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 06:00ㆍ★ 부부이야기
하루 동안 상온에서 익힌 물김치는 성공적으로 담궈진 것 같다.
원래는 이런 명절 음식은 시댁에 가서 직접 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내가 시댁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래전부터 우리집에서 만들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언제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치만, 시어머님이랑 제사 음식을 함께 준비하다가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이 아파서 어머님 심부름을 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주저 앉아서 펑펑 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집에서 음식을 미리 만들어 가기로 했었다.
호박전을 시작으로 동그랑땡을 만들고, 꼬치전을 하고, 동태전을 부쳤다.
버섯전을 부치고 깻잎전을 부치고 굴전을 만들어서 전 부치는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큰 딸이 내내 전을 부치고 재료들을 준비하는 동안 옆에서 계란을 풀고,
부침가루를 묻혀주는 이쁜 짓을 해줬다.
두부전과 고기산적까지 부치고, 시댁으로 가져 갈 전과 집에서 먹을 전을 분류를 했다.
가까이 사는 동생도 회사 퇴근을 하고 와서 도와준 덕에 여느 해보다 훨씬 빨리 끝날 수 있었다.
꼬막타령을 하는 서방님을 위해서 올 설에는 꼬막도 사서 삶았다.
차례상에 놓을 꼬막은 따로 빼놓고 먹을 것도 따로 분류를 해놨다.
하루전날 삶아 놔야하는 건데 내 편함을 위해 미리 삶아놨다.
어제 끓인 호박죽은 동생과 우리집 두 딸들이 후루룩 먹어서 없어져 버렸다.
입맛이 없으시다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호박죽을 새로 만들어 봤다.
잡채는 먹성 좋은 큰 시누집 두 아들들을 위해 만들어 봤다.
잡채라는 음식은 결혼하고 내가 처음 만들어 본 음식이기도 하다.
저녁 반찬도 어제 만든 음식들을 반찬으로 해서 먹었다.
하루 진종일 기름 냄새를 맡다보니 머리가 띵했다.
서방님은 어제도 그제와 마찬가지로 술 한잔을 꺾고 오셨다.
서방님은 명절이라고 해도 별로 달라진게 없는 듯 해서 부럽기조차 했다.
시댁에 가면서 들고 갈 음식 목록들과 물건들을 메모를 해서 냉장고에 붙혀놨다.
목록의 숫자가 15가지나 넘었다.
떡국도 이번에는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서 시댁에 가서 끓여 먹으려고 한다.
인삼을 즐겨드신다는 어머님을 드리기 위해 이번 설에 들어온 인삼을 챙겨놨다.
골뱅이 무침은 일찍 일어나서 무칠려고 했는데 음식 재료들을 챙겨서 시댁에 가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내가 더 편하려고 음식을 해가는 거지만 막상, 시댁에 가면 가만 앉아 있지는 못할거니까...
주방에서 뭔가 하시는 듯한 어머님을 보조해서 또 열심히 움직여야 할 것이고,
어머님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야 할 것이고,
내 서방님은 시동생 방에 들어가서 화장실 갈 때랑, 밥 먹을때만 밖으로 나올 것이다.
그래도 나 스스로 다짐을 해본다.
예전, 내가 결혼하기전에 명절이면 늘 설레이던 그 마음처럼 지금도
우와~ 즐거운 명절이다... 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올해의 새해가 진짜로 왔습니다.
올 한해도 크게 발전된 모습은 보여드리지는 못할런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한결 같이 댓글로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공감과 용기를 주신 이웃분들,
그로 인해 제가 얻은게 참 많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여러 분들도 올 한해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오늘 포스팅도 평범한 아줌마의 설준비 글로 마무리를 해봅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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