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9. 07:39ㆍ★ 부부이야기
남편에게 장모님이 되시는 내 친정 엄마가 올라오셨다.
시골에서 출발하시기전에, 친정엄마께서 전화를 하셨다.
밤9시즘에 강남터미널에 도착하신다고 하셔서, 남편에게 말해서 장모님 마중 좀 나갔다 와달라고 부탁했다.
울 엄마, 1년에 한번이나 있을까 말까 하는 사위 신세(?) 지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신다.
그 딴것 가지고 미안해하시는 엄마의 모습에 열불이 났다.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 엄마, 그런게 뭐가 미안해? "
남편이 밤9시에 강남터미널로 울 엄마 마중 한번 나가는 것,
술자리 한번 피하면 가능한 일인데 그걸 사위에게 미안해하는 울 엄마에게 화가 났다.
이번 설에 나는 시댁에 가서 허리 한번 못펴보고 그 뒷치닥거리 다하고, 이번에도 자기 시댁
안 내려간 큰시누 가족들까지 시댁으로 두 번이나 불러서 먹이고 바리바리 싸주고 했는데..
나는 그 짓을 1년이면 몇번을 하는데, 아니 한달에 한번씩은 그러고 사는데....
이 날 이때까지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내게 그런걸 미안해하시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기여이 엄마는 내가 살고 있는 부천 터미널로 오셔서 나와 동생이 마중을 나갔다.
하룻밤을 우리집에서 주무시고, 다음 날 출근 하는 남편 차에 얹혀서 서울 묵동 이모댁으로 가셨다.
그리고 전화를 하셨다. 김서방, 회사 안 늦었는지 몰겄다고~~~
엄마가 우리집에서 주무신 것, 보미, 혜미 낳았을 때 몸조리 해주러오셨을 때 빼곤 처음이다.
장모님이 오셨다는데도 울 속 없는 서방,
내가 말 안했더니, 퇴근할 때 빈 손으로 털레 털레 들어왔다.
내가 뭘 바라겠는가? 자기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아들이고,
시댁 가서도 어머님에게 좀 살갑게 대하라고, 마누라가 코치를 해야지만 시늉이라도
내는 무심한 아들인데, 장모님을 위해 족발이라도 사올 사위이길 바랬던 게 내 욕심이었다.
결혼 14년동안, 장모님인 내 엄마가 남편차를 얻어타 본게 대여섯번이나 될려나..?
사위가 차려준 밥상은 단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장모님이기도 하다.
우리 엄마가 남편에게 조금만 더 뻔뻔한 장모님이 되길 바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나에게 그러시는 것과 비슷하게....
아버님쪽 보다는 어머님쪽의 얼굴형을 닮아서 네모난 얼굴을 갖고 있는 남편이다.
어머님은 며느리인 나보다 아들인 남편에게 뭘 부탁하는 것을 어려워 하신다.
예전 시댁에서 킹사이즈 침대를 옮기는 일에도 귀하디 귀한 아들 둘을 두고도
혼자서 하시려고 하셔서, 기운만은 철녀인 며느리인 내가 나섰다.
그 때 난, 어머님께 여쭤봤다. 저리 장성한 아들들 둘이나 있는데 왜 안시키냐고~
자식이 크면 부모라도 뭘 시키는게 어렵다고 말씀 하셨다.
직장 다니르랴 피곤할텐데 쉬는날이라도 쉬게 해줄려고 안시킨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46키로인 며느리가 킹사이즈 침대 옮기는 것은 괜찮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무협지 읽고 있던 남편을 불러서 침대를 함께 옮겼다.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님과 내가 만든 반찬들을 가까이 사는 시누집에 갖다주는 것을
한번도 아들에게 시킨 적이 없으신 어머님이셨다.
올케가 되는 내가 어머님보다 먼저 나서서 시누에게 갖다 줄 반찬들을 싸서 독서(?)하는 남편을 끌고 갔다.
내 남편이지만 본인의 여동생이고 어머님이고간에 챙기는 것에 완전 꽝인 아들이고 오빠다.
명절이나 제사때 드리는 돈봉투을 받으시면서 어머님이, 내게 미안해하신 적은 없으셨다.
내가 만들어 간 반찬들에도 미안해 하신 적도 없으셨다.
며느리가 차려준 밥상에 미안해 하신 적도 없으셨다.
애썼다... 애미야... 라는 찬사의 말씀을 해주시는 어머님이셨으나, 며느리에게 받는 밥상이나
봉투에 미안해하시지 않으셨고 당당하게 받으셨다.
며느리인 시어머님을 위해 밥상을 수도 없이 차려드렸다.
사위가 쥐어주시는 차비 5만원에도 미안함을 넘어서 끝끝내 딸년에게 돌려주시며
니네 빚 갚는데 보태라... 김서방이 고생해서 번 돈인데... 이런 것 안 챙겨줘도 니 엄마, 안 굶고 산다.. 하셨다.
장모는 왜 사위가 고생해서 번 돈 5만원, 1년에 한 두번 받는 것에도 한 없이 미안해하시며 거절하시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빚내서 해드렸던 100만원에도 당당하고 장남으로서 그 까짓것 하고 받으셨던
기억들만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장모보다 시어머님이 더 가난해서? 아니다... 그것은 결코.. ...
장모님인 내 엄마가, 사위인 남편에게 대하는 것이,
시어머니인 남편의 엄마가, 며느리인 나를 대하는 것의 10분지 1만큼만 당당헤 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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