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참 못했던 엄마, 공부를 참 잘했던 엄마

2011. 3. 1. 06:00★ 아이들 이야기

 

 

 

           12살 되는 작은 아이 혜미는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편이다.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내 눈엔 이상하게 큰 아이에 비해 마냥 어린애처럼만 느껴진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제집을 풀면서, 가끔씩은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다. 물론 아주 가끔~

얼마전에 응급실행을 경험했을만큼 배앓이를 할때조차 혜미는 공부를 하지 못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그렇다고 혜미가 아주 공부를 잘하는, 좋은 성적을 받아오는 아이는 결코 아니다.

나는 작은아이에게 숙제는 했느냐?  공부 안하니? 내일 학교 가져갈 준비물 챙겼니?

라는 잔소리를 해 본적이 없는, 되려 작은아이에게 정리정돈을 하라는 잔소리를 듣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남편이나 나, 그리고 우리 양쪽 집안쪽에는 왼손잡이가 없는데

혜미는 왼손잡이였다. 어려서 그걸 고쳐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끝내 고쳐주지 못했다.

 

두 딸의 엄마인 나는 ,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열심히 해 본적도 없는 학생이었다.

특히 수학과 영어에 있어서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예 손을 놓은 학생이었다.

그만큼 학교 공부에 대해서만은 전혀 관심도 없었고 집중을 하지 못하던 학생이었다.

대학입시를 치룬 것도 내겐 사치였을 정도로, 공부에 관해서만은 나는 열등생이었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소설책과 순정만화는 한시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 학생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나였기에 내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잘할거라는 욕심은 예저녁에 버렸는지도 모른다.

남편 또한 학교 다닐 때 공부에 대해서만은 나와 비슷하다고 들었다.

다만 마흔 여섯이 된 지금까지도 환타지 무협소설만은 손에서 놓치 않고 끊임없이 읽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엄마 아빠를 전혀 닮지 않았는지, 작은아이는 큰 아이에 비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하고,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불안함을 느끼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혜미는 나 같은 엄마가 아닌, 똑부러진 엄마의 딸로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훨씬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자주 하게 된다.

 

 

 

 

 

 

내 동생은 국민학교때부터 반에서  1,2등을 하던 학생이었다.

중학교때도 그랬고 고등학교때도 그랬다.

그런 동생이라서 그런지, 동생은 자신의 아들내미가 공부를 하지 않는 모습에

의아해 했으며,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내 동생, 스스로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은행 공채시험을 봐서 은행에 취직을 했었다. 필기시험에서도 1등이었다.

지금도 방송대 졸업반의 한학기의 논문 하나만을 남겨 놓고 있다.

동생이랑 나랑은 여러 부분에서 많이 다르다.

집중력이 나와는 현저하게 다름을 예전부터 자주 느꼈다.

드라마를 볼 때나 영화를 볼 때도, 동생은 그 화면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보는 듯한 높은 중력을 보였다.

학교를 다닐 때도 동생은 수업시간외에는 별도로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다만 수업시간에서만은 대단한 집중력을 보이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내미의 과목별 공부를 동생이 가르칠 수 있게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다.

그만큼 동생은 중학생인 아들과 초등학생인 딸 아이의

과목별 부족한 부분이 어떤 부분이고, 어떤 분야에 강한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닥달을 하면서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엄마는 결단코 아니다.

 

동생의 초등학생인 딸은 어느 집엘 가도 젤 먼저 책을 먼저 꺼내들고 읽는게 습관이 되어 있다.

올해 마흔살인 내 동생은, 지금도 책을 손에서 놓치 않고 자주 읽고 있다.

그리고 집에서 영화도 자주 본다.

글을 쓰거나 하진 않치만, 글을 쓸 때도 대단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쓴다.

그에 비해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글을 쓰는편이다.

동생은 아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선생님은 바로 엄마라는 것을 확신을 하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대함에 있어 이런저런 공부도 하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도 하면서, 언제나 그에 도움이 되는 활자로 되어 있는 책들도 자주 읽고 있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참 못했던 나를 엄마로 둔 내 두 딸들과,

학창시절에 공부를 참 잘했던 동생을 엄마로 둔 내 조카들이

나중에 어떤 어른이 되느냐를 생각해보니, 엄마로서 나는 문득 무서워지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