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아들내미 수술

2009. 9. 14. 17:24★ 나와 세상

 

 

한푼이라도 더 벌어 볼 요량으로 연3일을 출장뷔페일을

나가서 일을 해보면서 노동의 힘겨움을 확실히 경험했다.

생전 처음 해본 320명분의 설거지만 오전10시부터

밤8시반까지 하고, 집에 11시가 되서야 도착을 했다.

다음날 새벽 2시에 일어나 3시에 집을 나서서 4시까지

출근을 해서 평택까지 가서 결혼식 출장뷔페 800명 가까운 일을

하면서 나는 이 일은 정말로 나에겐 너무나 벅찬

일이고, 손끝이 야무지고 손도 무척이나 빨라야 하는 이 일은

정말로 나에겐 맞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다시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고 새벽4시부터 시작된 일이 오후 5시반까지 손님을

치울때까지 단 한끼의 식사도 못한채, 850명분의 설거지와

뒷처리가 남아 있는 오후 6시가 되서야 밥을 먹기 위해

의자에 앉았는데 젓가락을 드는 내 손끝은 덜덜 떨렸고,

가슴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서러움과 힘겨움, 그리고 온갖

감정들로 화장실로 뛰어가 소리 죽여가며 20분을 울다가 나왔다.

다 힘들었고 처음 해본 결혼식 출장뷔페일은 너무나도 나에게

너무나 힘겨운 노동이었고 거기다가 손이 느리다는 이유로

팀장격인 분에게 핀잔을 몇번 받았더니만 한없이 내 자신이

초라해졌고 14시간을 굶었는데도 입맛은 하나도 없었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모두 함께 뒷설거지와 닦는것을 하다가

중간에 그 건물 사람들이 자기네들이 주방을 써야 한다고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말에 허둥지둥 정말로 정신없이

마무리를 하면서도 화장실 쓰레기통과 세면대까지 닦아내고 있는

내 자신의 성격을 보면서 난 정말 내 스스로가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용하지도 않는

그 건물 화장실 밀걸레 10개까지 손으로 빨고 깔끔한 화장실을

정리해주고 나서야 가장 마지막으로 나서는 나 자신의

성격이 스스로 너무너무나 싫었다.

일은 못하면서도 부지런함만은 집에서완 비교도 안되게

떨어되는 나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한심해  보였다.

그렇게 설거지까지 하르랴 속옷까지 다 젖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온몸이 띵띵 부었고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잠을 청했고 아침엔 일어나질 못해서 기어서

아이들이 자는 방으로 가서, 퉁퉁 부은 눈으로

"우리 딸들 밥먹어야지..."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아침 10시가 다된 시각이었다.

 

 

 

 

 

"언니! 어제도 일나갔다며? 몸은 괜찮아?"

평소에 허약한 내 몸으로 말미암아 내 동생들은

늘 내 건강을 제일 먼저 챙기는 말을 하는게 일상이다.

그런데 어제 아침 막내동생의 내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약간 경직되어 있었고 예민한 신경을 가진 나는

왜 무슨일있냐고 나는 동생에게 물었고,

"언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동생의 말에 나를 업습해오는 그 불안함으로 나는

온몸의 신경세포들이 머리로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언니, 선호가 많이 다쳤어!" 라는 말을 하면서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막내의 말소리는

나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고,

둘째 동생의 열네살 큰아들내미가 예전에도 두어번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머리를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내 둘째 동생은 그 소식을 나와

막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친정엄마를 비롯해

시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고 나중에

어떡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던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둘째는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그 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았는데 막내가 둘째집에 토요일날 전화했다가

10살배기 작은딸내미가" 이모, 우리 오빠 병원에서 큰수술 받았어요"

라고 대답했다가 놀랜 막내가 당장에 병원으로 가봤고

둘째는 뭣하러 왔냐면서 알아봤자 좋을것도 없다고,

걱정만 할것 같아서 연락 안했다고, 그리고 제일 먼저

큰언니인 나에겐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막내 입단속부터

시켰다고 했단다.

우리 둘째 동생은 늘 그랬다.

이전에도 몇번 큰아들내미가 꼭 그렇게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머리뼈가 깨진적도 있고 크게 찧은적도 있고

그리 개구진 아이도 아니고, 밖에서 자주 놀게도 안하는

동생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시간도 많치 않은데 꼭

자전거로 인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둘째는 이번에도 친정이나 시댁에 최대한

연락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것이다.

어른들이 알게 되면 손자 다치걸 알면 동생의 시어머니의

성품에 울고 불고 하실것이고 이번 사고는 수술 자체가

큰 수술이었고 목숨까지 위태로운 지경까지 갔는데도

우리 동생은 주위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은것이다.

 

 

열네살난 둘째의 아들내미,

학원 두군데 다니고 하르랴 노는 시간도

많은것도 아닌데 이번 사고도 친구와 집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친구가 장난치면서 선호(동생아들)

자전거를 뒤에서 밀었는데 그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손잡이에 선호 가슴이 부딫혔는데 퍼렇게 멍만 들었을뿐

별다른 이상이 없어보였고, 응급실에 가서 사진도 찍어봤는데

괜찮을것 같다가 집으로 돌아갔는데 새벽1시경부터 가슴이 아닌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다시 응급실을 찾아서 피검사

CT까지 찍어봐고 별다른 소견이 없었는데 아이는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해서 췌장검사만 별도로 했는데 수치가 200,

약간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몇시간 더 지켜보자고 했다는데

동생은 그래도 맘이 안놓여서 불안했더니 의사가  그래도 불안하시면

영상판독만 전문으로 하시는 의사 선생님이 아침에 출근을 하시면

의뢰해서 소견을 들어보자고 하면서 모든 선택은 보호자인 동생에게

맡기되, 의사들은 그 어떤 진단도 확실하게는 해주지 않았단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아니 세계의 모든 의사들의 일괄된 진료태도이다.

확실하게 괜찮다고도 애기 하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알수는 없으되 소견으론 이상은 없으나

사진으론 알수 없는 장기 손상이 있을수는 있다고

보호자가 퇴원을 해도 자신들의 책임은 없게 하기 위해

확실하게 완전하게 집으로 가셔도 된다는 애긴 안하는게

의사들의 일괄된 진료 태도들이다.

아침이 되면서 복통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손으로 눌러봐도 선호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괜찮은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불안함 떨치지 못한 동생은 다시 한번 췌장 검사를 했고

200대였던 수치가 3시간만에 600으로 올랐고

저명하신 스케줄이 빡빡하신 유명한 췌장전문 외과과장 소견으로

이건 분명히 췌장쪽에 문제가 있는것은 확실한데

얼마나 손상이 됐는지 개복(開腹)을 해봐야 확실히

알수가 있다고 말하고 동생은 서른여섯해동안

살아오면서 생전 처음 수술 동의서라는것에 싸인을

해야 했다고 한다. 수술하다가 췌장이 이미 터져있다면

죽을수도 있다는 의사 설명을 듣고도 동의서에 싸인을 했다고...

 

 

췌장은 산성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몸안에 정상적으로 췌장으로 싸여 있을때

인슐린 분비를 비롯한 ,우리 몸 수많은 장기들처럼  맡은

기능을 하지만 그 췌장은 일단 찢어지거나 터지면,

다른 장기와는 다르게 다른 장기들을 다 녹여버리기 때문에

췌장은 함부로 건들릴수가 없고 그래서 췌장수술은

아주 위험한 수술중의 하나라고 한다.

수술은 정상적으로 잘되었지만 췌장의 5분지 2를

절개를 했고, 비장도 완전히 잘라내야만 했다고 한다.

비장 자체는 아무런 손상이 없었는데 췌장과 비장을

연결해주는 혈관이 손상이 되어서 어쩔수 없이

비장을 몽땅 제거 할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술은 아주 잘되었다고는 하나 열네살인 우리 선호는

평생을 작은 감기에도 조심해야 하고 면역성이 약해서

면역백신도 맞아야 하고, 췌장의 기능이 남보다는

떨어지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도 약해질거란다.

 

그 애길 듣곤 비봉사몽 정신으로 세수만 겨우 하고

축구를 하러 나갔다가 밥먹으러 나간다는 남편과 함께

수원 빈센트 병원으로 바로 달려갔고,

둘째에게 전화도 안하고 바로 갔다.

가봤자 내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직접

선호의 얼굴을 보지 않고는 내가 너무 숨이 막힐것 같아서,

내 동생의 얼굴이라도 봐야 할것 같은

마음으로 무조건 달려갔다.

병실이 비어있었는데 복도 저끝에서 너무나도 마른,

그래서 형상이 빼빼 마른 할아버지 같은,

허리가 구부정한 선호가 동생의

부축을 받고 휘청휘청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환자처럼 보이는, 선호와 피로함이 찌들어 보이는 내 동생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줄 흘러내릴것 같았다.

연3일 노동의 일을 했다고 그게 힘들다고 끙끙대던

내 모습이 왜 그리도 부끄럽게 느껴지던지....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동생은 의연해보였다.

엄마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수 밖에 없나보다.

도리어 이젠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해서

다행이라면서 되려 내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인다고

피곤할텐데 뭣하러 왔냐고 미안한 얼굴을 한다.

친정엄마가 성남에 올라와 계시는데 막내가

엄마를 만나러 갔는데 혹시라도 엄마가 알게 될까

전전긍긍 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참 나랑은

너무나도 다른 동생의 모습이 생소해보였다.

강한 사람이다. 내 동생은, 그리고 굉장히 독립심이

강한, 남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성격이다.

병원비 보태쓰라고 내미는 내손을 부끄럽게 만드는

내 동생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동생보다

모든면에서 못한 언니인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앞으로 평생을 몸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될

선호의 앞날이 너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나마 이정도에서만 끝난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고 동생에게 말은 해줬지만,

나의 그런 위로가 동생에게 되려 상처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금 나의 생활을 위해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밤새 오만 잡스럽운 꿈들로 잠을 설쳤고

나도 공을 들이는 절이라도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올해 열네살이 되는 동생의 큰아들내미가 친한 친구와

동네에서 자전거를 함께 놀다가 넘어졌는데

자동차와 부딫힌것도 아니고 가슴 언저리를 자전거 손잡이에

찧었다는데 퍼렇게 멍만 들어서 큰사고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커다란 수술까지 가는 커다란 사고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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