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4. 06:00ㆍ★ 부부이야기
야근을 9시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큰 딸이 나를 위한 저녁 밥상을 차려 놓는다.
저녁 식권을 받지만 야근을할 때면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일을 하게 된다.
늦은 밤에 먹는 밥은 다음 날 붓기로 남게 되는 것을 느낀다.
갈수록 어깨와 뒷목이 아파오지만 이제는 일하는 것에서 실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속도면에서는 여전히 느린 직원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예전 내 자신의 대한 열등감과 힘겨움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듯 하다.
수술로 인한 부작용 때문인지 시어머님은 이번에는 발등이 아프시다고 하신다.
하루 진종일 집에만 누워만 계시고 움직이지를 않으시니 입맛도 없으시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가면 사람 사는 것 같아서 뭘 쪼끔은 드시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하신다.
주말마다 솜씨없는 며느리가 준비해간 음식들을 잡수시고 싶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시는 것 같다.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부터 욕실청소에 빨래에 집안 청소부터 시작하는 며느리를 기다리시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건강을 위해 하던 축구를 하던 서방님이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다닌다.
오른쪽 발목이 퉁퉁 부어서 절름발이가 되서 출퇴근을 하고 계시는거다.
아는 사람에게 받아온 벌나무를 2,3일에 한번씩 끓여서 남편 손에 들려 보내고
나도 그 물을 마시면서 야근을 하루 걸러 9시 혹은 8시까지 하는 강행진을 했었다.
그리고 어제,월급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는 소식을 옆자리에 앉은 직원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중학생인 큰 딸은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중학생인 큰 아이의 학교 급식비와 다음달에 있는 수련회비가 통장에서 빠져 나가고
그로 인해 큰 아이의 옷을 한 벌 사준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다.
초등학생인 작은 딸은 학원 한 곳을 보내주고 있다.
아이가 간절하게 원하고 지금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지내고 있다.
작은아이도 다음 주에 있는 수련회비가 빠져 나가고 청바지 한벌과 티셔츠를 사줬다.
친정엄마가 쌀을 이번에는 2자루를 보내셨다.
동생 것 20키로, 우리집 것 40키로짜리로.....
최소한 10만원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어머니의 병원비로 인해 대출 받은 돈에서 몇십만원이라도 갚으려다 보니 이번에도
친정엄마에게는 쌀값을 보내드리지 못하는 큰딸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랬다. 모든 행동들을 하고, 살아가는 데에는 "돈"이라는 것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니기로 결심을 했으며, 돈 때문에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을 하면서 겪던 많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이겨내던 이유도 딱 한 가지, 돈 때문이었다.
부모에게 자식 노릇을 하는데도 최소한의 돈을 필요로 했고,
내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부모 노릇을 하는데도 돈은 필요했다.
불우한 이웃을 보고 도와주고 싶어도 최소한의 돈을 필요로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인터넷으로 블로그를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데도 돈이(인터넷 비용) 필요했다.
친한 사람들과 서로의 연락을 할 수 있는데에도 통신비라는 돈이 지출되는 것이다.
내 자신이 돈만 쫓는 속물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이제까지 살았는데
왜 결혼은 현실이고, 생활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돈은 많치는 않아도 꼭 필요로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돈의 노예가 되어 추한 사람의 모습으로는 살지 않겠노라고 부르짖는 내가 가끔씩은 위선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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