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2. 10:22ㆍ★ 부부이야기
학창시절의 난,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할 줄도 알았다.
결혼전에는 친지분의 부탁이나 호의도 거절할 줄 알았다.
마음이 가지 않는한, 조건 좋은 남자 대쉬를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아는 처자였다.
결혼전 나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솔직하게 하면서 살았다.
친정에서는 맏이였기 때문에 친척분 어르신이 계신 자리에서도 내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하면서 살았으며,
어르신분들도 내 아버지의 깐깐함을 고스란히 닮은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집안에서는 장남인 내 아버지의 맏이였던 나, 딸 이었지만 내 발언권은 항상 당당할 수 있었으며
여자였지만 우리 김해김씨 삼엽파 73대손 집안 족보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유일한 딸이기도 했다.
내성적이고 깐깐하고 융통성은 없었지만 허튼 언행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성정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친치분들의 평가에 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내 한자 이름처럼 내 집안을 일으켜 세워서 형통하게 만들 책임감도 늘 갖고 살았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해서 시댁이라는 곳에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움츠려들고 주눅들고, 며느리 도리, 큰며느리 도리라는 말에 묶여서
시어머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며느리로 살았고,
말대답한다는 애길 들어서 친정엄마의 가정교육이 들먹거려질까봐서
하고 싶은 말, 따지고 싶은 모든 말들을 가슴속에만 담고 살아야만 했다.
그런것들이 지금은 자다가도 가슴 답답함과, 분노심이 느껴져 나를 벌떡벌떡 일어나게 만들고 있다.
내 집안에서도 친지 모든 어르신분들에게조차 존중받던 내가 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 좋다고 쫓아다닌 남자의 집에만 가면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 되는지.............
최대한 어머님과는 부딫히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어머님에게도 꼭 필요한 용건이 없으면 전화도 안하려고 한다.
어머님 전화번호만 봐도, 어머님의 여보세요, 애미냐? 라는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기 때문이다.
내게 이젠 대놓고 요구 하지 않아도 이제는 지난 날, 내가 받은 상처들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때문에...........
이용당하고 속았다는 느낌을 결코 떨쳐지지가 않으며, 지난 날 며느리도리라는 말에 묶여
했던 모든 나의 행동들을 처절하게 후회 한다.
요즘 난, 마무리가 되지 못한 지난 날들의 가계부 결산을 정리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도 어리석게 시어머님의 농간에 쉽게 놀아놨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편의 일때문에 그리도 경제적으로 힘들었음에도 있는 빚에 더 빚을 내면서까지
시어머니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어리석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든다.
나와 남편, 그리고 내 두 딸들 위주로만 살 것이다.
그리고 시댁 가서도 당당해질거다. 내가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지난 15권의 가계부 정리를 하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은 강해진다.
그리고 잘 살 것이다. 그런 어머님을 비웃듯이 나와 남편 우리 아이들 잘 살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잘 살 것이다.
항상 우리보다 넓은 평수에 살고, 넉넉하게 사시면서도 돈돈 하면서 풍족하지 못한
자식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어른으로는, 나는 절대로 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의 모든 결혼생활을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겨 놓은 나의 행동들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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