쥐어주신 그 수표 2매는 100만원권 이었고 그러니까 그 어르신은 나에게 남편과의 데이트 비용으로

200만원을 주신거였다. 당시에 나는 당연히 20만원으로 생각해서 받았던건데....

그리고 다시 20만원으로 바꿔 받았고 그 어르신께서 끝까지 그냥 가지라고 했지만 2년전까지만 해도 덜 속물스러웠던

나였던지라 나도 당황하며 그 200만원받을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 일이 있 고 나서 남편은 그 어르신이 어떤 어르신인데 그런 큰돈을 데이트 비용으로 줘겠냐고,

다 나름대로 자신을 시험한거라고 하면서 그때 안받은것 잘한거라고 했었다.

물론 받아도 다음날 사장어르신이 돌려달라고 하진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자신을 신뢰하진 않았을거라고~

역시 서방이 사회밥을 20년넘게 먹고 영업밥도 10년 넘게 먹어서인지 눈치가 빠른가보다.

허나 우리 부부는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지금은 그런 애길 한다. 이제는 그런 돈을 사장어르신이 준다면 냉큼 받을거라고~

연봉제로 바뀐지 몇년이 되서 보너스도 없으니 명절이니 뭐니 해도 아무것도 받을수 없으니 부정한 뒷돈만 아니면

넙죽 받아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나는 속물스러운 아내가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 회사 어르신께서는 지금도 가끔 내가 남편을 데리러 갈때면 꼭 수표로 대리비를 주신다.

최소한 10만원은 주시는거다. 그래서 이젠 내가 사장이랑 술마시면 나 부르라고 말할 지경이 되었다.

지난달 1월에도 그 남편 회사 사장어르신께서 남편에게 와이프 생일 선물 사가지고 들어가라고  수표 2장을 주셨다면서 20만원을  내 손에 들려줬다.

정작  내 남편님이 마누라 생일날에 아무것도 준비안하고 있었는데...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고 예민하지만 요즘에 보기 드문 마누라라고 잘 떠받들고 살라고 남편에게 당부의 말씀도 하시면서 내 생일을 챙겨주셨다 한다.

그런 와이프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면서.. 그로 인해 울 남편은 그 사장 어르신의 말씀에 기가 살아서

자긴 장가 정말 잘갔다고, 자신이 거짓말은 절대로 안하게 된것도, 사람다운 사람 된것도 다 내 덕이라고 술한잔 하면

떠들어 대기도 한다.

허나 나는 그 사장 어르신이 날 위해 쥐어주셨다는 수표 2장도, 그리고 자신의 부하직원인 남편의 와이프를 그런식으로

높게 칭찬하는 모든 제스처가 사람 다루는, 부하직원을 다루는 처세술이라고 생각하는 아줌마이다..

월급쟁이들에게 직장상사의 칭찬이야말로 제일 큰 활력소라는것을 그 어르신은 파악하고 있는것이다.

그래도 돈은 고맙게 받아서 보미 청약저축 통장에 넣어놨다.

이유가 어째튼 남편이 정당하게 혹은 잘해서 받아온 깨끗한 돈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나도 얼른 나가서 일해서 벌어야 하는데 생각도 함께 하면서..... 너무 돈 좋아하면 안되는데..

그래도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이제 다가오는 명절 준비도 해야 하고, 시어머님 손에 봉투도 들려드려야 하고

애들 새학기 되면 한해가 다르게 키만 부쩍 커나가고 있는 보미 옷도 또 사줘야 하고.. 천지가 돈들어갈데 뿐이라서

돈을 안좋아할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