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노릇, 자식 노릇 하는데도 돈은 꼭 필요하다

2011. 2. 26. 06:00★ 아이들 이야기

 

 

 

돈, 돈 하는 마누라가 속물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남편들을 자주 본다.

드라마속에서 어마어마한 집안의 자식과 연애를 하는, 가난한 집 자식을 떼어내기 위해

부잣집 부모들이 종종 사용하는 돈봉투 내미는 행동에, 주인공들 대부분은 그 봉투를 거절한다.

나도 결혼 하기전까지는 그런 장면에서, 봉투를 거절하며 자리를 박차며 나오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때와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

왜, 거절해? 주는 돈을 왜 마다하냐고..........

나중에 부잣집 자식과 결혼을 해도, 받은 것이 자존심이 상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부잣집 자식과 헤어지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상처고, 돈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니

받아두지, 왜 그걸 굳이 자존심 세운다고, 멋지게 보일려고 그걸 왜 거절할까?

그 봉투 받아서 자기가 사용하는게, 찝찝하면 세상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해도 되는데. 그런 눈 먼 돈을 왜 굳이 거절을 해서 짜증 나게 만드는거지?

라는 생각을 하는 아줌마로 변해 있다.

 

 

 

 

 

 

어머님의 전화통화 할 때마다 돈에 관한 이야기들은 들어야 한다.

허리가 안 좋으셔서 더 이상 일을 못하실 것 같다고 하신다.

결혼을 해서 이 날까지, 어머님에게서 돈 애기를 듣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며느리 입장에서 끊임 없이 돈 애기를 하시는 시어머님은 참 버겁고 부담스러우며, 주눅들게 한다.

작년 2010년동안 우리집 가계부 총 지출 중, 시댁으로 들어간 비용은 5백만원 가량이 된다.(시누들에게 들어간 비용은 빼고)

시어머님과의 요즘 전화통화에서는 어머님의 병원비나 앞으로의 어머님의 생활비 중 일부라도

우리가 책임져 주길 바라는 마음을 아주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남편의 월급에서 매달 100만원이 공제되고 있는 우리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식 노릇을 하는데도 돈은 이렇 듯 꼭 필요한 듯 싶다.

누가 그랬던가? 부모님이 바라는 효도는 살아계실 때, 얼굴 한번 더 보여드리는 거라고~

그것뿐이라면은 나는 1주일에 한번씩이라도 시어머님을 찾아 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 하는 것에도 그 금액이 소액이라도 돈은 꼭 필요한 게 현실이다.

 

얼마전에 우리집에 계셨던 친정엄마는 내 앞에서 돈 애기를 안하신다.

풍족하지 않는 큰 딸에게 돈 애기 하는 자체가 부담스러울거라는 생각을 하시기 때문이다.

동생은 엄마에게 30만원 가량 되는 봄쟈켓을 한벌 사드렸다.

큰 딸인 내가 엄마를 위해 돈을 쓸 기회를 엄마가 먼저 완강하게 거부하신다.

혹시라도 내가 차비라도 드리는 날에는, 나 모르게 우리집 어디엔가 꾸깃꾸깃한 돈을 감춰 놓고 내려가신다.

 

 

 

 

 

 

큰 아이의 학원 교재비가 이 달에도 27,000원이라고 했다.

뭔놈의 학원이 학원비도 그리 비싸게 받으면서 교재비도 또 따로 받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맘 같아서는 학원 끊고 집에서 지가 알아서 공부 좀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작년 12월부터 다니는 큰 아이의 학원은, 큰 아이의 간절한 바램으로 등록을 하게 되었다.

부모로서, 남들은 자식을 위해  억지로라도 학원을 보낸다는데, 한번 열심히 공부해보겠다고

당분간만 학원을 보내달라고 말하는 큰 아이의 부탁을 더 이상 거절 할 수가 없어서 보내고 있다.

작은아이는 예전부터 피아노도 배우고 싶어했었고 영어학원도 다시 보내달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부탁은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지만 우리네집 형편을 이해시키고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 하는 법을 터득하게 설명하는데도 한계는 있다.

큰 아이 중학교 교복도 샀다. 당연히 사야 하는거니까... 부모로서 그건 너무 당연한거니까..

앞 치아교정도 해야 하는 작은 아이지만, 부분 교정이라도 50만원이나 든다고 해서 몇 년을 망설였다.

어제 작은아이의 치아 교정기를 끼웠다. 50만원이나 돈이 부담스러워서 내가 젤로 싫어하는 할부로 끊었다.

내 아이 치아 교정을 하는데도, 나는 함께 살지도 않는 시어머니 눈치가 보인다.

어머님 병원비 보태줄 돈은 없으면서 지 딸년, 치아교정비는 있었나보네.. 라고 생각하실까봐서..

두 아이 학원 보내서 공부를 과하게 시키지 말라고 강조하시는 시어머님의 말씀도,

내 귀에는 내 아이들 학원 보내지 말고 그 돈을 어머님에게 효도하는데 쓰라는 말씀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머님의 본 뜻이 그게 아닐지라도 쉬임없이 돈 애기를 늘어 놓으시는 어머님의 말씀은

며느리인 내게 늘 그렇게 들린다.

 

 

부모에게 자식이 해드리는 효도에도 돈은 필요하고,

자식에게 최소한의 부모노릇을 하는데도 돈은 꼭 필요하다.

그걸 입으로 내뱉으면 속물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럼 돈 한푼 안 들고, 자식 노릇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돈 한푼(10원한장) 안 들이고 부모 노릇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다라고 조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