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은 대충 흉내만 내는 주부로 살기

2012. 10. 25. 06:00★ 나와 세상

 

 

 

냉장고 정리를 해봤다. 다른집 냉장고안을 보게 된 후, 나도 그 집 냉장고처럼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어진다.

반찬을 절대로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그 날 그 날 만들어서 한 두끼만 먹는 부지런한 맞벌이 주부의 집이다.

20년 넘게 직장맘으로 살아온 그 주부의 냉장고안을 처음 봤을 때는 너무 깔끔해서 조금은 놀랬다.

이런 저런 요리들을 잡다하게 만들지 않고 먹을 반찬 한 두가지만 새로 만들어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전기코드도 그 때 그 때 빼놓는 습관이 두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배여 있었다.

나는 주변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속적으로 따라 하진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바람직하고 좋은 습관이나, 본받을만한 모습은 따라하려고 하는 편이다.

내 방식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살림을 하기에는 집안 일에도 나는 그다지 재주가 없는 주부인 듯 싶다.

 

 

 

 

 

 

해도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일이 집안일이라는 것을 해가 갈수록 실감하게 된다.

매일 매일 그 반찬이 그 반찬인 것 같다면서, 맛있는 반찬 좀 해달라는 아이들의 요구가 있을 때나,

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집안 구석구석에 먼지나 머리카락이라도 발견되거나

이부자리나 베게 커버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말이라도 듣는 날엔 나는 순식간에 게으른 주부로 전략하고 만다.

원래가 살림을 야무지게 하는 주부는 아니었지만, 집안 일을 하면서 재미있거나 보람을 느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바느질도 요리도 그리고 그 밖의 집안일에도 나는 대충 흉내만 내는 주부인 듯 싶다.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뭔가 허술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야무지지 못하는 평을 받는 편이다.

설거지를 하고 나서 그릇에 말라빠진 밥풀이 묻어 있다는 핀잔을 들은 적도 있었던 것 같고,

수 백번 넘게 끓였던 된장찌게나 김치찌게나 미역국의 간이 싱겁거나 짜게 되는 경우가 지금도 있다.

주부 경력 16년이 무색할 때가 있다.

집안 일도 설렁설렁 대충 흉내만 내는 주부, 직장생활도 진득하니 오래 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잡다한

다양한 알바를 해봤으나 그 또한 오래 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가족들 앞에서는 잘난 척 하면서 큰소리를 치는 경우가 있으니....

어찌보면 우리 가족 중에서 내가 젤로 낯짝이 두꺼운 사람일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