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0. 06:00ㆍ★ 부부이야기
나보다 4살 많은 남편에게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게 된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출근 하는 남편에게 "잘다녀와요..." 라고 말한것이 " 다녀와!" 라는 말로 바뀐지는 오래 된것 같지 않다.
시댁에서는 늘 남편에게 높임말을 사용한다.
" 보미 아빠, 식사하세요. " " 잘다녀와요." 지금 와요?"
이렇게 시댁에서는 남편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 아내의 연기를 철저하게 소화 한다
그런데 언젠부터인가 내가 남편에게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는 남편을 대하는 말의 대부분이 반말로 변해 버렸다.
내가 어느 정도 남편에게 편한 마음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반말로 변하기 시작한듯 싶다.
"지금와? 언제와? 이불 좀 개... 왜그래? 뭐하게? 언제 들어오는데? 또 마셔? 징합다"
등등 반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한것은 정말 오래되진 않는것 같은데 너무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부부간에 높임말을 사용하는것이 좋다는것은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그런 얘길 들으면은 조금은 가소롭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지금은 부부가 높임말을 쓰는것에 찬성 하게 되었다.
부부가 살다 보니 서로의 대해 어떤 존경심을 갖게 되는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사용하는 말투가 달라지면 서로를 대하는것이 달라짐을 근래 들어 느끼고 있다.
반말과 높임말을 절반씩 사용하던 나였다.
남편이 나에게 높임말을 사용한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남편보다 내가 4살이나
어리니 내가 높임말을 쓰는것은 어쩌면 당연한일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제 아침부터 남편에게 높임말로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깨닫지 못한 남편이
양파즙을 마시면서 내가 양파즙을 4개 챙겨주면서 "이것도 챙겨가야죠. 여기요.."
"이제는 자기도 술, 자제 좀 해야 하지 않아요? 며칠전처럼 자다가 끙끙거리면서 신음소리까지 내시던데..
이번주는 건강검진도 있으니까 금주 좀 하세요..!"
라고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 왜그래? 무섭게!" 하면서 징그러운 벌레 보듯히 했다.
"왜요? 저도 좀 남편을 존중하면서 살고 싶어서 노력하는 거예요..
앞으로는 쭈욱 당신에게 높임말을 쓰도록 노력 할거예요."
두딸들마저 그런 내 모습이 익숙칠 않아서 "왜그래 엄마, 이상해.. " 했다.
참 내 자신이 많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인것을 깨달았다.
내가 남편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남편에게 청소기 돌려 달라고 부탁하거나
남편에게 뭔가를 부탁할때 뿐이었던것 같다.
어색하고 조금은 가족들의 놀림을 받을지라도 남편에게 사용하는 말투만이라도 조금씩
부드럽고 높혀서 말을 하는 습관을 꼭 들이겠다는 결심을 이 아침에 다부지게 해보게 된다.
이 다부진 결심이 며칠이나 갈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부사이에 부드럽고 서로 높임말을
사용하는것은 결코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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