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9. 10:41ㆍ★ 부부이야기
2002년 12월 29일은 일요일이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지 1년 8개월즘 이라는 시간이 지날때쯤인 그 날,
휴일을 맞이해서 용미리에 있는 납골당에 다녀왔었다.
400만원 가까운 카드값을 메꾼지 이틀이 지난 다음이라서 나와 남편 사이는 냉기가 흐를때이기도 했었다.
12월 동안 12번의 술자리가 있었으며, 그런 날의 귀가시간은 새벽 서너시였으며,
그 당시에 나는 이 남자랑 함께 계속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었다.
2002년도에도 남편의 술자리 횟수는 나의 가계부에 빼곡하게 기록이 되어지고 있었다.
치열하게 싸우고 전쟁같은 나날을 보내기도 하던 때였으며, 수개월에 한번씩 불쑥 튀어나오는
카드값으로 나는 몸과 마음이 말라가고 있었으며, 세상에서 나만 불행한 여자처럼 그렇게 힘들게 견디던 시간이기도 했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나날 때문에 때때로 절망하고, 두 아이와 함께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었다.
그러는 중간중간에도 며느리라는 타이틀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 시어머님의 하소연들을 들어야 했으며,
시댁의 경조사를 챙겨가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내 두 딸들에게는 눈물을 자주 보이던 엄마로 존재했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내 체중이, 드디어 44키로까지 내려 갔었다.
피골이 상접하고 서른 세살이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나는 철저하게 늙어가고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오늘, 2010년 12월 29일 수요일,
남편과 나는 이제는 서로에게 많이도 편안한 사이가 된 듯 싶다.
올 12월달에는 남편의 술을 마시는 모습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도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남편의 기침감기는 며칠동안 열심히 끓여대는 대추생강차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으며
올해 2010년도 이제는 3일정도 남았다.
오늘은 결혼14년차 어느 평범한 주부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인
어떤 키다리 아줌마의 생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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