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

2009. 11. 23. 08:57★ 나와 세상

 

 수상한 삼형제라는 드라마를 챙겨서 본적은 없었던 시청자였는데, 우연히 오늘 9회분

재방송을 보다가  장남이라는  찌질남으로  나오는  배우가 아버지에게 술에 취해서

맘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이 드라마 전개상, 그  장남은  한심하고 찌질하고 아직도 무늬만 맏이일뿐

철이 안 든,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모성애에 의존하는 찌질한 맏이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장남이 아버지에게 울부짖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에   다시 한번 이 세상에서 맏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늘 부담스러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 다시 한번  맏이의 시청자가 되어서 눈물을 흘렸다.

세상의 맏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중에 그  맏이라는 타이틀에서 완전하게

자유스러운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어릴때부터 맏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혜택들로 인해,  동생들보다 더 성공해야 하고,

동생들보다는 부모에게 더 효도해야 하며, 동생들에게도  부모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완전하게 자유스러울수 있는 맏이는 없을것이다.

맏이임에도 동생들보다 더 엉망으로 살고, 부모님들에게 늘 한숨만 쉬게 하는 맏이도 많다.

맏이로서 혜택은 다 누렸으면서도 의무는 전혀 안하는,  한심한 맏이들도 많을것이다.

노력도 안하면서 맏이로서 권리만 주장하는 장남들도 넘쳐날런지도 모르겠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것에도 어떤 이유로든지 맏이가 모시지 않고 둘째나 막내가

모시는 경우엔  이미 그 장남은 장남으로서 가장 큰의무를 져버리는 자식이 된다.

큰며느리 또한 그런것에 자유롭지 못하며, 그들중엔 정말로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맏이로서 의무는 전혀 안하면서 재산이나 유산상속에선  맏이로서 권리만 주장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할 수도 있지만, 차남이나 동생의 선행엔

" 장남도 아닌게.... " 라는 말이 꼭 뒤따라 다니며 선행의 크기가 커진다.

허나 맏이가,  장남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허접하면은

" 장남이 되가지고..."    " 맏이가 되가지고..."

이런 말들을 들을때,  아니 듣지 않아도  이 세상 맏이들은 마음속에는 늘 존재한다.

맏이로서의 자신이 행하여야  의무가 뭔지를 모르는  맏이는  없다.

그 의무를 다 하지 않고 찌질하게 살고 있는 맏이라 해도, 겉으로 보기엔 정말로 왕싸가지

같은 맏이라 해도 마음속까지 그 맏이라는 타이틀에선 자유롭지 못한다.

 

 

 

나도  맏이이기 때문에,   맏이라는 단어에 예민한편이다.

맏이의 의무감에서, 맏이인데.. 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친구중에 현재 시부모님을 모시도 살지 않고 있는, 남편이 둘째 아들인데 시어머니가 무슨 말끝에 자긴 큰며느리하곤 성격이 안 맞아서 함께 못산다고 하시면서 둘째인 자기네와 함께 살기를 바하는  마음을 넌지시 비친적이 있다고 했다.

나와 그 애길 하던중에 이런 저런 말끝에 그 친구가 그랬다.

" 미쳤냐? 내가 어머님이랑 같이 살게.... 난 시댁에서 받은것도 없고 울 어머님은 이 날 이때껏 장남이라고 아주버님한테만  다 퍼줬는데 내가 왜 어머님이랑 사냐? 그리고 귀하게 키운 아주버님이랑 사시라고 해!

내가 큰며느리도 아닌데.... 아주버님이 장남이라고 그동안 받은게 얼만데..."

친구 아주버님이라는 남정네도 이런저런 가정불화로 이혼을 하고, 뭘 했다 하면 다 망하고

그런데도 시어머님은 장남에게 다 퍼주고, 생활력 강하고 건실한 친구 남편에겐 아무런것도

해준게 없었다는 걸 자주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친구의 "미쳤냐? 장남도 아닌데..." 라는 말만 아주 오랫동안  내 머리에 머물렀다.

그 장남도 아닌데............  맏이도 아닌데.........라는 말만 맴돌았다.

남들이 맏이로서 의무감을 강요하지 않아도 무능하고 찌질한 맏이로 존재하고 있는 이 세상의 수많은 맏이들. 

려서 맏이라고 받았던 작은 혜택들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맏이라고 동생들은 못먹던 생선 가운데 토막만 먹을수 있었고, 늘 형이, 언니가 쓰던 헌 가방 헌 옷만 물려 입던

동생들과  다르게 가난해도  맏이라고 늘 새 가방,  새옷을 입을 수 있었던 혜택들.

결혼 할때조차도  동생들은 스스로 번돈에다  아주 작은  금액만  부모님들이 보태서 결혼을 시키면서 맏이라고

기둥 뿌리 뽑을 정도는 아니어도 동생들에게 비하면 단돈  100만원이라도 더 보태서  결혼을 시키는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받은 그런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최소한 맏이로서 의무는 해야함이  당연한것이다라고 말한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한다.

 

 나또한 동생들에 비하면 맏이라고  받은  혜택들에 동생들 이  애길 할때면 나는

더 아무런 말을 못하는 죄인이다.

맏이라고 받은것에 비하면 맏이로서 으당 해야 하는것들을 동생들에

비해서 더더욱 못하고 있으니까...

두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나또한 작은아이가 시험100점을 받아올때보다

큰아이가 100점을 받아오는것이 배로 기쁘며, 웬지 작은아이가 잘하는것은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늘 맏이가 더 잘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을 먼저 갖게 되며,  큰아이

옷은 늘 새로 사주지만 작은아이 옷은 새로 사주는 경우는 참 드물다.

맏이로서 받았던 그 혜택들이 지금의 나에게 부담으로 남겨져 있으면서도 나또한 

내 작은아이보다는 큰아이가 뭐든 잘하는 사람으로 크길 바라게 된다.

작은아이의 성격이 좋은것은 기쁘지만 그거에 비해 큰아이의 밝지 못한 성격이

상대적으로 더 걱정이 되는, 웬지 나 조차도 큰딸이 더 성공하는 마음이 더 큰게 솔직한 마음이다.

애교 많이 이쁜것은 내 작은아이이지만 내 속마음안에 늘 내 큰딸이 동생보다 더 성공을 해서

동생을 보듬아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혹시라도 내 둘째 아이가 첫째보다 더 성공해서 그로 인해 큰아이가 동생의 그늘에 묻혀서

주눅 드는것은 제발이지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언젠가 시누가 무슨 말끝에 " 진짜 오빠는 그러면 안되.. 엄마가 오빨 어떻게 키웠는데.. 우리들은 몰라도 오빤 엄마한테 정말 그러면 안되.... 우리도 엄마한테 자식도 아닐 정도로 엄만 오빠만 위해주면 키웠는데......."

라는 말을 한적이 있었다.

아마도 울 시누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걸 지금은 기억조차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 애길 나는 대략 8,9년전엔 들었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지금까지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고 있으며 그 말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나도 그런 맏이로 우리집에서 대우를 받으면서, 가난한 집에서 늘  새 옷, 새 가방을 가질수 있는  맏이로서 혜택을 받고 자랐으며, 친정쪽 행사에 모이게 되면,   아들이 없는 우리집에서 장녀인 나는 동생보다 못살고 있음에도 맏이라는 이유로 그 어떤 친척 어른들의 시선을 느낀다.

동생보다 못했어도 내 동생들보다 내 말에 비중을 두시는 내 친정쪽 어르신들을 뵐때면,

그 분들은 늘 그런 말들을 하신다.

"보형이 니가 니 아버지 성격이랑 니 엄마 얼굴을 제일 많이 닮았다"

그리고 " 보형이가 제일 잘 살아야 한다" 라는 말을 늘 하신다.

꼬장꼬장하고 융통성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찾을수 없고, 보수적이고 늘 뭔가를 열심히 적어 대시던,

내가 8살적에 돌아가신 내 친정아버지의 성격,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돌출된 입언저리에, 팔자 걸음걸이를 그대로 닮은

내 친정엄마의 모습을 맏이인 내가 가장 많이 닮았다고, 친정쪽 친척들은 다 말씀 하신다.

시댁 친척 모임에도 시누들과 시동생은 참석 안해도 장남인 남편은 꼭 참석해야 하는것처럼,

내 친정쪽 경조사에도 내 두동생은 못가도 나는 꼭 참석을 해야 하는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게 장남으로서, 장녀로서 자라면서 보고 배운것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니까...

장남으로서, 장녀로서 동생들보다 훨씬 못하고, 못살고  있는 우리 부부이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는 맏이이다.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남편은 모르겠지만 난 어려서부터 내게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내가 맏이라고 받고 자란 그 작은 혜택들 그다지 나에겐 커다랗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새 물건등 새 것에 대한 욕심은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런 마음을 갖게 된데에는

내가 어릴때부터 동생들은 가지지 못한 새것들을 나는 가질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좋은 화장품, 물건이  생기면 내 동생들에게 줄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게 내가 맏이로서 그동안 받은  혜택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에 비례해서 둘째나 동생들도 할말들이 얼마나 많을런지도 생각하게 된다.

내 동생도 둘째라고 해서 늘 헌옷 헌 가방들을 물려받은것을 시작으로

노력해서, 쌍코피 터져가면서 시험성적이 1등을 해도 울 엄마는 그다지 기뻐 하지 않으셨다.

동생의 1들을 기뻐하기보다는 " 니 언니가 공부를 잘해야 할텐데.." 라는 말로  동생에게

상처를 주었으며, 여고입학때 입학시험에서 1등이었을때도, 농협공채시험에서 1등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때도 엄마는 좋아는 하셨지만, 만약 내가 그랬다면 하늘을

날을 만큼 기뻐하실 일 이었음에도 동생의 경사스러운 일엔 웬지 약한 기쁜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런 모습들도 어쩌면 동생의 기쁜 소식을 너무 기뻐하기엔  맏이인 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그러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결혼을 하고 나서,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알게 되었다.

결혼할때에도 장녀인 내 결혼식에 전세금에도 보태주셨고 결혼식 며칠전에 올라오셔서 준비도 함께 해주시기도 했으나

동생 결혼엔 그러지 못하셨다.

결혼 축의금도 내겐 일부 주셨지만 내 동생은 친정엄마에게 당연히 다 돌려 드렸고, 어쩌다가 올려오셔도

엄마의 차비도 늘 든든하게 동생이 더 챙겨주고, 엄마의 대한 마음 씀씀이도 장녀인 나보다 깊고 넓은 딸임에도

친정엄마는 늘 장녀인 내가 동생보다 더 넉넉하지 않음에 더 가슴 아파하시며 안스러워 하신다.

친정 엄마는 더 효녀인 동생이 주는것은 고마워는 하시지만 그로 인해 맏이인 내가

주눅 들까에 더 마음을 쓰시는, 그러고도 맏이인 나에게 더 많은것들 더 싸주려고 하신다.

동생은 겉으로 보기엔 언니가 형편이 좀 더 어려우니까 하고 이해주는척 하지만,

동생도 사람의 마음으로 그런 작은것들로 많은 성처를 받았을것이다.

나부터가 내 큰딸과 작은딸의 대한 마음가짐과 차별이 가져지는 마음을 고쳐야 할 것 같다.

나도 이미 나의 큰딸과 작은아이의 대한 마음도 다르고, 다르게 대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공정한 엄마가 되려고 하나 그게 참으로 잘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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