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자 당장에 통장잔고가
월말도 되기전에 바닥이 나서 퇴사이후 처음으로 현금서비스를
기십만원을 받아 카드결제금액을 메꿔야 했다.
마트에서 장을 한번 보고 나면 왜그리도 한숨이 나는지...
집안단장 한다고 사들인 가전제품이랑 기타등등의 물건 대금
때문에 다음달까지는 아마도 적자를 면치 못할것 같다.
사치스럽진 않치만 난 쓸데없는 소비를 종종 하는 편이라
뭔가를 구입하고 나선 후회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달엔 시아버님 기일 준비를 카드로 준비하고 식대물건도
현금이 없어 전부 카드 결제를 했음에도 통장 잔고가 부족하다니....
아직은 집에 더 있고 싶다.
일을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것은 스스로 나태해지고
경제적인 이유가 크지만 그래도 아직 내 몸은
집에서 더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거기다가 무슨 일이 있어도 3교대 톨게이트 일은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구인란을 봐도 이제 마흔줄에 접어든
자격증 하나 없는 나 같은 아줌마가 구하는 직장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리고 내 몸과 맘이 아직 더 집에 있고 싶어서인지 마트 카운터 일이나
동네 언니들과 예전에 함께 했던 부업조차도 하기 싫고 또다시 어딘가에
소속되어져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몸과 맘이 피곤해지는게 싫다.
그렇다고 집안일과 아이들을 핑계로 (집에 있는다고 더 잘하는것도 그다지 없으면서)
언제까지나 집에만 있을수는 없을것 같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던것 같은데 직장을 다니다가 집에 있으려니
괜한 마음에 한시라도 빨리 어디 다른 직장을 다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에 사로 잡히게 되고, 예전에도 분명히 지금처럼
통장잔고가 빨리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는 허다했는데
이번 통장잔고가 말일도 되기전에 바닥을
드러낸다고 유난히 불안해하고 초조해 하는 나를 본다.
지난 금요일에도 친정아버지 제사때문에 부천에 있는
동생집에 가는길에 내가 다니던 톨게이트를 지나가게 됐다.
남편은 회사에서 구입해준 하이패스 단말기가 있어서
굳이 요금소쪽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언니들도 보고 싶고 친정아버지 제사에 준비한
부침개들과 식혜를 준비해서 사무실에 들러서
중번 근무자들 식사시간때 반찬으로 먹으라고 식당에 두고 왔다.
가슴이 저몄다. 다시금 3교대 일을 하고 싶진 않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곳 근무를 하는 직원이고 지금도 예전처럼 여럿날을
쉬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재작년에도 눈병땜세 보름넘게쉬는둥)
하1요금소 옆을 통과했는데 친하게 지내던 영자언니가
어찌나 반가워 해주던지........... 사무실 대리님이랑 주임님도
몸 회복됐으면 다시 나오라고... 내가 만들어오는 부침개와
식혜를 늘 먹을수 있게, 그리고 남편이 회사에서 종종 가져온
샘플용 복분자 술이 그립다고......... 언니들이 안아줬다.
여전히 불암산 영업소는 그대로 바쁘고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늘 빠듯해서 웃고 반갑다고
손 한번 잡고 뛰어가기 바쁜 언니들을 보고 괜히 콧날이 시큰해졌다.
이런 나를 남편은 너무 톨게이트에 애착을 갖고 일을
해서 그런다고 이젠 톨게이트에서 벗어나라고 애길 한다.
술회사에서 나온 핸드크림을 남편이 한박스 가져왔을때도,
늘 손을 자주 씻어서 핸드크림이 필수인 수납사원 언니들이
생각나서 저번에도 시댁 가는길에 들러서 전해 주고 갔다.
소주를 보면 영업소에서 근무하던 애주가 언니들이 생각나고,
식혜를 만들때면 내가 만든 식혜를 정말 맛있게 먹던 복주임님이
생각나고, 시누가 화장품들을 챙겨주면 이젠 내게 필요 없어진
색조화장품을 그곳 근무자 언니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진다.
일요일이 되면 식당 아줌마가 쉬어서 교대자들이 새벽부터
식사준비를 하던 기억도 나고, 초번 근무때마다 교대 청소 끝나고
탈의실에서 생라면 뜯어 먹던 기억도 나고,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동이 다 트지도 않는 아침 7시에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차로에 나가서 쓰레기 줍던 기억도
이젠 다 추억으로 남겨져서 나의 마음을 애잔하게 해준다.
자다가 새벽녘에 깨서 화장실에 들럿다가 벽시계 한번 보곤
아, 이 시간이면 사무실 주임님이 한가한 시간이겠다 해서
잠이 안 오는 새벽 4시에 영업소에 전화질을 해서 10분넘게
복주임과 수다를 떤적도 있었다.
잠이 안오는 새벽녘에 그렇게 나는 가끔씩 전화를 할곳이
있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낄때가 있다.
불암영업소에선 복주임님과 친했고 그래서 새벽에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고, 이젠 별내영업소에 발령받아 가신 조주임님에게도 전화할수 있고,
나와 동갑내기 수납사원으로 있다가 송추 영업소로
주임 발령받아 간 강희연 주임과도 나는 새벽에 전화통화를 해봤다.
조금은 우습지만 새벽에 그렇게 가끔 잠이 안올때
그렇게 나는 전화할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느꼈다.
사소한 우울증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뭔가 마음이 복잡하다.
날이 갈수록 애교가 많아지고 이쁜짓을 많이 하는 내 작은아이,
하루하루 다르게 사춘기임을 느끼게 해주는 큰아이와의
시간도 나름대로 행복하지만 웬지 나는 일하던 그때가
이유없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다시 그곳 일을 시작하라고 하면 하기는 싫다.
참으로 이상한 심리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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