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2012. 6. 23. 06:00★ 부부이야기

 

 

 

1주일에 한 번씩 당근 1봉지와 비싼 사과를 사서 냉장고안에 넣어두고

매일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당근사과쥬스를 갈아서 남편이 마실 수 있게 해준다.

이틀에 한 번꼴로  양파6개정도를 손질해서 오쿠에 넣고 양파즙을 내려서 챙겨주고 있다.

술독이 덜 풀렸을텐데도 빈 속으로 출근하지 말라고 매일 아침마다 김밥 싸주는 것도 까먹지 않고 있다.

고지혈증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지 말라고, 혈관이 좁아지지 말라고 수개월째 이 짓을 하고 있다.

나도 빼빼 말랐지만 혈액순환 잘되라고, 몸이 찬 내 몸을 보온하기 위해 양파껍질에 대추까지 넣어서

끓인 물을 수시로 마셔준지가 이제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집 남자건강만 챙겨줄 게 아니라, 우리집의 또 하나의 기둥인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하니까.................

 

 

 

 

 

지 난주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에 취해 새벽에 들어오시던 우리집 남자가,

금요일날 새벽엔 1시가 되기전에 들어와 주셨다.

자기도 살아야겠다고 하면서 몸안의 독소를 빼준다는 민간요법 책을 읽더니

앞으로는 오이도 수시로 즙을 내서 마셔야겠다고 오이가 가득 담긴 검은봉지를 손에 들고 오셨다.

아침마다 해주고 있는 사과당근 쥬스로 안 챙겨줄까봐서 당근도 한 봉지 더 사오셨다.

나는 새벽1시에 오이를 2개 소금으로 여러번 깨끗하게 씻어서(오이에 농약이 많이 묻었다고 하도 강조하길래)

쥬서기에 갈아서 우리집 남자에게 갖다 바쳐서 마시게 해줬다.

"몸에 좋은 백 가지 음식 챙겨 먹는 것보다, 술 한 가지를 끊는게 훨씬 낫다..." 라고 궁시렁거리면서...

 

 

 

 

 

 

 

그런 것들 안해주고 싶을때도 많다.

술해독에 좋다는,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이런 모든 먹거리들을 안 챙겨주고 싶을 때가 참  많다.

내가 챙겨주니까 자기 몸이 버틸만하니까.... 그 나이에도 그리  술을 푸고 다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기가 진짜로 아프면 직장이고 돈이고 술이고 뭐고간에 다 끊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먹거리들을 안 챙겨주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제발 술을 끊으라는 16년동안의 내 잔소리와 설득에도 끊지 못하는 의지의 애주가 남편을

나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챙겨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유산균이라는 제품도 챙겨주고. 보약 한 재 더 먹을래? 라는 그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는

내 오지랖 때문에 우리집 남자가 술을 못 끊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술꾼의 아내로

사는 나의 숙명이라고 받아 들이고, 남편 본인 스스로가 절주 하는 그 날까지 숭고한 마음으로 기다려 볼 참이다......

 

 

 

 

 

 

 

나도 근래 들어 모든 음식들을 할 때 싱겁게 하려는 노력을 한다.

되도록 인스턴트 음식은 아이들에게 안 먹이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게 완벽하게는 되지는 않고 있다.

나도 아직 종종 목의 뻐근함이나 어깨결림 증상을 느끼기 때문에

디스크 질환에 좋은 먹거리들도 찾아서 먹으려고 한다.

노화로 인한 눈의 침침함에 도움을 준다는 결명자차나 구기자차도 번갈아 가면서 남편과 함께 마시고 있다.

모든 명의들이 하는 말들에 나도 크게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모든 병의 시초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될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의 병 다음으로

중요한게 바로 우리들이 평소에 먹는 먹거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