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8. 06:00ㆍ★ 부부이야기
퇴근 길에 집 주변에 있는 작은 마트에 들렀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느긋하게 먹거리들을 구입해서 계산대를 향했다.
들고 있던 가방과 비닐 봉지 하나를 달라고 해서 쑤셔 넣어야 했다.
계산원 아줌마가 너무 급하게 내 쪽으로 내던지듯히 밀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내 뒤에 기다리는 손님도 없었으며 마트 안도 한산하기 그지 없었는데 참으로 불친절한 직원이었다.
기분도 나쁘고 뭐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평소의 나 처럼 꾸욱 눌러 참고
봉지와 내 가방에 그 날 구입한 먹거리들을 쑤셔 넣어서 그 마트를 나오면서
두 번 다시 이 가게에서는 물건을 사지 말아야지를 결심했다.
식당엘 갔다.
주부가 되고 나서는 내가만든 음식이 아닌 남이 만들어준 음식이나
밖에서 사먹은 음식은 다 맛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서빙을 하는 아줌마가, 그 날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반찬그릇을
놓는 손길이 거칠었고 입은 댓자는 나와 있었다.
내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인데도 웬지 그 서빙하는 사람의 눈치가 보여서 불편했다.
다 먹지도 않았는데도 빈 그릇을 치우는 그 서빙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점원이었다.
계산을 할 때도 전혀 웃지도 않은 그 점원을 향해 나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결심한다. 앞으로 이 식당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거라고~~
버스를 탔다. 두딸들과 함께~~~
버스기사분이 어찌나 거칠게 운전을 하는지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허지만 버스안 우리 모녀를 비롯해 그 누구도 버스 기사에게 운전 좀 살살 좀 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 모녀가 내릴 차례가 되어 벨을 누르고 섰다.
내 옆에 칠순즘 되어보이시는 할머님이 서 계셨다. 한 손에 야채들이 묶여 있는 가방을 들고 서 계셨다.
버스 정거장에 도착을 하자, 난폭한 운전을 하던 버스 기사가 급정거를 해서 멈췄다.
그 바람에 나와 두 딸들도 허리가 휘어질만큼 꺽이면서 휘청거려야 했으며,
야채꾸러미를 들고 계셨던 할머니는 주저 앉으실뻔 하시면서 짐꾸러미가 다 쏟아져서
버스에서 내릴 때 디디는 발판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욱~ 하고 내 얼굴이 시벌개지면서, 그 버스기사를 째려보면서, 할머니 괜찮으시냐고...
일으켜 드렸고, 쏟아진 채소들을 손으로 집어서 가방에 안에 넣어드리면서
어디 다치신데 없으시냐고 여쭤봤다.
그리고 버스 뒷자리에 비치 되어 있는 먼지 낀 건의사항이나 불편사항을
적는 엽서를 한 장 꺼내 들고, 그 버스 기사의 이름과 버스 번호를 기억해 놨다.
그 때까지도 버스안 그 누구도 버스 기사의 그 만행(?)에 한 마디를 하는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일을 겪고도 그 할머니는 그저 내 손을 잡으면서 애기 엄마 고맙다고 하시면서
그 버스 기사에게 한 마디도 못하셨다.
나도 마찬가지로 열오른 사람처럼 부화가 치밀고 화가 나면서도 그 버스기사 대놓고
한 마디 하는 야무진 아줌마는 되지 못했으며, 내 옆에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있던
내 딸들이 그 날의 광경을 보고, 우리 엄마는 불의를 보고도 참 잘 참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것이다.
그게 작년 여름즘에 어느 버스안에서 겪은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매사에 비겁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었다.
마트나 서점 같은데서나 음식점에서,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종업원에게
여기 점장이 누구야? 여기 점장 나오라고 해....... 여기 사장이 누구야? 사장 나오라고 해~~~
라고 얼굴이 벌개져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을 보면서,
그 손님이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도 모른채, 그 손님앞에서 쩔쩔매는 종원들이 더
안됐다는 생각만 하던, 이제까지 살면서 타인 그 누구와도 언성을 높혀 가며
싸워 본적이 없는 극소심하고, 비겁한 사람으로 살아왔다.
두 번 다시 그 곳을 이용하지 않으면 되지 뭐~~~ 라는 식으로 살아왔다.
지금도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
나는 내게 부여된 권리도 스스로 체념하고 사는 경우가 너무 많다.
서로 얼굴 붉히며 언성 높히는 짓은 되도록 안하고 싶어서 내가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냥 내가 참고 넘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 내가 요즘에는 그런 것에 분노를 느끼며, 누구보다도 내 아이들에게
비쳐지는 엄마의 모습이 그러면 내 아이들도 분명히 나 처럼,
비겁하고 내게 정당하게 부여된 권리들을 다 체념한채, 남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내가 손해보는 사람으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따지고 싶을 때도 많고, 참 이건 정말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치만 그냥 참고 넘겼다.
나의 20대에는,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친구들에게도 워낙에 직선적인 성격이라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도 했던 처자이기도 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나는 극소심한 사람이 되었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는 힘의 근원이 아줌마 파워라는 말에 실감을 하면서도,
조금은 막무가내의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고, 용감하다는 그 아줌마의
파워를 나도 닮아가고 싶다.
웃는 목소리도 크고, 노는 것에도 적극적이고, 사는 것도 열심이면서 ,매사에 긍정적이고
씩씩한 대한민국의 아줌마의 모습을 나도 적극적으로 닮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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