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부담되는 신랑, 예단비 부담되는 신부

2012. 7. 5. 06:00★ 부부이야기

 

 

 

 

서른 여덟 살인 막내시누가 결혼을 한다. 얼마 전, 양가 상견례가 있은 후부터 어머님은 시누의 결혼준비 때문에 한숨을 쉬신다.

결혼비용때문이다. 신랑쪽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늦게 결혼을 하는 딸 가진 부모로서 좋기도 하지만, 그게 맞게 신랑쪽에 보내야 하는

예단비와 혼수비용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큰 며느리인 내게 싶다면서 매일 전화를 하시는 어머님께 맘 같아서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씀 드리고 싶었다. 예단비와 혼수가 부담이 되면 신랑쪽에서 준비하는 집을 거절하고, 신랑 신부 둘이 서로의 경제상태를

서로에게 솔직하게 100% 오픈하고, 이제까지 둘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 순수비용만으로 결혼을 하라고, 신랑이 마련한다는 그 집값에는 분명히

신랑측 부모님의 지원이 포함되어 있을거라는 사실은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누의 결혼비용에 보탤 비용이 있으시다면 그 비용으로 어머님의 노후생활자금으로 사용하셔서 자식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님께 그런 솔직한 내 생각을 말씀 드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건 현실에서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운 사회적인 분위기와 지금껏 내가 겪은 어머님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식들의 결혼문제에 부모들이 관여하는 %수가 지나치게 높은편이다. 자식들 또한 부모가 자신의 결혼비용을

어느 정도는 대주기를 바라고 있다. 요즘엔 결혼을 시작하면서 함께 살 집을 준비할 때, 남자 여자 구분 없이 형편되는대로 보탠다고

하지만 아직도, 집은 남자가 준비하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 있는 게 어쩔 수 없는 우리네 현실이다.

이런 결혼 비용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이 있는데 이런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결혼을 당사자 두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양가 부모님과 같이 여섯명이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2년 일찍 결혼한 동생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결혼준비를 했었다.

서로의 경제사정을 솔직하게 밝혔고, 결혼 후 몇 개월 있다 얼마짜리 적금을 타게 되는지도 애기 했었다.

결혼 후에 시부모님에게 달달이 생활비를 드려야 하고 그 금액가지 미리 동생에게 말을 했었다.

그래서 동생 부부는 지금까지 18년동안 제부의 통장에서 시부모님의 생활비가 매달 자동이체되고 있다.

서로의 경제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숨기는 게 없었기에 동생과 제부가 주체가 되어 결혼준비를 할 수 있었다.

부모들이 자식들 결혼에 지나치게 관여해서 잡음이 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었던 데는 동생부부의 확고한 신념도

있었지만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의 전적인 존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혼의 주체는 주변 어른들이 아니라 당사자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동생 부부는 결혼준비과정에서 자신들이

주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고 그래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결혼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동생 부부는 결혼준비에서부터 자신들의 힘으로 시작했기에, 지금도 양가 부모님들에게도 당당할 수 있고

어느 한쪽 집안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동등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잘 살고 있다.

 

 

 

 

성인인 남녀가 서로 사랑해서 하는게 결혼이다.

결혼준비를 하면서부터 부모에게 의지해서 손 벌리는 행동은 나중에 그게 자신들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걸

한 번즘은 생각해봤으면 한다. 부모들 또한 자식의 결혼에 지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식의 결혼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할 성 싶다.

결혼의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결혼하는 당사자 두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고, 결혼준비에 있어서도

남자 여자 구분 없어지는게, 결혼 이후에도 시가와 처가 차별이 없어지는 데 바람직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