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10자와 화장대 그리고 TV다이 해서 120만원,
싱크대와 몰딩 그리고 도배장판 하는데 270만원,
아이 책상 1개와 옷장과 서랍장 50만원 예상,
냉장고 구입에 100만원 예상,
요즘 나는 늘 이런 생각들로 날마다 계산기 두들겨가면서
다음달 초에 나올 퇴직금과 중고차 팔면 생길 돈으로
이 많은 경비를 충당할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결혼해서 아직 장롱이나 전자제품을 바꾼적이 없었고
이곳을 벗어나기전에 버티자주의여서,
수개월전에도 옆집에서 이사갈때 준 옷장으로 버티고 있었다.
장롱문짝 떨어진지도 몇개월이 지났고,
싱크대 문짝들도 부러져서 경첩을 갈아가며
얼기설기 붙혀서 살아드랬는데 한번 마음 먹을때 저지르자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수년전에 생전 처음으로 내가 처음으로 간절하게 갖고 싶어하던
이 컴퓨터를 처음 구입해선, 본전 찾을 목적의식을 갖고
컴맹이던 내가 인터넷으로 라디오 프로 여기저기에 열심히
글을 올려서 금전적으론 몰라도 그에 비하는 자잘한 것들을
받았던 기억으로, 이번 일에도 그런 기대를 해본다.
저지르고 나서 대출금 상환이 최우선이 되야 하는 지금
우리시점에 집에 이렇게 투자한것에 대해 메우기 위해
더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돈벌이를
하려고 애쓸거라는 그런 기대를 해본다.
우리집 아이들은 이번 집단장에 나보다 더 들떠 있다.
워낙에 낙서가 심했던 아이들로 인해 벽지가 빈틈이
없고 방수공사가 잘못되서 주방 천정 벽지가 푹 꺼져 있은지도
벌서 5년이 되어가고 있었음에도 나는 방수공사를 다시 하고 나서
물이 새나 안새나 본다고 여직 벽지도 뒷전으로 미루고 있던터였다.
냉장고는 워낙에 내가 집에서도 여기저기로 옮기고도 했고
이사 5번 하다보니 문도 안닫히고 성애도 끼고 수리비가
십만원대가 넘는데다가 시원함도 떨어진지도 오래되었음에도
버텨보자 하고 이제까지 지냈다.
장롱은 문짝이 떨어진게 서너번 되었고 경첩이 부러져서 경첩만
사서 몇번을 갈아서 겨우 살았는데 이번 바꾼김에 그래 뭐~
하는 그런 마음으로 안방벽 한쪽에 세워둔 장롱 문짝을 보곤
13년만에 새롭게 장롱도 장만하자 했다.
물론 결혼할때 살때 샀던 그런 좋은걸로는 구입하지 못했다.
집단장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한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한번 시작하려 하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경비가 너무 많이 생긴다.
조명도 수도꼭지도 갈아야 하고,
결혼할때 해온 오래묵은 그래서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던 이불솜도 버릴까 하다가
친정엄마의 서슬이 무서워서 솜을 새로 틀어
사용하기로 하니 그 경비도 만만치가 않다.
가구도 싱크대 도배 장판 모든 견적을 내러 갈때도 나는
동네 인근 선배언니들을 대동하고 다녀왔고 그리고 다음에
또 내 두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또 다녀왔다.
바지 하나를 사도 딸들것은 내맘대로 사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아이가 선택하게 했고 어쩌다가 내가 내 눈에 이뻐서 사왔다가도
딸내미가 맘에 안 들어하기도 하다보니 나는 오래전부터,
보미가 학교도 들어가기전부터 자기가 입을옷을 살때는
자기가 직접 고르게 했다.
나는 물건이나 뭘 살때 선택을 잘 못한다.
그게 뭘 사거나 구입할때 혼자 다녀본 기억도 거의 없고
어릴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내가 입었던 옷들 전부가
엄마가 사준, 내 의견하곤 전혀 상관없이 사주는대로 입는것에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물건을 보는 안목도 형편없고 물건값
흥정 같은것에도 전혀 재주가 없으며, 갂아주세요
라는 그런 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자기가 쓸 물건은 자기 스스로 선택하게
했고 그로 인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그 후회로 배운게 있다면
그게 더 내 아이들이 훗날 물건 살때 더 나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주리라 기대를 한다.
작은아이는 내가 집에 있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피우지 못한
어리광을 내게 어찌나 많이 피우는지 모르겠다.
자식은 다 같은 자식임에도 나는 웬지 작은아이가 더 살갑다.
큰아이는 어리광도 없으며 그건 아주 어릴때부터 그랬고,
큰아이는 갓난쟁이때도 등에 업어준 기억이 거의 없는데
작은아이는 울음소리가 더 커서이기도 했지만 업고 키웠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나는 이상하게 큰애에겐 늘
나이보다 더 의젓하기를 강요하는 엄마로 존재하는듯 하다.
그리고 작은아이에게 웬만한것은 다 봐주고 웃어주고
야단을 칠때도 큰애 야단칠때와는 분명 차별을 하는듯하다.
큰아이가 미운것은 아닌데 웬지 나는 큰아이는 작은아이보다
더 어른스럽고 속이 깊어야 한다는,어떤 상황에서도 동생을
감사줘야 한다는 맏이로서의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어릴때부터 동생들을 언제든지 맏이인 내가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자랐으면서, 그래서 맏이라서 받은 혜택을
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렸으면서도 말이다.
맏이라서 항상 옷도 새것 학용품들도 새것을 가질수 있었던 나,
큰애라고 나도 보미에겐 늘 새것들 사주고 있다.
옷도 한해가 무섭게 키가 크는 보미에겐 새옷을 사주지만
작은아이는 옷은 사준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늘 작은아이에게 잘웃어줬고 너그러웠다.
그래서인지 큰애는 작은아이에 비해 나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기보다 내눈치를 보는듯 하고 어두운 아이가 되었고
작은아이는 잘웃고 애교 많고 야단을 쳐도 엄마 품으로 안기는
행동으로 나와 남편을 제압하는 그런 애교덩어리 딸내미로 변했다.
맘은 그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큰아이에게
나는 감정기복 심하고 늘 단정하고 의젓함만을
강요하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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